치과계 혼용무도 속에도 ‘진일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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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혼용무도 속에도 ‘진일보’ 했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5.12.2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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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10대 뉴스] 메르스 사태로 의료공공성 대두됐지만 정부 역행…치과계도 내홍 속 행동력 늘어

 

메르스 사태를 통해 보건의료계에 커다란 과제를 상기시킨 2015년은 현 정권이 끊임없이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가운데에도 치과계가 진일보하는 한 해였다.

비록 29대 최남섭 집행부의 내홍과 치과계 곳곳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 1인1개소법의 위기, 전문의제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기도 했지만, 치과계는 혼돈 속에 정의와 원칙을 확립하는데 힘을 쏟았다.

특히 치과계가 사활을 걸고 만든 1인1개소법에 대한 위헌 심판 건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해당 법안을 사수하기 위한 회원 개개인의 행동이 크게 확산됐으며, 이는 늦게나마 보건의약단체와의 공동대응으로 이어져 대의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

전문의제 역시 77조 3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대중의 심리 동요를 우려하는 시선이 있었으나, 최근까지도 소수정예를 절대 전제조건으로 해야 한다는 다수의 의견 일치가 이뤄진 상황이다.

반면, 29대 집행부가 이러한 주요 현안을 해결하는데 있어 회무의 적극성을 띄지 못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일부 회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는가 하면 집행부 내부 갈등이 심화되면서 직역단체의 역할 수행에는 아쉬움을 남겼다.

보건의료계는 상반기부터 시작된 메르스 사태로 인해 정부의 허술한 방역체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새삼 대두되는 해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정부의 의료영리화 정책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의 눈가림을 시도했고, 노동개악과 역사교과서 편찬 등 사회적 이슈와 결부되면서 거센 저항이 이어졌다.

비록 치과계를 비롯한 사회 전반이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불명예스러운 평가를 받았지만, 그로 인해 어느 해 못지않게 역동적이었던 2015년 한 해를 돌아본다. 편집자

1. 메르스사태로 본 공공의료의 민낯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경유해 입국한 1번 환자가 메르스 증상으로 병원 3곳을 전전하다 뒤늦게 삼성서울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장장 6개월간 공포의 타임라인이 이어졌다.

그 결과, 정부는 확진자만 186명, 사망자 38명으로 세계 최고 수준인 치사율 20%를 기록하고, 지난 달 말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이러한 여파로 국민의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 전체가 일시적인 공황상태를 맞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공공의료의 역할 강화와 방역관리체계의 개편이라는 대과제를 남겼다.

2. 역행하는 의료영리화 정책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도 의료영리화 정책의 얼굴을 바꿔가며 밀어붙이기에 나섰다. 경제활성화라는 눈속임 아래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을 통과시키고 의료영리화 법안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국회 의결을 강행하고 있는 상황. 급기야 지난 18일에는 한국 최초의 영리병원이 될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국민들은 민중총궐기대회 등 집회를 통해 의료영리화를 비롯한 각종 개악에 저항해왔으나, 현 정권이 불통의 추진력을 선보이면서 난항을 겪어 왔다.

 

3. 전문의제 흔들기에도 결론은 ‘소수정예’

치과계는 묵은 과제인 ‘전문의제’는 올해도 핫키워드였다. 77조3항이 위헌 판결을 받으면서 일부 전공과 동문들이 다수개방안을 거듭 재촉한 가운데, 대한치과의사협회가 이를 지지하는 듯 하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원성을 샀다.

일각에서는 대의원 의결사항인 소수 전문의제가 무산될 시 협회장 탄핵도 불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의 대립각이 여실히 드러났다.

4. 29대 집행부 내홍…전‧현직 갈등 심화

취임 직후부터 조짐을 보였던 치협의 내홍은 올해도 계속됐다. 올 초 미불금 사태가 언급되면서 전‧현직 갈등 정황이 수면 위로 드러났으며, 1인1개소법이 위헌 심판이라는 절명의 위기를 맞은 것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현 집행부의 회무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현 집행부가 신뢰 회복을 성토하는 회원 호소문을 발표하는데 이어 최남섭 협회장이 총무와 공보, 기획 파트를 모두 총괄하고 주요 보직을 변경시키는 이례적인 인사 단행을 결정하기도 했다.

5.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한 행동 개시

1인1개소법의 위헌 심판이 진행된 지 1년여 만에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입법 당시 치협을 이끌던 김세영 전 협회장을 필두로 늦었지만 즉각적인 행동이 시작됐다. 김 전 협회장은 10월 2일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앞에서 1인시위를 진행했으며, 현재까지 다수의 회원들과 릴레이 형식으로 피켓팅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29대 집행부는 늦게나마 보건의약단체와 1인1개소법 사수를 위한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현직 부회장단까지 1인시위에 동참하면서 현 집행부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6. 유디치과 미국서 먼저 사라진다

의료영리활동이 국내보다 통상 더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진 미국에서 유디치과를 불법 의료기관 운영 혐의로 처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현지 캘리포니아주 오렌지카운티 대법원 중앙사법센터는 김종훈 전 대표에게 우리돈 약 10억 2천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고 내년 3월까지 미국 내 치과의료기관을 폐쇄하고 영구 개설 금지토록 명령했다.

7. 치과전문지기자협, 사실상 해체

이처럼 최남섭 집행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사상 최초로 3개 전문지가 협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례적인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8월 말경 기자협 총회장에서는 최남섭 집행부의 이러한 행태를 성토하는 치과계언론자유를희망하는기자단의 묵언시위가 벌어지면서, 기자협 김용재 회장단이 사태 수습을 사실상 포기하고 사퇴하는 상황에 달했다.

8. ‘5% 돌파’ 목전에 둔 치과보험의 쾌거

올해 3분기 진료비 통계지표에 따르면, 치과보험은 증가율이 가장 가파른 20.9%를 기록했다. 이에 ‘마의 3%’대를 넘긴 지 1년여 만에 건강보험 예산 내 치과 점유율은 4.88%를 차지했다. 약 2조927억원의 규모이다.

 

9. 유관단체 경선 열풍 ‘치위협의 이변’
 
대한치과위생사협회가 사상 최초의 경선을 통해 문경숙 명예회장을 제17대 협회장으로 선출했다. 그동안 연임과 추대 형식의 임원 선출이 이어졌던 치위협의 분위기상 비록 연임이라 할 지라도 상당한 이변이었다.

이러한 초유의 경선 열풍을 따라 서울지회에서도 재투표라는 접점 끝에 오보경 신임회장을 선출해 주목을 끌었다.

 

10. 성폭력으로 얼룩진 치과계 2015

올해는 치과계에서도 각종 성폭력 사건이 언론에 회자되면서 대학과 의료기관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대두됐다.

지난해 모 치과병원 수련의 성추행 의혹으로 재판에 회부됐던 A교수가 학교를 떠났으며, 마찬가지로 치의학대학원에서 성추행 사건으로 매스컴에 보도됐던 B교수가 해임됐다. 또 국립병원 치과에서도 성추행 사건에 대한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여전히 치과계를 비롯한 사회 곳곳에서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피해가 예상되고 있지만, 밝혀진 사건에 있어서는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지는 전례가 점차 늘어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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