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박근혜 정권 3년을 뒤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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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박근혜 정권 3년을 뒤로하며
  • 김정범
  • 승인 2016.01.01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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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김정범 상임공동대표

2016년 새해를 맞아 보건의료계의 대표적인 진보 인터넷 신문인 건치신문의 독자제위에게 덕담은커녕 거듭 인내와 투쟁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게 됨을 용서하시라. 

여느 해보다 포근한 겨울이라지만 박근혜 정권하의 지난 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참담할 만큼 지루한 시간이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 2012년 12월 대선에서 국정원의 불법 개입과 여론조작의 혐의가 짙은 선거로 당선됐다. 대통령은 당선장을 받기가 무섭게 스스로 국민앞에 약속한 공약을 하나 둘 파기하거나 뒤집기 시작했다.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공약은 진주의료원같은 동남권 유수의 공공 의료기관을 폐업하는 것으로 뒤집었다. 4대 중증질환을 100%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공약은 당선되는 순간부터 말바꾸기로 물타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국민이 반대한다면 의료영리화 정책을 시행하지 않겠다던 약속은 헌신짝처럼 던져 버린 지 오래다. 병원 부대사업 활성화란 미명하에 병원 영리화의 물고를 하나 둘 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재벌 대기업들에게 돈벌이를 시켜주기 위한 정책은 기를 쓰고 강행됐다. 병원의 영리 부대사업을 대폭 확대하고 원격의료를 활성화하거나 영리병원의 자산을 해외로 유출 허용하는 조치가 셀수 없이 시행됐다.  마침내 제주도에 소위 중국계인 국제녹지병원을 허가해줌으로써 우리나라에도 영리병원 본격 현실화가 눈앞에 다가왔다. 

재벌 대기업의 횡포를 제한하고 중소상인과 중산층을 보호하겠다던 경제민주화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는 투자활성화란 미명하에 국가의 기간산업이라 할 전기, 가스, 수도를 넘어서 교육, 의료서비스까지 무한정 허용하는 서비스 산업발전 기본법의 국회통과에 골몰하는 ‘재벌 지원정책’으로 탈바꿈했다. 

건강보험재정의 경우 2015년말 현재 17조원 가까이 누적흑자가 발생했는데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은커녕 입원 진료비를 50%나 올렸다. 가뜩이나 힘든 서민들의 병원 문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나아가 정부는 허울 좋은 노사정 합의를 빙자해 노동자의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기간제 및 파견업종을 대폭 확대했다. 또한, 비정규직을 줄이기는커녕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노동유연화 정책과 시대착오적인 국정국사 교과서 정책을 강행했다.

정부는 이에 항의하려고 모인 시민들의 합법적 집회와 시위를 불법으로 몰았다. 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을 마치 적군 대하듯 살인적인 물대포와 캡사이신으로 진압하여 백남기 농민과 같은 많은 중상자를 낳는 폭압의 정치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가 하면 중동에서 유입된 메르스가 국내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대유행을 일으킨 것,  세월호가 300명의 아까운 어린 생명을 실은 채 아무런 구조도 하지 못한 채 침몰하도록 방치한 것, 그것도 모자라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법을 6명의 실종자와 함께 표류시킨 것 등, 정부의 긴급한 개입이 필요한 곳에는 오히려 ‘무위의 정치’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엊그제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단돈 10억 엔에 처리해 버렸다. 70년이 넘도록 울분과 회한의 삶을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과 상의 없이, 일본의 국가범죄에 대한 사과와 배상의 염원을 저버린 채였다.

한반도에서 역사의 문이 열린 이후 5,000년이 흘렀다. 그 중 이 정부만큼 반민주적이고 반민중적이며 반역사적인 정부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와중에 그동안 있으나 마나 하던 야당마져 4.13총선거를 불과 몇 달 앞두고 분열해버렸다. 이제 믿을 수 있는 것은 민중의 단결된 힘뿐이다. 

세상 모든 것은 시작이 있었다면 끝이 있다. 아무리 혹독한 추위도 결국은 봄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강고하여 좀처럼 틈이 없어 보이는 정권도 약한 고리가 있는 법. 

올해는 2016년, 육십간지로는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해라고 한다. 우리 역사상 병신년에는 크고 작은 일이 있었다. 필자에게는 936년 고려가 50여 년 동안 지속된 혼돈의 후삼국시대를 마감하고 한반도를 통일한 해로 기억된다. 

진보적 보건의료인들은 붉은 원숭이와 같은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직역의 이해를 넘어 민중과 함께하는 연대투쟁으로,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의 반서민 반역사 관련 행보로 생겨난 혼돈의 시기를 마감할 수 있도록, 다같이 노력하자는 것밖에 드릴 말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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