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이야기] 바위가 가르쳐 준 야생화-바위떡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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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 바위가 가르쳐 준 야생화-바위떡풀
  • 이충엽
  • 승인 2005.10.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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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위 아래 비탈진 곳에 매달려 꽃을 피우니 접근도 어렵고, 꽃 찍기도 어렵다.
추석도 지나고 완연한 가을하늘 아래 들판은 추수에 한창이고, 서서히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야는 하루 하루가 다르다. 이렇게 가을은 우리들 가슴속으로 노도처럼 밀려 들어 오는가!

정국은 연정을 뒤로한 채 북핵 문제는 잠시 수면에서 가라앉아 상호 신뢰 속에 믿음이란 싹을 하나 둘씩 피워가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갈 곳을 못 찾는 민심은 정처 없이 떠돌며 안절부절하고 서로 머리끄댕이 잡고 싸우는 한심한 정치 판에 더욱 앞날이 혼미하기만 하다.

그러나 우리 앞의 자연은 항상 그러하듯 유유히 시간의 궤적만을 밟으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라지길 반복할 뿐 그 누구 하나 칭찬하고 나무라는 적 한번 없다. 이런 자연과 함께 하는 나의 산행 길은 언제나 상쾌하고, 느긋하다.

오늘은 찍다가 실패하고, 바람불어 실패하고, 때를 놓쳐 실패하다 이제 겨우 한 장 제대로 찍은 바위떡풀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 바위 아래 바람에 흔들리며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자태를 보라
바위떡풀은 집에서 야생화를 키우시던 아버님이 대문자초라며 내게 보여주신 풀꽃을 보며 정말 큰대(大) 모양의 꽃이 달린 것을 보며 신기해하던 것이 첫 대면이었다. 그것은 일본과중국에서 원예 종으로 키우는 것을 들여와 시중에서 많이 팔리는 것이라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되었다.

사실 대문자초는 바위떡풀과는 꽃과 잎의 모양이 다소 차이가 나고 화려하기만 할 뿐 실상 우리의 바위떡풀이 자연적이며 품위가 나은 종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바위떡풀은 가을 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9월경 바위의 다소 그늘이 지는 곳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꽃을 피우는 야생화이다. 특히 꽃이 달리는 꽃줄기가 가늘고 길게 잎에서 올라와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흔들거려 찍기가 보통 힘든 녀석이 아니다.

이 녀석을 찍어 보려고 1시간씩 기다리기도 하고 사진기 포커스 맞추어 놓고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기도 하며 수 백 장을 찍었다가 실패했던 녀석이라 성공한 사진 한 장이 귀한 녀석이다.

넉두리 하다보니 바위떡풀의 설명이 없었네 그려!

쌍떡잎식물 장미목 범의귀과 여러해살이풀로 분포지는 한국,일본,중국 동북부 우수리강, 사할린 섬이라 하며, 광엽복특호이초(光葉福特虎耳草) 라 부르기도 한다.

습한 바위에 붙어서 자라며, 높이 30cm 정도이고 전체에 털이 있거나 없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잎자루가 길고 밑 부분에 막질의 턱잎이 있으며, 신장 모양으로 가장자리가 얕게 갈라지고 톱니가 있으며 표면에 털이 있다. 열매는 달걀 모양 삭과로 10월에 익으며, 어린순은 식용하고, 식물체는 중이염에 약용한다.

아이구 어려워라!!! 헉헉헉.. 설명하면 정말 재미없다. 하지만 이해하시라, 꽃을 알려면 이 정도는 기본이니....

설명을 했으니 다시 설을 풀어야것다.

때는 추석이 지나고 9월 25일 일요일 언제나 처럼 후배와 나는 새벽바람을 가르며 울산근교 산으로 오늘은 기필코 바위떡풀을 제대로 찍자는 각오를 날리며 달려갔다.

▲ 꽃모양이 漢字인 大자 모양이다
처음엔 다른 꽃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활짝 웃고 있었다. 희안하게도 초여름 꽃인 동자꽃부터, 꿩의비름, 산부추, 며느리밥풀, 산박하, 구절초, 쑥부쟁이, 그늘돌쩌귀, 세잎쥐손이풀 등등 수많은 야생화들이 우리를 기다리며 반가이 맞이하는 것이었다. 그것들에 눈이 꿰여 한참을 찍다보니 시간이 유수처럼 흘러간다.

아니지, 이러면 안되지.... 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바위떡풀을 찾아 나선다.

산을 돌고 돌아 정상으로 향하는 길 오르고 오르다 여기기웃 저기기웃 목표를 찾는다. 드디어 길섶 옆으로 큰 바위 하나가 보이고, 그 곳으로 나무 가지를 뚫고 들어가니 바위떡풀이 떡하니 바위아래 버티고 서서 빙긋이 우리에게 미소짓고 있었다.

제법 많다. 이곳 저곳으로 사진 찍느라 정신이 없다.

혹여 발 밑에 이끼라도 다칠까 조심하며, 돌 바위에 미끄러질까 조심하며 찰칵, 찰칵 혼이 나갔다. 바람이 불면 잠시 기다리고, 찍은 사진 모니터로 확인도 하고 백여 장을 찍었으나, 몇 장이 제대로 찍힌 것처럼 보이기는 하는데, 이놈의 바람이 오늘도 원망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자연처럼 그 어느 것도 원망하지 말고 살아야 나도 자연의 일원이 되는 것을.......

▲ 작년 사진중 제일 잘나온 사진- 정말 찍기 어려운 야생화입니다
그렇게 바위떡풀은 우리 눈을 거쳐 가슴 속에 다가와 카메라에 담기고, 다시 나의 컴퓨터 모니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사진 정리 중에 겨우 한 장 이제야 제대로 건졌다. 야호!

오늘도 많은 야생화를 바라보고 자연을 바라보며, 이 세상살이의 시름을 잠시 놓아보았다.

늘 그러하듯 돌아오면 그대로인 것을 뭐 하러 갔다오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자연은 많은 것을 주지만 특히 나에겐 야생화라는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는 그리고 다시 한번 삶을 생각하게 해주는 고마운 분이기에 오늘도 자연과 함께 노니는 꿈을 꾸는 나는 행복하고 즐거우니 오래토록 이 마음 간직하고 늘 함께 하길 바래본다.

이충엽(울산 하얀이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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