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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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05.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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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연구 성과와 '연구윤리문제'는 별개 사안

어제(22일) 방영된 '황우석 교수 연구에 사용된 난자출처의혹'과 관련 MBC ‘PD수첩’ 방송에 대한 일부 네티즌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이하 민언련)이 “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는 논평을 발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민언련은 오늘(23일) “황 교수의 연구 성과와 '생명윤리문제', 그리고 '연구윤리문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인식해야 한다”면서 “<PD수첩>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우리 사회가 '연구윤리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황 교수가 계속 관련연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민언련은 “황 교수의 업적이 세계 생명공학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그 동안 국내 언론의 황 교수 관련보도는 '찬사'일색이었다”면서 “미국에서는 난자를 제공하면 5천불을 주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해도 19개의 난자밖에 구하지 못할 정도이며, 당연히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에 썼던 6백여 개의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민언련은 “이미 영국 '네이처'지 등 해외언론들에서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관련 사안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의혹을 키우는데 일정부분 역 기여했다”면서 “그럼에도 '섀튼 교수가 결별하게 된 것이 <PD수첩> 취재 때문이었다'는 식의 일부언론의 무리한 보도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언련은 “황 교수가 이뤄낸 커다란 성과가 연구윤리문제로 폄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면서 “<PD수첩>의 이번 보도를 '서로 비난하고 삿대질하는' 쪽으로가 아니라 생명윤리나 연구윤리문제에 보다 천착하는 연구시스템과 연구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했다.

다음은 민언련에서 발표한 논평의 전문이다.

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황 교수팀도 용기 잃지 않고 '기회'로 삼길

11월 22일 MBC <PD수첩>은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와 관련된 의혹을 보도했다.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된 난자의 출처문제는 곧 '연구윤리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이날 <PD수첩>이 방영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승호CP는 이날 방송에서 "외국 언론과 과학계는 검증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한국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우리 언론과 정부는 황우석 교수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었다"며 "황 교수가 무슨 말을 하든 온 나라가 믿을 준비가 되어 있는 상황에서 제작진은 저희들이 취재한 사실을 들고 고민에 빠졌다"고 고백했다. 방송전후 PD수첩 게시판에 올려진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 글에 비추어 볼 때 제작진의 고민이 어느 정도였을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황 교수의 업적이 세계 생명공학계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그 동안 국내 언론의 황 교수 관련보도는 '찬사'일색이었다고 평가된다. 간간이 '생명윤리문제'가 거론되었지만 '난자출처'를 둘러싼 의혹문제, 다시 말해 연구윤리의 문제에 대해 국내언론은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난자출처문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고 급기야 연구원 난자 사용문제로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한 뒤 관련 사안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했다.

우리는 이번에 <PD수첩>을 통해 확인된 '사실'을 기초로 우리 사회가 '연구윤리문제'를 지혜롭게 극복하고 황 교수가 계속 관련연구를 해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구조와 시스템이 마련되기를 기대하며 <PD수첩>의 연구윤리문제제기와 관련해 몇 가지 입장을 밝히고자 한다.

첫째, 우리는 이미 해외언론들이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을 계속 제기하는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관련 사안에 대해 진지한 접근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의혹을 키우는데 일정부분 역기여한 점을 지적하고자한다.

사실 실험용 난자를 구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난자를 제공하면 5천불을 주겠다며 대대적인 광고를 해도 19개의 난자밖에 구하지 못했을 정도라고 한다. 당연히 황우석 교수팀이 연구에 썼던 6백여 개의 난자출처에 대한 의혹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그 동안 황우석 교수는 "연구에 사용된 난자는 숭고한 뜻을 지닌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PD수첩> 취재팀이 입수한 황박사 연구팀의 '난자장부'를 역 추적한 결과에 따르면 연구에 이용된 난자는 '매매난자'였고 황 교수팀에 난자를 제공한 미즈메디병원 노성일 이사장은 매매난자 제공사실을 시인했다. 난자적출과정에서 제공당사자에게 난자적출수술의 부작용에 대해 제대로 설명조차 해주지 않았던 것도 확인되었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은 제기된 연구윤리문제의 쟁점의 하나인 '연구원제공 난자 사용사실'도 확인했다.

우리는 <PD수첩>의 문제제기에도 뒤늦은 감이 있다고 판단한다. 만일 우리 언론이 좀 더 일찍 이 문제에 천착했더라면 노성일 씨가 거짓증언을 되풀이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며 황 교수도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해명할 기회를 갖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는 '섀튼 교수가 결별하게 된 것이 <PD수첩> 취재 때문이었다'는 식의 일부언론의 보도행태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일례로 22일자 동아일보는 <섀튼 교수 결별선언 전 미에 취재팀 보내>라는 기사에서 마치 섀튼 교수가 <PD수첩>의 취재 과정에서 난자 채취 의혹을 알게 되어 '결별'한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으며, "MBC가 최근 저조한 시청률을 만회하기 위해 국익을 버린 것"이라는 네티즌들의 의견을 모아 기사화하기도 했다.

<PD수첩>에 대한 일부 언론의 무리한 비난은 언론으로서의 최소한의 사명도 다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반성으로 대치되어야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어차피 영국 '네이처'지가 '연구원 난자제공'관련보도를 내보냈거니와 만일 <PD수첩>이 여론에 밀려 관련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곧 사실은 밝혀지게 될 정황이었다.

우리는 언론이 황 교수의 연구 성과와 '생명윤리문제', 그리고 '연구윤리문제'의 차이를 명확히 구분해 인식하고 기왕에 PD수첩이 '연구문리문제'를 제기한 터이므로 이 문제부터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의 장' 형성에 나서주길 기대한다.

다음으로 배아줄기세포 연구처럼 연구 성과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엄청난 사안에 대한 국가적 검증시스템의 허술함에 대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관련 연구 성과가 논문으로 발표될 때에는 꼭 'IRB', 즉 기관윤리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사안의 경우 연구팀이 난자적출수술은 미즈메디병원에서 하고 '난자기증동의서'의 보고와 승인은 '한양대병원 윤리위원회'를 거쳤는데 한양대 윤리위원회는 이들 난자의 출처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황 교수가 이뤄낸 커다란 성과가 연구윤리문제로 폄하되기를 원하지 않는다. 지금 <PD수첩>을 비난하는 네티즌들 또한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매매난자와 연구원난자를 이용한 것이 사실이라면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있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황 교수팀이 이용한 난자가 도덕적로 아무 하자가 없는 것이길 간절히 바란다. 그러나 우리의 바람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무리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워도 진실을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황 교수팀의 '연구윤리문제'를 제기한 것을 두고 마치 <PD수첩>이 황 교수의 연구 성과를 폄훼하고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황 교수 연구를 반대한 것처럼 몰아가는 일부 네티즌들의 거센 항의와 일부언론의 딴죽걸기에도 불구하고 관련보도를 내보낸 <PD수첩>의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난자출처의혹'을 밝혀 연구윤리문제를 해결하는 일과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 반대 혹은 찬성하는 것은 별개사안이다. 우리는 어렵게 일궈낸 연구 성과를 지키고 앞으로 이 연구를 계속해가기 위해 <PD수첩>이 황 교수 연구팀에게 '기회'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니 황 교수팀 뿐 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진실'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우리 사회가 <PD수첩>의 이번 보도를 '서로 비난하고 삿대질하는' 쪽으로가 아니라 생명윤리나 연구윤리문제에 보다 천착하는 연구시스템과 연구문화를 만들어 가는 계기로 삼기를 기대한다. 진지한 논의가 이어져 황 교수팀 혹은 또 다른 연구팀이 합법적으로 연구에 몰두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가 제대로 된 제도와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제의 해결방안에 대해 <PD수첩>이 후속편을 준비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이 어디 <PD수첩>만 져야할 몫이겠는가. 전 언론이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해 진지하고 성숙한 자세로 보도에 임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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