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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촛불집회 100일, 그 현장을 가다[논설] 송필경 논설위원
송필경 | 승인 2016.10.21 18:15

어제, 성주 촛불 집회 100일 째.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성주 군청 옆 주차장을 밤마다 촛불 집회장으로 바뀌는 광장을 찾았다. 광장 입구에는 고 백남기 농민의 빈소가 있었다. 광장을 가득 메운 다양한 사람의 표정을 담고자 이리저리 돌아 다녔다.

단호한 내용의 음성이 무대에서 울려 나왔다. 단아하고 자애로운 분이 연설문을 낭독하고 있었다. 머리를 반듯하게 빗고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은 원불교 교무님이었다. 무대에 바짝 다가가 카메라에 모습을 담고 연설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무대를 내려올 때 연설문을 줄 수 있냐고 부탁드렸더니 흔쾌히 주셨다. 연설문을 받아 막 뒤돌아서는데 바위섬의 가수 김원중씨가 연설문을 받으러 왔다가 한 발 늦었다고 하소연했다. 그 연설문을 복사해서 메일로 보내달라고 내게 부탁했다. 바로 그렇겠다고 했다.

이 연설을 들을 때 비틀즈의 ‘Let It Be’가 떠올랐다. “성모의 지혜로운 말씀은 모든 일을 순리에 맡겨라“는 그 가사 내용 말이다. 가수 김원중 씨도 나와 똑같은 느낌을 받은 모양이었다. 김원중 씨가 저번 두;목회 강연하러 왔을 때 지나가는 말로 성주 촛불집회 공연을 부탁하니 바로 그러겠다고 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빛(光)고을 광주(光州)의 사나이는 별(星)고을 성주(星州)로 와서 100회째 집회에서 의미 있는 공연을 했다. 집회 끝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집중하는 군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늦은 밤 광주로 떠나면서 다시 성주 촛불 집회에 공연하러 오겠다고 했다.

*** 다음은 자애로운 분의 사자후다.

 

성주 연대발언

20161020 김도심

 

1.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심지어 명절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석 달 열흘 동안, 평화의 촛불을 밝혀주신 성주 군민 여러분!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드립니다.

오늘에야 인사를 드리지만, 군수님께서 삭발을 하고 단식을 하던 날부터 지금까지, 여러분들이 하시는 모습을 지켜보고, 지지하고, 응원해 왔습니다. 이 땅에 사드가 철회되고 평화가 지켜지면 그 일등 공신은 바로 여기에 계시는 분들이고 그때는 별 성(星)자 성주가 아닌 성인 성(聖)자 성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광장에서 논의해보시면 어떨지요?

평화를 가르쳐 주신 정산 종사만이 성자가 아니라 평화를 지켜주신 여러분 모두가 성자이기 때문입니다. ‘성주는 성스러운 땅이 분명합니다.

 

2. 석 달 열흘! 100일!

큰 뜻을 품은 이들이 날을 정하고 기도를 올리는 기간입니다. 웬만한 일들은 100일 기도 정성이면 이루어진다고 하는 데 사드 괴물의 힘이 워낙 쎄다보나까 꿈쩍도 안하네요. 그동안 여름에서 가을로 철은 바뀌었는데 정책은 안 바뀌는지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무심했거나, 용기가 부족했거나, 눈치만 보아오던 시민들이 100일간 공들인 성주 군민들의 정성에 감응하여 전국 곳곳에서 촛불이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3. 저는 이 성주광장을 보면서 보지도 못한 그리스 아테네 광장이 떠오릅니다. 주민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안을 토론하고, 교육하고, 의지를 결집하여 실행하는 직접 민주주의 모습을 그리고 광장의 위대한 힘을 봤습니다.

성주 군민들 같으면 대표를 뽑지 말고 이 광장에서 군현안도 직접 토론해서 결정하고, 집행하는 것이 더 현명하겠다 하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이 광장은 ‘사드가 뭔지를 알게 해 줬고’ 성산포대는 안 된다던 생각을, 성주 그 어디에도 안 된다는 생각으로 ‘의식을 성숙시켜 줬고’, ‘좌파 종북이라는 단어가 어느 때 사용하는 지의 진실’을 알게 해 줬죠?

우리의 촛불은 이렇게 계속 타오르고 있는데 롯데CC로 확정되면서 성주의 촛불은 꺼졌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그러면서 ‘언론의 속성’도 알게 해주었습니다.

이 광장에서 저는 따뜻한 정을 느꼈습니다. 행여 배고플세라 날마다 여러 가지의 공양을 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고, 손수 무대를 만들고, 할머니들을 위한 무료 염색의 이벤트를 열고, 참석하신 분들에게 불편하지 않게 하려고 애쓰시는 집행위원들, 내가 촛불을 들지 않으면 사드가 올지 모른다는 절박감에 노는 잠을 참아가며 비 오는 날도 태풍이 몰아치는 날도 나와서 자리를 지키시는 어른들, 그리고 자녀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강한 엄마들의 발언을 들으면서 저는 가슴이 먹먹해지고 울컥울컥 뜨거운 눈물이 올라 왔습니다.

그리고 분노와 미움도 마음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때마다 참회를 합니다. 분노와 미움으로는 평화를 지켜내니 못한다, 내 마음의 평화로부터 이 땅의 평화를 지켜 내리라.

4. 사드를 통해 이 광장에서 백 일간 현실에 대해 열공하신 주민여러분에게 몇 가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 질문.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헌법이 제대로 지켜진다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들이 선출해 드린 모든 분이 우리들의 의사는 묻지도 아니하고 권력을 행사하며 주인인 국민을 무시하질 않나, 심지어 어떤 공직자는 개돼지라 지칭했습니다. 그 말은 공직자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지만 지금도 보상이라는 고깃덩이를 개돼지에게 던져주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성주에 지하철, 김천에 공항! 심지어 성주에 몇 천억 준다더라 하는 이야기도 어제 대구에서 들었습니다. 보상은 집을 지키는 개에게 짓지 말라고 던져주는 고기 덩어리입니다. 그것에 현혹되는 순간 우리는 개돼지가 됩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 지하철 그리고 공항이, 넓은 길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두 번째 질문.

지금 이 나라의 최고의 실세는 대체 누구입니까? 국정감사를 맹탕으로 만들어 버리고, 기업을 돈들로 마음대로 조공받을 수 있고, 명문 사학을 조롱하여 입학과 학칙과 학점을 뒤흔들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하고 대학총장 마저도 사표를 내도록 할 수 있는 그 위대한 힘의 소유자! 그 분이 나서면 사드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텐데 혹 아시는 분 안 계시나요? 이게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세 번째 질문입니다.

우리나라의 통일을 바라지 않는 집단은 어디일까요? 미국? 중국? 일본? 아닙니다. 분단된 조국이기에 힘을 쓸 수 있었던 사람들!

종북 좌파란 이름으로 자신들의 뜻에 거슬리는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만병통치약으로 사용하여 재미를 톡톡 봐 온 사람들! 좌파 종북이라 말에 중독되어 있는 사람들! 성주 군민들에게 좌파 종북이라 하더니만 모 방송에서 원불교가 사드 반대한다고 종북 아니냐는 기사를 냈습니다. 사드 반대하는 모두를 제발 종북 좌파로 몰아가지 마십시오. 이제는 더 이상 아무도 속지 않습니다.

북에 계시는 김정은 위원장님!

제발 핵무기 만드는 그 돈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는 주민들 민생 먼저 살피십시오. 우리는 오직 평화를 원합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고향에서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면서 열심히 농사짓고 살고자 하는 농민입니다. 오직 땅에 평화를, 세계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는 종교인입니다. 제발 정치 좀 잘하셔서 우리들로 하여금 본연의 업문에 충실하도록 해 주십시오.

국민들이 이렇게 차가운 길거리에서 평화를 외치고 있는데, 우리들에게 표를 받아 정치를 하신다는 분들은 지금 이 시간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여기 이 위대한 광장에 와서 국민의 소리를 들어 보십시오.”

마지막 질문입니다.

권력의 힘과 하늘의 힘, 어느 쪽이 더 셀까요? 권불십년이라 했던가요? 아니 5년 내지 4년 인가요? 하늘의 힘은 몇 년이나 갈까요? 정권 야욕을 위해 말을 만들거나, 말도 못하거나, 말을 뒤집거나 하는 사람들보다, 이 땅의 평화를 위하여 비바람 맞아가면서, 자식같이 키워온 농사를 갈아엎어가면서, 부당한 안보 정책 사드배치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는 여러분은 하늘 사람입니다.

하늘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하늘사람입니다. 사드반대 투쟁위의 촛불이 오늘을 계기로 전국으로 나아가 세계로 번져 갈 것입니다. 우리들의 합력은 결국 진리의 감응을 얻어내어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하늘사람입니다. 우리들과 뜻을 달리한 사람들을 미워하지 맙시다. 미워하지 말고 불쌍히 여기라 하셨습니다.

몰라서 이거나, 욕심에 가려서입니다. 용서하십시다. 그리고 깨우쳐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이 땅에 평화를 만들어 가십시다. 또 다른 백일의 시작인 오늘! 그 백일이 끝나는 날엔 또 철이 바뀌고, 해마저 바뀌겠지요? 올 겨울엔 조금 덜 주웠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는 평화의 운동이 대가를 바라는 일이 아니고,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고, 오직 우리들 양심! 이 양심의 소리를 듣고 행하는 일입니다. 이 양심의 소리는 하느님 말씀이고, 부처님 말씀입니다. 양심의 명령!

오늘, 이 땅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부여 받은 진리의 소명이기에, 우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우리 원불교인들은 위대하신 성주 군민과 김천 시민과 의식이 깨어있는 전국, 아니 세계의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과 손을 맞잡고, 이 땅에 사드 괴물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사무여한의 정신으로 우리 모두 건강관리 잘 하십시다. 싸워야 할 시간이 언제까지인지 모르기 때문에...성주 군민 여러분!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연세범어치과 원장, 본지 논설위원)

송필경  spk5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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