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선제의 그늘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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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직선제의 그늘은 없다
  • 윤은미 기자
  • 승인 2017.02.07 1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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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첫 직선제를 앞두고…….

 

대한치과의사협회 제30대 협회장 선거가 치과계 최초 직선제로 치러질 예정인 가운데, 각 예비후보자 소속 캠프마다 전문지 언론보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정 신문의 실명을 언급하며 보도 내용이나 편집 방식, 여론조사 이벤트 진행 등 갖가지 선거 보도 행태에 대해 '공정성'을 잣대로 편파보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 실정.

날마다 취재 일정이 잇따르는 분주한 선거철에 각 캠프는 선거보도 행태에 불만을 삼는 보도자료로 '핑퐁치기'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거를 한 달 보름즈음 앞둔 시점에서 공약 발표는 "먼저 하면 바보"라는 눈치게임이 돼버렸고, 활발한 정책선거를 기대했던 일부 단체들은 각 캠프에 공약 질의서를 발송하고 답변서를 기다리고 있다.

첫 직선제를 더 적극 알리고 홍보해야 할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조호구 위원장은 급기야 "직선제로 인해 본격적인 선거운동도 전에 과열되고 혼탁한 양상으로 전개돼 우려스럽다"며 피로감을 토로했다.

"이대로 가다간 첫 직선제부터 공정선거가 어려워져 치과계 위상을 실추시킬 것"이라는 게 선관위의 걱정이다.

실제로 선관위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강조하듯 사전선거운동 기간부터 엄격한 선거관리규정을 쏟아냈다. 이어 치과계 언론에도 해당되는 여론조사기준을 제정해 각 캠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선관위의 여러 결정사항은 회원들에게 신속하게 전해질 수 없었다. 선거방식은 직선제로 바뀌었지만, 선관위의 운영 방식은 간선제 시행 당시와 달라진 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직선제로 인한 파장을 우려하듯 더 조용하고, 더 엄격하게 규제하는데 집중하는 듯 하다.

3월 28일로 선거일이 확정됐을 때도, 며칠 전 선거인 수가 1만3754명으로 확정됐을 때도 선관위는 치과계 각 언론을 통해 회원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저버렸다.

선관위 회의에 동석하는 치의신보 기자만이 독점(?) 보도에 열을 올렸다. 별 특종거리나 되면 그것도 기자의 능력이라 치겠으나, 기껏 회의시간에 결정되는 선거 일정 따위를 확인하느라 타 신문사를 들락거리고 있으니 자괴감이 든다.

선관위에서 결정되는 사항을 공유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에 조호구 위원장은 "공지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단독 보도한 기관지를 보라는 것인지, 집행부에 공지를 했다는 것인지, 어쨌든 둘 중 하나다. 조 위원장은 앞으로도 언론이 기관지를 통해 선거 일정을 파악해야 하냐는 물음에 "사무국에 물어보면 될 일"이라며 "사무국에 요청하라"고 답변했다. 그는 치의신보가 선관위 회의에 동석하느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하면서도 "그럼 취재 오픈이 되느냐"는 물음에는 "아니. 아니. 기관지만……"이라고 말했다.

현 집행부가 어느 언론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신문이라 자부하던 기관지의 특혜(?)라고 봐야 하는 걸까. 현재 언론에 대해 극도로 민감한 선거정서를 고려한다면 부적절한 특혜다. 무엇보다 선거에 관한 결정사항을 회원들에게 공정하게 알리고 최대한 홍보해야 할 선관위의 의무를 망각한 처사다.

선관위에게 후보의 활동을 규정할 권리는 있어도 언론을 통제할 권리는 없다. 강제권이 없는 언론을 상대로 수많은 선거 규정을 쏟아내기 전에 협회 선관위로서의 공정한 처사를 보여주길 바란다.

모 후보는 과열된 선거운동을 직선제의 그늘로 꼽았다. 어느 대목이 '과열'인지 새삼스럽지만, 그 과열이 우려돼 몸을 사려야 한다면 직선제의 그늘은 선관위가 만들고 있는 것이다. 자중해야 할 것은 언론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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