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나눌 수 있는 설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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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나눌 수 있는 설레임...
  • 윤정식
  • 승인 2006.0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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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평화의료연대 7기 진료단 발대식을 앞두고..

 

인연의 씨줄과 날줄을 따라서 첫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우연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가 없게 된다. 나의 가장 좋은 친구와의 만남이 대학 첫 모꼬지 때 같은 조였다는 데서 이어지듯이, 소중했던 여행친구와의 인연이 여권번호 앞자리에서 시작되었듯이, 생각에서나 삶에서나 이제는 나의 중요한 한 부분이 되어버린 베트남평화의료연대와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방현석씨의 ‘존재의 형식’을 문학상 수상집에서 우연히 마주치지 않았다면, 그 소설을 계기로 독서모임에서 베트남전쟁이란 주제로 발제를 맡지 않았다면, 독서모임 후 베트남에 반한 그 모임의 친구들이 베트남여행을 각자의 방식으로 계획하는 것을 보지 않았다면, 그리고 건치신문에 난 진료단 모집 광고를 우연히 보지 않았다면 2005년 6기 진료단에 참가하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향수처럼 남아있던 태국여행의 후유증에 미약하게 시달리고 있던 터라, 태국 북부를 다시 여행해 보고 싶다는 욕심은 있었어도, 베트남을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어떤 방식으로든 베트남을 바라보기를 바라고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택했다. 베트남 평화의료연대 진료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치과의사란 직업을 가지고부터 나는, 어떤 길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를 고민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한집 건너 치과가 들어 서고, 곳곳에 보건소가 들어서 있는 요즈음, 정말 나라는 치과의사 한 사람이 필요한 존재인지 심각해졌었던 그 시기, 하지만 베트남에서 나는 내 생각이 얼마나 교만한 것인지를 몸으로 체험하게 되었고, 그것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내가 필요한 곳이 아닌,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 내가 가진 자그마한 능력이 크게 쓰임받을 수 있다는 것. 그 경험은 치과의사로서 나를 더 견고하게 만들었고 마음을 다잡게 했다.

5일 동안의 짧은 진료기간, 그 시간 동안 새벽부터 먼 길을 걸어 우리들의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분들과 진료단 사이를 이어주었던 대견했던 호치민대학 학생들을 만나고, 위령탑 앞에서 참배하면서 향불에 매운 눈보다 더 아린 마음을 눈물 속에 담았던 동료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 만남들에 감사하고 뿌듯한 한편으로, 치과의사로 할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부족하고 모자란 것에 안타까웠던 시간도 비슷한 크기로 다가왔었다. 그러나, 그 아픈 마음을 이제 처음 만난 진료단 선생님들의 눈물로 같이 공감하면서, 같은 뜻을 지니고 함께 한다는 것이 참 든든한 일이라는 걸, 나는 아무 한 일 없이, 공짜로, 염치없이 깨닫는다. 나의 한계를 잘 알지만, 그 한계는 멈추어 있는 한계가 아닌 극복하고 함께 풀어갈 수 있는 한계라는 걸...

베트남을 다녀온 지 몇 달이 지나, 마음 속에 지펴진 이 열정이 조금씩 사그라들 무렵에, 나는 베트남 평화의료연대의 집행부 일에 함께 하게 되었다. 짧은 시간 동안이나마 전에는 결코 인식하지 못했던 소명과 갈망을 알게 해 준 이곳의 일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였다. 집행부 일을하면서, 진료단을 꾸리고 준비하는 일 또한 단순하거나 만만하지 않은 절차와 과정이 필요하며 진료단의 베트남 진료 또한 그 과정 중의 하나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다. 작년에 내가 진료단 안에서 베트남에 무사히 잘 다녀올 수 있었던 것도 뒤에서 이 과정을 누군가가 겪어주었기 때문이리라.

새로 시작하는 7기 진료단의 이름들을 바라보며, 그분들이 겪을 베트남을 상상해 본다. 나와 똑같지는 않으나 같은 우물에서 길어올려질 경험, 설레임, 북받힘...그 상상이 또한 나를 설레게 한다. 설레임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사진출처-베트남평화의료연대 http://www.gunchi.org/viet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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