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연구와 윤리] 체세포핵이식의 사회문화적 맥락
상태바
[복제연구와 윤리] 체세포핵이식의 사회문화적 맥락
  • 강신익
  • 승인 2006.0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⑧


그렇다면 이 기술이 이와 같은 과학적ㆍ기술적 문제와 더불어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도 큰 환호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는 아마도 맞춤의학의 가능성이라는 생각이 무척 새롭고 매력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

물론 앞 절에서 살핀 대로 그 길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겠지만, 생물학적 평균을 중심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기성 의학에 식상한 현대인에게는 무척이나 매력적인 가능성임에 틀림없다.

둘째 로, 윤리적으로 첨예한 논쟁을 불러올 가능성 때문에 오히려 더 크게 보도된 측면이 있다.

이 연구가 인위적으로 인간 생명을 만들기도 하고 파괴하기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오히려 이 연구의 뉴스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했던 것 같다.

이따금씩 TV에 출연하거나 신문에 칼럼을 쓰는 생명윤리학자들은 지나치게 원론적 입장만을 강조함으로써 또는 그렇게 편집됨으로써 이 문제가 마치 과학-윤리의 대립인 것처럼 몰고 갔고 결과적으로는 오히려 생명공학자들의 입장을 강화해준 꼴이 되었다.

이것은 우리가 과학에 대한 토론 자체를 기피하는 문화 속에 살고 있다는 세 번째 이유와 서로 통한다.

우리나라에는 과학자들과 정책담당자의 과학만 있지 그 과학의 잠재적 수혜자이며 소비자인 대중의 과학, 과학에 대한 반성인 메타 과학의 전통이 일천하다.

과학문화의 창달을 지원하는 국가기관이 있지만 통상 과학문화는 과학자에 의한 일방적 교육을 뜻한다. 이러한 태도는 공개 토론을 제안한 생명윤리학회에 대해 그것을 소모적인 것으로 일축해 버리거나 필요할 경우 토론이 아닌 '강의'를 해 주겠다는 생명공학자들의 의식구조 속에 생생히 살아있다.

이 연구가 그렇게도 대단한 반향을 일으켰던 네 번째 이유는, 이 기술이 가진 경제적 잠재가치 때문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당장 대단한 치료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지만 자본은 그 속성상 아무리 낮은 가능성만 있어도 그 대가가 크다면 대구모의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기술이 어떻게든 실용화만 된다면 엄청난 부를 만들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자본의 논리는 엉뚱하게도 애국주의적 정서와 결합되어 있다. 이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주체도 기업이 아닌 국가다. 그것도 통상적 절차를 생략한 파격적 지원이 제공된다.

조그마한 절차적 하자만 있어도 크게 부풀려 비리를 말하던 국회는 이상하게도 여야를 막론하고 찬양 일색이다. 이것이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미래의 성장 동력이기 때문이란다.

 

강신익(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