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견문록] 미국의 사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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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견문록] 미국의 사보험
  • 이상윤
  • 승인 200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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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새로 발표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10년 후에는 미국에서 의료비 지출이 현재의 두배가 되는 무려 4조 달러로서 미국 내에서 쓰여지는 돈의 20퍼센트는 의료비용이 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 내에서 쓰여지는 돈 5불 중 1불은 의료비용라는 이야기다. 일인당으로 따지면 일인당 12,320불이 의료비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국의 가구당 평균 소득이 3-4만 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부담되는 액수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의료비 상승비율은 임금 상승율이나 물가 상승율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같은 기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나 국내 총 재화가치(The total value of goods and services)의 성장률 보다도 2퍼센트나 빨리 커지는 셈이라니 가히 미국의 의료비용은 내게 일종의 튜머(tumor)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의료보험회사들은 줄기차게 의료보험료를 올리고 보장범위를 줄이면서 가급적 의료비를 소비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의료비가 임금보다 빠른속도로 올라가고 있는데 의료보험료는 올라가고 보장범위는 반대로 줄어들고 있으니 미국의 사람들에게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지금도 미국인들에게 의료비는 단순히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걱정거리 중의 하나이다. 출산을 하기 위해 의료보험이 되는 직장을 찾아 다니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의료서비스가 공공복지나 사회 안전망의 개념이 전혀 아니라 이윤추구의 대상으로 되어 있는 미국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한국도 사보험 도입을 운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미국의 예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러한 의료비 상승은 웰페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정부나 연방정부에게 커다란 재정압박이 되어 다시 세금인상이나 웰페어 보장범위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 뻔하므로 미국의 노동자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이 될 것이다.

참고로 같은 정부 보고서에서는 현재 약 8천억 달러인 정부의 웰페어 지출이 10년 후인 2015년에는 1조 7천억 달러정도 될 것이라고 한다.

의료비 상승은 정부나 노동자들뿐 아니라 기업들에게도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인 GM이 망하느니 살아나느니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로 말하면 현대 자동차쯤 되는 회사가 망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과 같은 정도의 충격이다. GM이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된 데는 물론 유가 상승에 의해 주력상품인 SUV의 판매가 고전을 겪는 등 전반적인 경영전략의 실패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의료보험지출을 커다란 원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GM에서 차 한대 팔 때 회사에서 지출하는 의료보험료가 차 값의 5-6퍼센트라고 하니 경쟁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분명하다. 의료보험회사들은 이윤추구가 목표이다 보니 회사를 상대로 하는 보험에서도 절대로 손해보는 일이 없다.

예를 들어 내가 있던 회사의 경우 2004년 가족들을 위해 한 달에 내던 의료보험료가 3∼4백 불이었는데 2005년에는 갑자기 600불이 넘게 되었다. 그 이유는 소속 그룹에서 환자가 한명 나와서, 예를 들어 누가 수술을 하였다든지 해서 의료보험을 왕창 타쓰게 되면 그룹전체가 위험그룹으로 분류되어 보험료가 왕창 올라가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는 그룹원이 몇십명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일인당 인상폭이 커진 경우이다. 종업원이 수만명씩 되면 일인당 인상폭은 적어지겠지만 그 역시 절대액은 무시할 수 없는 액수가 될 것이다. 개별적으로 보험을 들어야 하는 자영업자들은 엄격한 신체검사를 거쳐 건강한 사람만이 보험에 가입하는 안전장치를 두고 있다.

내가 아는 한국사람들 중에도 두명이나 보험가입이 거부된 경우를 보았다. 그 이유는 혈액검사에서 콜레스테롤인가 뭔가 하는 나쁜 것이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정작 질환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은 보험혜택을 받을 수 없으니 이 점 또한 사보험을 고집하는 사람들이 꼭 눈여겨 보아두어야 할 점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의료비 상승으로 의료인들은 그 만큼 이득을 보는가?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상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 치주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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