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를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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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를 보며
  • 김철신
  • 승인 2017.07.10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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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본지 김철신 편집국장

 

모든 언론사가 그렇듯이 건치신문도 수시로 토론회를 개최하려 노력한다. 토론회는 특정주제에 대해서 이해관계자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각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는지, 그리고 그 일에 대한 문제점은 무엇이고 반대되는 견해는 무엇인지, 각 이해관계자들의 논리의 빈틈은 무엇인지 한자리에 모아놓고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자가 역량을 발휘해서 조금만 불을 붙여놓으면 패널들 스스로가 시간을 넘겨가며 초과근무를 마다않고 열심히 일을 한다.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일반 참석자들조차 엄청난 기사거리를 제공하기도 한다.

참여패널들도 토론회에서는 일방적인 자기주장만 할 수가 없다. 자기주장을 다시 한번 다듬고 예상되는 반박에 대해 재반박할 수 있는 논리를 준비한다.

토론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하지만, 토론은 준비과정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반대를 가정하고 설득논리, 반박논리를 준비하면서 허점을 보완하고 숙고한다. 또한 빈약한 논리나 주장을 권위를 앞세워 강제할 수도 없으니 자신의 주장을 진솔하게 돌아보게 된다.

토론회 자리에서 반박논리에 대해 말대꾸한다거나 태도가 불손하다며 윽박지를수 있는 사람은 몇 명 안된다. 물론 이러한 토론회의 장점을 무색케하는 기발한 이들도 있지만 거의 그렇다는 이야기다.

건치신문사도 이런 연유로 쟁점이 되는 사안이 생기면 치과계 토론회를 개최하여 의견을 들으려 애써왔다.

건치신문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은 분명하지만 이와 별도로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견해를 듣고, 이를 독자들에게 전하는 것이 치과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이 ‘토론회’를 주최하기가 참 어려웠다. 치과계의 토론회에는 아무래도 치과계를 대표하며 실무를 추진하고 있는 치협 집행부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기 마련인데 이들이 토론회 참여를 한사코 꺼려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치과계의 첨예한 사안에 대해 정작 중요한 치협 집행부를 빼놓고 토론회를 진행하는 것은 그야말로 반쪽짜리도 안되는 것이기에 이들의 참여를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러나 이것이 참 힘들었다. 이런저런 비판을 들을 것이 뻔하고 굳이 참여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니 참석을 꺼리는 심정이야 충분히 이해는 간다. 그러나 담당이사가 토론회를 꺼린다고해도 이런저런 사유를 들어 설득을 하기도 하고, 다른 단체나 회원들의 여론을 전하면서 참여를 요청하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참여하기 마련인데 이것이 최근에는 참 힘들었던 것이다.

토론회를 거부하는 명분과 이유도 참 많았다. 우선 토론회개최를 알리고 참여를 요청하면 답이 없는 것이다. 묵묵부답형이며 사람환장형이다. 정성껏 기획안을 작성하고, 토론회의 개최배경과 목적을 설명하며 공문을 작성해서 보내면 답이 없다. 확인전화를 하고, 담당자에 문의하면 확인해보겠다는 답이 들린다. 그리고 또 답이 없다. 기다리다 지쳐 연락을 하면 생각해본단다. 하루하루 날짜는 다가오고, 다른 패널들을 섭외하고 장소를 예약해야 하는데 애가 탄다.  그러다 지쳐서 포기하게 된다. 토론회자체가 무산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담당자 돌리기와 끝없이 자료를 요청하는 책임회피유형이다. 왕짜증유발형이기도 하다. 참가를 요청하면 그 주제는 다른 부서 담당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전문가를 찾으라한다. 토론회를 주최하면서 주최 측이 어련히 알아봤을까마는 이리저리 담당자를 바꾼다. 결국 담당자가 정해지면 주최 측에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발제자의 자료, 패널들의 자료. 그리고 토론회 주제에 대해서 잘 모르겠으니 다른 설명 자료도 보내달라고 한다. 실무를 담당하고, 핵심쟁점사안을 책임지는 이가 거꾸로 토론회 주최 측에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다.

관련 자료들은 토론자가 준비하는 것이 상식적인 일인데 말이다. 자료를 준비하면서 사안에 대한 정리도 하고 논리도 다듬는 것이 보통인데 끊임없이 토론회 주최측에 요구한다. 때로 그 담당부서에서 정리하고 작성한 자료를 신문사에서 입수해 다시 보내주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화가 나는 것은 그 모든 자료를 모아서 보내면 검토 후에 참석 불가를 통보하는 것이다. 자신이 참석하기에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말이다.

또 다른 것은 주최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다. 토론회를 준비하면 주최가 누구냐, 왜 그쪽에서 토론회를 주최하느냐, 주최를 바꿔 달라, 패널은 누구냐, 그 패널이 나오면 안하겠다. 건치신문이 왜 주최하느냐, 우리가 하겠다. 토론회의 내용과 방법보다 주최의 자격시비에 진을 뺀다.

상대패널의 격을 문제 삼기도 하고, 치협 집행부가 참석할 행사는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어떤 때에는 토론회를 개최하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하기도 하였다. 치협을 비판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치협에 대한 비판을 곧 불순한 의도로 단정하면서 말이다.

별의별 창의적인 이유들을 다 겪어본 탓에 토론회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치협 집행부의 섭외를 생각하면 사전에 진이 빠지기 일쑤였다. 

지난 6월8일 건치신문에서는 '새 정부와 집행부, 구강보건정책 방향은?'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대치 담당 이사가 참석하여 주길 바랬으나 치협에서 거부할 이유가 너무 많았다.

우선 집행부가 구성된지 얼마 되지 않아 관련현안에 대해 정리가 안되었을 것이고,  다음날 중요한 국회토론회가 있으니 준비하느라 여력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정도 급박하게 잡았으니 협회의 담당이사는 일정 조율이 쉽지 않아 당연히 참석을 거절할 것이리라. 거기다가 토론회 장소는 차가 막히고 주차도 안되는 곳이며 식사는 김밥이니 말이다.

한삼년간 토론회섭외를 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신문사 기자들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치협의 담당이사는 흔쾌히 참석하여 발제까지 떠맡아 주었다. 혹시 토론회와 다과회를 혼돈한 것이 아닌가하여 재차삼차  확인하였지만 시간과 발제방법만을 문의했을 뿐이다. 당일날 토론회는 예상보다 많은 이들이 참석하여 장소를 가득 매운 채 열띤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오랜만에 건치신문토론회에 참석한 치협 담당이사에게 사회를 본 필자가 따뜻한 배려와 감사를 표하려 했으나, 눈치 없는 패널과 참석자들은 담당이사에게 까다로운 질의와 날선 질타를 쏟아냈다. 담당이사는 때론 설득과 해명을 하기도 하고 때론 우기기도 하면서 진땀을 흘렸다.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치협의 담당자가 회원들에게 진땀을 흘리며 설명하고 질타를 듣는 것.

유행처럼 소통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좋은 덕담이나 나누는 것을 소통이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날선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불만과 반박의 내용이 무엇인지 기분 상해가며 알아가는 것이 진정한 소통과 토론 아니겠는가?

이날 토론이 진행될수록 굳어가던 치협 담당이사의 얼굴을 보면서 정말 오랜만에 되찾은 일상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불편한 자리, 얼굴 붉혀가며 찾아다니는 치협 집행부의 모습이 회원들이 바라는 모습 아니겠는가? 회원과의 소통을 약속한 집행부가 한두번 얼굴 붉혀보고 뒷걸음질 치지 말기를 바란다.

토론을 꺼리는 집행부 쫒아다니다 몸에 사리가 생길 것 같다는 건치신문 기자들의 간곡한 부탁이다. 무엇보다 얼굴 붉히며 설명하는 담당이사의 모습 멋있었다.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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