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곽기행…근현대사의 면면을 걷다
상태바
성곽기행…근현대사의 면면을 걷다
  • 조인규
  • 승인 2017.07.12 17: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맘대로 서울 성곽기행] 윤동주문학관
▲ 한양도성길, 서대문부터 창의문까지 (ⓒ조인규)

'내맘대로 서울성곽 기행'이 드디어 끝을 맞이한다. 지난번 '딜쿠샤'에서 '선바위'까지 이어진 길을 따라 내려와 인왕산 밑자락에서 북악산이 가깝게 느껴지는 윤동주 시인의 언덕길을 따라 '창의문'까지 가는 여정을 담았다.

창의문 바로 앞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이 이번 성곽기행의 종착역이다.

- 편집자

이름 있는 바위들을 여럿 지나서 한참을 가파른 계단을 걸어올라 정상에 닿으면, 사방이 탁트인 조망이 시원스럽다.

동쪽으로는 경복궁과 북악산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으로는 남산과 한강 넘어 관악산이 훤히 보인다. 하늘이 맑은 날에는 인천 앞바다까지 보인다고도 하는데, 나는 아직 본 적은 없다. 늘 많은 사람들이 올라오고, 사진을 찍기 위해 올라오는 사람도 많은 곳이다.

꽤 힘들게 올라와서 땀도 흐르지만, 사실 인왕산이 별로 높은 산은 아니다. 338m라고 하니까 계양산보다도 한참 낮은 산이다. 하지만, 길이 워낙 가파르고 계단길이 끝없이 이어지다보니 높이에 비해 훨씬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 인왕산 성곽길에서 바라본 전경 (ⓒ조인규)
▲인왕산 성곽길 (ⓒ조인규)
▲인왕산 성곽길의 각석 (ⓒ조인규)

서울을 바라보며 땀도 식히고 한참 쉬었다면 이제 내려갈 일이 남았다. 정상에서 옆으로 내려서면 초소가 세워진 곳이 있다. 여기도 정상 못지않게 뛰어난 전망을 가진 곳이다. 여기에서 길이 둘로 나뉜다. 성곽 안쪽으로 가는 길과 바깥으로 가는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는 바깥쪽 길을 추천한다. 성곽 안쪽 길은 시멘트 바닥의 계단만 걸어야 하지만, 바깥쪽 길은 성곽의 진면목을 살펴보면서 흙길을 걸을 수 있다. 단, 조금 위험해 보이는 길도 있으니 조심조심 걷길 바란다. 암문을 통해 바깥쪽으로 나오면, 창의문 방향으로 성곽을 따라 내려갈 수도 있고, 북쪽 능선을 따라 부암동이나 홍제동으로 갈 수도 있다. 북쪽 능선은 기차바위가 유명하니, 잠깐 들렀다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인왕산은 유난히 벚나무가 많은 산이다. 그래서 벚꽃이 만발하는 4월의 봄에 오면 좋을 것 같다. 나름 야생화들도 여럿 관찰할 수 있고 팥배나무도 많아서 흰 꽃이 피면 참 운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사진을 찍고 싶다던지 멋진 하늘을 보고 싶다면 여름의 막바지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의 해질녘에 오면 좋을 것 같다. 특별히 9~10월의 석양으로 물든 하늘은 한없이 멋져 보인다.

이제 인왕산을 다 내려오면 북악산이 한껏 가깝게 다가오면서 윤동주 시인의 언덕에 닿게 된다. 잘 조성된 언덕 위 공원길을 따라 걷다보면 오늘의 종착지인 창의문에 닿게 된다. 창의문은 다음 번 기행의 시작이니까 여기에서는 넘어가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성곽기행의 마무리는 창의문 바로 앞에 있는 ‘윤동주 문학관’이라고 해두자.

▲윤동주 언덕 (ⓒ조인규)
▲윤동주 시인의 언덕 지표석 (ⓒ조인규)

‘윤동주 문학관’은 독특한 외관으로 시선을 확 끈다. 사용하지 않는 수도가압장의 물탱크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것이다. 서울시 건축상을 받았다고 한다.

안에 들어서면 전시실 가운데에 우물을 중심으로 시인의 친필원고나 그의 일대기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중국 용정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유학하다 일제에 검거되어 젊은 나이에 일본의 감옥에서 눈을 감은 시인의 아픈 역사가 펼쳐진다.

다음 전시실로 이동하다보면 천장 없이 뚫려있는 마당을 지나가게 되는데, 물때가 남긴 얼룩이 선명한 흰 벽면과 네모난 하늘의 짙은 파란색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음 전시실은 영상전시실인데, 물탱크 옛 모습 그대로에 영상 시설만 더한 것이다. 안에 있으면 왠지 모를 숨막힘이 느껴지고, 어둠에 익숙해지는 것도 쉽지가 않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시인이지만, 현실에서는 감옥에 수인의 몸으로 누워 어두운 천장만을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 물탱크 속의 어둠이 그의 현실을 느끼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윤동주 문학관 (ⓒ조인규)
▲윤동주 문학관 (ⓒ조인규)
▲윤동주 문학관 (ⓒ조인규)
▲윤동주 문학관 (ⓒ조인규)

전시실을 나와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작은 노천카페가 있으니, 먼 길 걷느라 지친 몸을 잠시 쉬어주면 좋겠다.

이렇게 성곽기행 코스를 마쳤다. 지치기도 하고 배도 고프니, 이젠 뭔가 배를 채울 것을 찾아가봐야겠다. 바로 옆 부암동에서 먹고 가도 되고, 어차피 전철을 타러 가야하니 경복궁역이나 시청역으로 가서 먹어도 된다.

창의문 너머에는 ‘자하 손만두’가 맛집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부암동이 치킨으로 유명해졌단다. 이곳 창의문 너머에는 가벼운 분식부터 여러 음식점들이 모여 있으니 먹고 싶은 곳으로 찾아 들어가면 된다.

▲창의문 (ⓒ조인규)

지금까지의 코스는 워낙 많은 문화재와 볼거리들을 지나왔기 때문에 글이 한없이 장황하고 길어졌다. 당연히 다음 코스부터는 글이 많이 짧아지게 될 테니 지루한 글 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많은 것들은 ‘면’ 위에 놓여있지, 한 가닥 ‘선’ 위에 놓여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중간 중간 가지를 쳐가며 살펴봤더라도 다 헤아릴 수가 없다.

지금 걷고 있는 성곽기행은 지도의 선을 따라 걷는 과정이다 보니, 많은 것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많은 자료와 정보를 채워서 길을 나서길 바란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중요한 페이지들이 가득 펼쳐져 있는 길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Tag
#N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