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치료, 대안은 없는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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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치병 치료, 대안은 없는가?②
  • 강신익
  • 승인 2006.03.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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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⑩
본지는 작년 10월부터 인제 의대 인문의학교실 강신익 교수의 '체세포핵이식의 허와 실'을 다룬 글을 기획 연재했다.
당시 기획을 시작할 때는 '황우석 사태'가 벌어지기 전이었고, 때문에 연구윤리에 대한 환기가 부족했을 상황이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연구윤리와 치과의사 윤리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갖는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번 글을 끝으로 '생명공학과 줄기세포 연구의 담론구조' 기획을 마친다.
편집자


체세포핵이식 기술의 문화적 함의

생명공학 분야의 전문가들에게 체세포핵이식 기술과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의의를 물으면, 각종 매체들의 호들갑과는 달리, 그다지 높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그들의 반응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이 연구가 대단한 '기술'적 진전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보면 이미 이론적으로 예상되었던 것을 확인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난치병 치료의 가능성이란 것도 이론적 가능성일 뿐 한번도 임상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기술은 젓가락질로 숙달된 손재주의 승리일 뿐 과학적 성공도 획기적 치료법의 발견도 아니다."

물론 이런 반응을 보이는 생명공학자들은 이 기술과 경쟁관계에 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자일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체세포핵이식 기술의 전도사들은 이들 비판적 생명공학자와 생명윤리학자들을 경쟁자의 성공을 시샘하고 발목이나 잡는 소인배로 몰아붙인다.

물론 각종 언론은 이런 소수의 목소리를 전혀 보도하지도 않았고 따라서 이 기술의 과학적 의미와 맥락은 한번도 쟁점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오로지 이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한 확인되지도 않은 추측성 기사만 확대재생산할 따름이다. 복제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이용해 과학자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해 가고 있다.

앞서 누누이 강조한 바와 같이 이 기술은 인간의 정체성이 유전자에 있다고 보는 환원적 결정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런데 이 논리는 무척이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이다. 중심(유전자)이 결정하면 주변부(세포와 유기체)는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환원적 결정론의 담론구조를, 중심과 주변이 하나이며 모든 것은 끝나지 않는 과정 속에 있다는 '전일적 과정론'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면 체세포핵이식이 아닌 보다 실효성 있는 연구 프로그램을 작성할 수도 있다.

이 연구는 한국적 맥락에서 특별히 중요한 특징을 가지는데, 그것은 정치권력과 언론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이 기술의 윤리적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나 복제를 허용하면서도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영국과는 대조적으로 우리의 정치권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전폭적인 지원만을 약속한다.

줄기세포 관련 주식은 연일 상종가를 기록하고 자본은 BT에 몰린다. 안타깝게도 과학적ㆍ윤리적 논쟁과 문화적 반성은 이러한 환호에 묻혀 사라져 버리고 만다.

마치 이 기술만이 미래의 의학을 주도할 것이라는 식의 자만은 자기 연구에 긍지를 가진 연구자가 가질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적어도 한 나라의 과학기술 전체를 책임질 지도층이 무비판적으로 따라갈 정서는 아니다. 언제까지 확실치도 않은 장밋빛 미래에 취해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우리의 열광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차분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중 허황된 것을 걷어내고 참된 가능성만을 골라내며, 허황된 꿈을 만들어낸 문화적 코드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것에 대한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강신익(인제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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