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고 시와 시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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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시와 시조 3
  • 송학선
  • 승인 2017.10.20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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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밝 송학선의 한시산책 53] 줄 없는 거문고

 

(ⓒ송학선)

봄날이 기다려지는 이유 중 하나는 산 속 오두막 꽃나무 아래 친구랑 술상 펴고 이 시를 읊조리리란 꿈 때문 일 수도 있겠다 늘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시산책 4. ‘술이라 하는 거시 어이 삼긴 것이완대’에서 같이 읽었습니다만 다시 읽겠습니다.
 
산중대작山中對酌 산 속에서 마주 대하고 술 마시다 / 이백李白(당唐701-762)
양인대작산화개兩人對酌山花開 둘이 술 마신다, 산꽃은 피었다
일배일배부일배一盃一盃復一盃 한 잔 한 잔 또 한 잔
아취욕면군차거我醉欲眠君且去 나는 취해서 자려니 그대는 가시구려
명조유의포금래明朝有意抱琴來 낼 아침 생각 있거든 거문고 품고 오시오
 
그런데 지금 보니 이 시가 다분히 도연명陶淵明(동진東晉365~427)을 염두에 둔 시란 느낌이 듭니다.

양梁 무제武帝의 장자로 태자太子가 되었으나 즉위하지 못하고 31세에 죽은 남조南朝 양梁나라의 문학가 소명태자昭明太子 소통蕭統(남조南朝501-531)의 문집 중에 남아있는 <도연명전陶淵明傳>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연명불해음율淵明不解音律 이축무현금일장而蓄無絃琴一張 매취적每醉適 첩무롱이기기의輒撫弄以寄其意 귀천조지자貴賤造之者 유주첩설有酒輒設 연명약선취淵明若先醉 편어객便語客 “아취욕면我醉欲眠, 경가거卿可去” 기진솔여차其眞率如此 군장상후지郡將嘗候之 치기양숙値其釀熟 취두상갈건록주取頭上葛巾漉酒 녹필漉畢 환부착지還復著之 
연명淵明은 음율을 이해하지 못했으나 줄 없는 거문고를 한 벌 가지고 있어 매번 취하면 문득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그 뜻을 기탁하였다. 귀하건 천하건 찾아오는 이에게 술이 있으면 술상을 차려 내었고, 연명은 먼저 취한 것 같으면 문득 손님에게 말하길 “내가 취해서 잠이 들려 하면 그대는 돌아가 주십시오”하였다. 그의 진솔함이 이와 같았다. 고을의 장교가 방문하였는데, 술이 익을 때가 되어 머리 위 갈건을 가지고 술을 거르고, 거른 후에는 다시 착용하였다.’

이제 이백李白의 ‘희증정률양戱贈鄭溧陽 율양 정사또에게 장난삼아 보내다’ 라는 시도 다시 읽습니다.

도령일일취陶令日日醉 도연명은 날이면 날마다 취하여
부지오류춘不知五柳春 다섯 그루 버들에 봄 온 것도 몰랐네
소금본무현素琴本無絃 소박한 거문고에는 본래 줄이 없었고
녹주용갈건漉酒用葛巾 술을 거르는 데는 갈건을 썼다네
청풍북창하淸風北窓下 맑은 바람 불어오는 북쪽 창 아래서
자위희황인自謂犧皇人 스스로 복희씨 시절의 사람이라 하네
하시도율리何時到栗里 언제쯤 밤나무골에 이르러
일견평생친一見平生親 평생 사랑하는 사람들을 한 번 볼까

생육신 중 한 사람인 관란觀瀾 원호元昊(조선朝鮮1397∼1463)의 시조도 한 편 읽습니다.

시상리柴桑里 오류촌五柳村에 도처사陶處士의 몸이 되어
쥴업슨 거문고를 소래업시 집헛시니
백학白鶴이 지음知音하는지 우즑우즑 하더라
작가作家<원관란元觀瀾> 출전出典<화원악보花源樂譜 37>

또 다른 시조 한 수 읽습니다.

임천林泉을 초당草堂 삼고 석상石床의 누어시니
송풍松風은 검은고요 두견성杜鵑聲은 노래로다
건곤乾坤이 날더러 니로대 함게 늙쟈 하더라
출전出典<고금가곡古今歌曲 128>

나이 들어 작은 오두막에 좌서우금左書右琴 왼편에 책이요 오른편에 거문고를 두고, 꽃나무 아래 친구를 불러 대작對酌하고, 솔바람 소리를 거문고 삼아 은둔하여 살고 싶은 숲을 석천송풍지간石泉松風之間 또는 임천林泉이라 하지요. 도연명 이후로 선비들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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