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위생사 의료인화 두고 '온도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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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위생사 의료인화 두고 '온도차' 여전
  • 정선화 기자
  • 승인 2018.01.2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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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위협‧치기협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적극 주장…치협‧정부 “의견 수렴이 먼저”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공청회가 개최됐다.

대한치과위생사협회(회장 문경숙 이하 치위협)가 지난 2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관한 의료법 개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치위협 주최로 진행된 이날 공청회에서는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당위성을 피력하고 동의를 구하는 자리로 꾸려졌다.

패널로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 이정호 치과진료인력개발이사와 대한치과기공사협회(이하 치기협) 김진성 정보통신이사,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심사관리팀 우장우 치과위생사, 넥스덴치과 박지영 실장 및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과 임혜성 과장이 참여해 치과계와 함께 정부 측 의견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이날 공청회에선 치위협 측은 입을 모아 적극적으로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의 필요성을 피력한 반면, 치협 측에선 “회원들의 의견을 먼저 수렴해 보겠다”는 의견을, 보건복지부 측에선 “전체 치과계의 의견을 모아달라”고 발언하는 등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치과위생사 관련 법령과 실제 업무간 괴리 짚어

치위협 김은재 법제이사.

주제발표에 나선 치위협 김은재 법제이사는 치과위생사는 진료실 내의 유일한 진료 분담 인력인데도 불구하고 의료기사라는 한정된 직역에 속해 있어 업무 범위 등 법적 보장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이사는 “여러 선진국에서는 의료인과 의료기사를 따로 구분하지 않는다”며 “일본은 치과위생사법을 따로 두고, 미국‧캐나다‧호주는 보건의료인으로 규정해 치과위생사도 혈압 측정‧전기치수검사 등 예방치과 및 확장 업무를 모두 허용하는 반면 한국은 진료보조 업무가 대부분”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이사는 “시행령에는 ‘기타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라고만 명시돼 있어 치과의사가 지시한 대로 치면세마를 시행했음에도 환자가 민원을 제기해 치과위생사에 자격정지 15일 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며 “치위협 측에서 반대의견을 제시해 처분이 취소되긴 했지만 일선 치과위생사들은 치면세마를 해도 되는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이사는 “직업적 정체성 및 업무 환경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지속적 근무가 유도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현행 법률이 의료인적자원체계에 대한 국민 혼란을 유발하고 구강서비스 제한과 질적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김 이사는 “치과위생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 업무 현실을 고려해 치과위생사를 의료인에 편입시킴과 동시에 업무범위 개정이 필요하다”며 “치과위생사가 전문 직업인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대국민 구강보건서비스의 질적 향상에 임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촉구했다.

(좌)경희대학교 치과병원 심사관리팀 우장우 씨, (우)넥스덴치과 박지영 실장.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개원가에도 도움"

경희대학교 치과병원 심사관리팀 우장우 씨는 건강보험 수가제도에 있는 임상전문가패널(이하 CPEP)에 책정되는 수가를 사례로 법령과 현실의 괴리를 지적하면서,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그는 치은박리소파술에 대한 예시를 자료로 제시하며 “CPEP 인건비 항목을 보면 치과위생사가 ‘시술 중 시술 보조’ 업무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만약 현행법상 시술 보조가 불법이라면 해당 항목은 치과위생사가 아니라 다른 인력으로 대체하는 등 수가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치과위생사의 의료인화를 통해 치과위생사의 고유 업무를 법적으로 인정하고, 정당한 업무값이 책정돼야 업무 동기도 부여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넥스덴치과 박지영 실장이 나서 “치과위생사를 단순히 보조인력이 아니라 의료인으로 인정해 협업해 나가는 치과는 자연스럽게 치과위생사가 장기 근속하게 된다”며 “치과위생사들을 의료인으로 인정하면 개원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치기협 김양근 회장도 “의료행위를 행하고 있는 치과위생사가 의료기사법에 묶여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며 “이번 공청회에서 법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져 빠른 시일 내에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찬성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좌)치협 이정호 치과인력개발이사, (우)보건복지부 구강생활과 임혜성 과장.

치협‧복지부 “의견 수렴 우선”…소극적 태도 보여

치협 이정호 치과진료인력개발이사는 “개원가에서 특히 치과위생사 구인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 치협 측에서도 시급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인력수급 대책을 마련하기 전에는 치과위생사 의료인화를 논의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정호 이사는 “현행 치과의료기관의 운영형태, 즉 의료법에 규정된 의료인 정원에도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므로 심도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며 “오는 4월 치협 대의원 총회 전에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법을 찾아내 범 치과계의 입장을 검토한 후 공식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입장 표명을 유보하는 태도를 보였다.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임혜성 과장도 치과계의 통일된 입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임혜성 과장은 “주제발표와 패널들의 이야기를 통해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대한 취지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른 직역에 대한 고려 및 국민들의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므로 정부에서도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임 과장은 “치과계가 통일된 입장을 보인다면 정부도 힘을 얻어 추진해볼 수 있겠지만, 치과계 입장도 모아지지 않는 상태에서 다른 직역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우선 올해 치과위생사 근무실태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실태를 알아볼 계획”이라고 마찬가지로 애매한 입장을 취했다.

한편, 이날 치협 김철수 협회장이 일정 상 문제로 공청회에 참석하지 못한 데 이어 치과위생사 의료인화에 가장 밀접한 치과계 단체로서 다소 애매한 입장을 표한 탓에 청중 질문이 치협 측 패널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이날 마무리 발언에 나선 문경숙 회장은 “이번 공청회에 치협 측 패널이 참석하신 것 자체가 이미 논의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치과위생사 의료인화 문제는 치협이 해결할 수 있으며, 조만간 치협에서 긍정적인 답변이 올 거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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