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4일 3000m 고산의 소금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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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4일 3000m 고산의 소금 마을
  • 조남억
  • 승인 2018.03.02 18:05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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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 7] 인천건치 조남억 회원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일곱 번째 회에서는 3300m 안데스 협곡 마라스 셀리네라스에 위치한 염전을 둘러보고, 다음날 있을 마추픽추 트래킹 준비의 긴장과 설렘을 담았다.

- 편집자

11월 14일

오늘 일기는 짧게 써야 할 것 같다. 지금은 새벽 4시 10분.

어제도 2시 반에 눈이 떠져 일어나서 일기를 쓰고, 마추픽추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밖에 나가 호텔 구경을 하였다. 우루밤바 강이 호텔 바로 옆을 흐르는데, 페루에 와서 처음 본 강물이다.

호텔 앞 마당에 설치해 놓은 구덩이가 모라이를 표현한 작품이었다. (ⓒ 조남억)

안데스 산맥 서쪽은 사막처럼 건조하더니, 산맥을 넘어오니 물의 양이 다르다. 여기 이 강물도 마추픽추를 지나서 아마존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원래는 조식시간이 8시였으나 6시 반에 먼저 가서 먹었다. 다른 분들도 이른 시간에 다 오셔서 먹게 되었다. 아직까지는 시차적응이 안되어 있나보다. 이른 조식 후 남은 시간동안 방에 돌아와 철학대철학 책을 보았다.

9시에 모여 출발하였다. 먼저 간 곳은 모라이. 버스가 비탈길을 한참 오르니 2700m 해발고도가 3200m를 훌쩍 넘어버린다. 그렇게 높은 곳에 넓은 고원이 펼쳐져 있어서, 농사짓기엔 참 좋은 땅이라 생각이 들었다. 고원을 가로질러 40분정도 가니, 해발 3500m의 모라이가 나타났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제로 그 구덩이의 크기가 컸다. 예전에는 그 안에까지 내려갔다가 올라오기도 했다는데, 한 칸 한 칸 내려갈수록 기온이 내려가는 게 느껴졌다고 한다. 잉카시대 때 여러 가지 작물들의 실험하기 위해서 이런 구조물들을 만들었을 것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 각각의 층층마다 수로시설이 되어 있는 것이 근거 중 하나라고 한다.

자동차로 갑자기 3500m고지로 올라왔는데, 뛰지만 않으면 숨이 가쁘고 어지럽지는 않았다. 물을 많이 마시면서 화장실을 다녀오니 아직은 고산증은 없는 것 같다.

모라이에서 만나는 제일 큰 구덩이. 사람 키만한 석축 사이에 돌계단의 모습이 정겨웠다. (ⓒ 조남억)
모라이 앞에서 광각 카메라로 한 장. (ⓒ 조남억)
작은 구덩이인데, 남쪽으로 하늘과 산맥과 구름이 잘 어울렸다. (ⓒ 조남억)

3개의 구덩이를 천천히 구경하고 나서 이제 다시 내려가는 일이다. 해발고도를 낮춘다고 하니, 마음이 편하다.

잠시 후 도착한 곳은 마라스 셀리네라스였다. 계곡 골짜기 위에 잠시 차를 세우고 위에서 바라본 살리네라스는 푸른 나무와 붉은 땅 사이에서 하얗게 눈이 부셨다. 이런 높은 곳 계곡 안에 염전이라니, 신기한 광경이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우리 팀은 두 시간 정도 트레킹을 했다.

길가에서 내려다 본 살리네라스 전경 (ⓒ 조남억)

중간에 있는 상점에서 소금 1kg을 샀는데, 한국의 꽃소금처럼 알이 굵은 것을 골랐다. 가격은 4sol(1달러=3.2 페루 솔)이었는데, 1달러 조금 넘는 가격에 질 좋은 꽃소금 1kg이라고 하니 너무 저렴해 보여서, 가방에 공간만 충분하거나 출국 직전이라면 많이 사가서 선물로 주고 싶었다. 소금 알갱이가 커서 씹을 때 터지는 식감이 너무 좋아서, 소금 김밥 해먹거나, 스테이크 위에 올려 먹기 좋아 보였다.

살리네라스 제일 위에서 흘러나오는 계곡물을 조금 맛을 보았는데, 짠맛이 강했다. 그 계곡물을 받아서 염전에 가두고 소금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이 마을에서는 가족 수대로 염전 한 칸씩 주었다고 하였다. 최근에 이 소금이 인기가 좋다보니, 염전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아래 강물로 들어가 버릴 소금물인데, 염전이 더 많아져도 상관없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전래동화에 나오던 소금 만드는 맷돌이 바다 속에 빠졌다가 안데스산맥의 융기와 함께 올라와서 저 산속에 묻혀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염전 사이를 사람들이 다 지나다녔는데, 지금은 중간에 통행금지를 해놓았다. 사람들이 자꾸만 지나다니면서 뚝이 무너지기도 해서 그렇다고 했다. 우리 팀은 다시 주차장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염전을 가로질러 아랫마을까지 트레킹을 하려고 하였기에, 현지가이드가 가서 허락을 받아서 우리 팀은 통과를 할 수 있었다.

염전을 위에서 보았을 때는 갈색의 물빛으로 보였었는데, 내려올수록 뒤돌아보니 축대에 흘러내리면서 굳어있는 소금 때문에 더 하얗게 보였고, 그 모양이 흡사 구채구나 파묵칼레의 석회호수처럼 보였다.

계곡 위에서 (ⓒ 조남억)
자세히 당겨서 보면 각각의 염전이 보인다 (ⓒ 조남억)
주차장에서 내려서 트래킹을 시작하면서 제일 위에서 본 모습(ⓒ 조남억)
위에서 보면 갈색으로 보이는데, 물이 증발할 수록 하얀 소금으로 보였다. (ⓒ 조남억)
내려오면서 볼수록 축대의 하얀 소금빛이 더 뚜렷하다. (ⓒ 조남억)

염전을 지난 후부터 계곡 옆길을 따라 걷는 트레킹 코스였다. 처음엔 감탄하다가 아래 평지로 내려와서부터는 길과 풍경이 지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2시간 정도 걷고 나서 Tunupa라고 하는 식당에 도착했다. 정원관리를 너무 잘해서 예쁘고 멋진 건물이었고, 내부에 테이블도 많이 있었던 대형 식당이었는데, 서양인 관광객들로 이미 꽉 차있었다. 대부분은 살리네라스 위만 보고 바로 왔기에 일찍 도착해있었던 것이었는데, 미리 예약해 놓은 덕분에 우리 자리는 정원 옆에 마련되어 있었다. 뷔페식으로 먹었는데, 퀴노아 스프와 신선한 샐러드가 좋았고, 즉석요리로 비벼주는 세비체가 맛이 좋았다. 맥주도 몇 잔 마셨다.

아래에서 보면 꼭 석회호수처럼 보인다 (ⓒ 조남억)
옆의 산비탈면은 금방 무너질 것 같은 모습이었고, 암모나이트 같은 화석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 조남억)
염전을 지나 트레킹 시작 (ⓒ 조남억)

 

Tunupa 식당의 입구(ⓒ 조남억)
Tunupa 식당 입구 (ⓒ 조남억)
정원 옆 발코니에 있던 식탁들 (ⓒ 조남억)
실내에는 부페식으로 음식이 준비돼 있었다. (ⓒ 조남억)

늦게 들어갔기에 마지막까지 먹고 나서 정원 구경을 더 하다가 나와서 30분정도 이동하여 오얀따이땀보의 Pakaritampu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도 이층 건물이 곳곳에 있으면서 정원 관리가 잘 되어있는 곳이었다. 한 시간 쉬는 시간을 주어, 방에 있기 아까워 호텔 밖으로 나가보니, 기차역과 제일 가까운 위치였고, 마침 기차 한 대가 도착하여 내리는 승객들과 그들을 향한 택시들의 호객행위가 어우러져서 떠들썩한 예전 기차역 분위기가 났다.

우르밤바 강 옆의 식당 정원 (ⓒ 조남억)
정원과 건물과 뒷 산이 멋지게 어울렸다 (ⓒ 조남억)
정원 구석에서 기념품을 팔던 소녀 (ⓒ 조남억)
오얀띠이땀보의 Pakaritamou 호텔 내부 (ⓒ 조남억)

4시 반에 다시 모여 마을 위쪽의 태양의 신전에 걸어갔다가 구경하고 되돌아 왔다. 이곳 역시나 신전이라는 이름에 맞게 커다란 돌들을 정성스럽게 다듬어 놓은 것이 많았고, 잉카인들의 석기문화에 감탄 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에 도착하여 6시에 저녁을 먹는데, 다들 속이 편한 사람이 없었다. 간단하게 퀴노아 스프 하나씩과 요리는 한 가지만 시켜서 나눠먹는 것으로 간단하게 먹었다. 이곳의 해발고도도 2790m정도 되는데, 어제보다 컨디션이 더 안 좋은 것 같다.

드디어 내일 마추픽추로 간다. 내일 트레킹 7시간이 예정되어 있어서 다들 긴장하고 있다. 식사 후 1박용 짐을 따로 싸서 먼저 다음 숙소로 보냈다. 현지 가이드가 1박에 필요한 짐만 손가방에 넣어 가지고 갔고, 내일 트레킹할 때 쓸 짐은 작은 가방에 넣었고, 나머지 큰 짐은 이 호텔에 며칠간 맡겨놓는 방식이어서 짐을 분리하는데 머리를 써야 했다. 짐정리에 시간과 고민이 많았다. 이 옷은 내일 트레킹에 입을 옷인지, 아님 그 다음날 입을 옷인지, 아님, 그냥 보관해도 되는 옷인지. 몇 벌 안 되는 옷을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오얀따이땀보 역 근처 (ⓒ 조남억)
페루 기차와 잉카기차 두 회사의 기차가 운행되고 있다. (ⓒ 조남억)
오얀따이땀보의 태양의 신전 (ⓒ 조남억)
큰 돌일 수록, 정교하게 다듬은 돌일수록, 신전의 중요한  부위에 쓰였다. (ⓒ 조남억)
태양의 신전에서 바라본 마을 -왼쪽 산 중간에 사람 얼굴처럼 보이는 곳이 있는데, 잉카 창조의 신 바라코차의 모습이라는 설이 있다. (ⓒ 조남억)

피곤하여 8시에 곧장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눈이 떠지질 않고, 새벽 4시 호텔 모닝콜을 듣고서야 깨어났다. 목욕도 하고 잠도 푹 자서 컨디션은 괜찮았는데, 트레킹 짐의 무게가 만만치 않다. 또다시 나의 욕심과 근심이 나타나나 보다. 욕심이 많을수록 들고 가야 할 짐의 무게가 많아진다.

4시에 일어나서 일기를 쓰다 보니 벌써 5시가 되었다. 일기를 더 못쓰고 나갈 시간이다. 오늘도 파이팅이다. 오늘은 힘든 날이니 조금이라도 남에게 힘이 되는 날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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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타리지겨워 2018-08-02 12:07:29
서낭당 같은 곳에나 걸려있을 저 인형 등 헝겁쪼까리를 팔고 있는 소녀.
그러게...필요해서 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저런 걸 안 사게 되면
나중에 국내 들어와서 환전하게 되니 얼마나 끔찍한 손해인가.
지름신이 강림하신다는 건 저런 때라는 거.

울타리 2018-08-02 11:54:47
트래킹 끝나고 가셨다는 저 부페식당.
특색있는 메뉴가 있었을까? 일반적인 호텔뷔페?
저런 험한 계곡을 걷고나서 먹는 밥이니 아무 거나 맛있겠지만
페루나 칠레 쪽의 뷔페가 궁금해서 나도 가봤으면 싶군요.

2018-03-04 15:32:44
사진 설명글 중에 모라이 앞에서 광각 카메라로 한장인데, 오자가 났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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