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산악신앙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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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스케치] 산악신앙의 전당
  • 박종순
  • 승인 2004.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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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룡산 신원사 중악단

절집에 가면 산신각이라고 있다.

산신각은 우리 고유의 토속 산악신앙이 불교에 수용된 것으로 한국 불교만의 고유한 특징이다. 원래 불교 특징 중의 하나는 그 지역의 토착신앙을 포용해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드라신 등 천신사상은 고대인도 바라문교의 신앙을 불교화 한 것이고 중앙 아시아는 명왕신앙, 중국에서는 도교의 칠성 신앙을 받아 들여 칠성각이 세워지고 일본에서는 신사가 함께 존재하는 것들을 말할 수 있다.
계룡산 신원사에 가면 따로 독립된 공간에 중악단이라는 영역이 있다.

중악단은 계룡산의 산신을 모신 묘단으로 원래는 불교 사찰에 수용될 시설이 아니었겠지만 앞에서 이야기 했던 산신각과 같은 의미로 봐야 할 것이다. 처음에는 태조 이성계가 계룡단으로 창건하여 제사를 지내다가 효종 때 미신타파의 일환으로 철거 되었던 곳에 명성황후가 다 스러져가는 조선 왕조의 국운을 불교와 토속신앙의 힘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간절한 마음으로 재건한 것이 바로 중악단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통의 산신각과는 달리 왕실의 기원이 담긴 최고의 민간신앙의 전당이 되었고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중악단의 건축에 잘 녹아져 통합되어 있다.

우선 전체적인 외곽형태는 긴 사각형의 담장을 두른 서원건축의 틀과 비슷하고 대문채와 중문채를 가진 대갓집 주택처럼 보이며 중심 건물은 불교의 법당의 모습으로 표현 되어져 있다. 또한 지붕에는 잡상들이 보이는 왕실과 관련된 건물임을 나타내고 있고 둘러져 있는 담장에도 궁궐 담장을 보는 듯한 꽃담으로 형성되어져 있다. 그러면서 법당 안에 모셔져 있는 경배의 대상은 산신으로 산신도와 위폐가 모셔져 있다. 이를 두고 김봉렬 교수님은 유불관민(儒佛官民)의 건축양식이 총망라되었다는 표현을 하였다.

어쩌면 서로 이질적인 요소를 묶어 놨기에 불협화음적인 모습으로 표현될 여지도 있었지만 주변의 좋은 풍광과 어울리는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의 건축으로 승화시켜 평화스럽고 안락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여러 문화와 신앙이 만나게 되었을 때 그것이 서로 대립되지 않고 융화되어 다시 하나가 되는 극히 보기 드믄 좋은 예를 보여주는 곳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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