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인천지부(공동회장 김영환 주재환) 전 회장이자 연세조아치과의원 조남억 원장이 지난해 11월 9일부터 12월 19일까지 약 40일간 남미여행을 다녀왔다. 한 사람의 남편이자 네 자녀의 아버지, 그리고 개원의라는 제약을 잠시 내려놓고 비록 패키지이긴 하지만 페루, 볼리비아, 잉카문명 지역, 우유니 소금사막, 안데스, 아마존, 아르헨티나, 브라질까지 로망 가득한 남미지역을 여행했다.
조남억 원장은 이번 여행에서의 소감과 정보를 『조남억의 남미여행 일기』란 코너를 통해 매주 풀어낼 예정이다.
스물 네 번째 회에서는 오르기 힘든 봉우리 세로토레에 도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편집자
벌써, 드디어 12월이 되었다. 역시나, 누구에게나, 어떻게 살던간에 시간은 똑같이 흐른다. 앞으로 남은 시간이 엄청 중요하다. 특히 앞으로의 10년 삶이 나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나의 남은 시간을 정말로 아껴서 잘 써야겠다.
어제 피츠로이 트레킹이 너무 좋아서, 20년 후에 피츠로이에 다시 와봐야겠다고, 선생님들께 농담을 던졌다. 선생님들께서, “20년을 더 살아야 우리 나이가 되냐?”고 하시면서, “좋겠다. 다시 올 수 있어서” 하신다. 정말로 20년 후에, 여기 이 선생님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또 와보고 싶다. 그땐 좀 더 여유 있게 돌아보고 싶다.

세로토레(해발 3,128m) 트레킹을 가는 날이다. 피츠로이가 파타고니아 최고봉이라면, 세로토레는 불가능의 암봉이다. 해발 1000m위로 2000m 우뚝 솟은 수직 절벽 때문에, 세계에서 제일 오르기 힘든 봉우리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1974년 페라리가 초등에 성공했다고 인정을 받았으니, 이젠 불가능한 봉우리는 아니게 되었다.
조식은 커피 2잔과 콘프레이크로 간단히 하고, 짐을 쌌다. 오늘은 체크아웃 날이기에, 큰 짐은 호텔에 맡기고 8시에 호텔 앞에서 준비운동을 하고 출발했다.
너무 힘들면 전망대까지만 갈까 하고 생각도 했었는데, 막상 전망대에 도착하니, 2.5km 거리 밖에 안 되어, 너무 일찍 도착한 것 같았다. 그리고 오르막 높이도 어제에 비하면 심하지 않아서 금방 올라갔다. 나머지 길은 거의 평지길이라고 하였다.





10시 즈음 도착해서 사진 찍고 나니, 여기서 되돌아가기엔 너무 일렀다. 더욱이 날씨도 구름한 점 없이 너무나 맑았고 세로토레가 너무나 선명히 보였다.
모두가 ‘GO’를 외쳤다. 보통 여행객 팀이 오면 여기서 반 정도는 되돌아간다고 하는데, 우리 팀은 걷기에 특화된 팀 같다. 다들 걷고 싶어 한다.
그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늪지대를 옆에 끼고 평지길을 계속 걸어갔다. 평지 길이어서 걷기가 편했고, 시야도 좋아서 세로토레가 점점 더 잘 보였다. 열심히 걷고 찍고 쉬다가 보니, 12시가 되어 9km의 종점인 세로토레가 잘 보이는 토레 호수에 도착했다. 빙하가 흐르는 주변에는 큰 돌들이 많은 너덜지대가 있는 것 같다. 너덜지대를 지나니 토레 호수가 나타났다. 이곳은 평소에도 차가운 바람이 너무 세게 부는 곳이라고 했는데, 우리에게는 약간의 바람만 있을 뿐이었다. 피츠로이의 트레스 호수는 맑고 푸른 물이었는데, 세로토레의 토레 호수는 탁한 흐린 물이었다. 세로토레에서 내려오는 빙하 밑에 흙이 더 많은가보다. 2000m의 수직 암봉이 정말로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든 것처럼 늠름하게 서 있었다.
날씨 좋고, 하늘 좋고, 햇살 좋고, 바람 좋고, 풍경 좋고, 매우 운이 좋았다. 세로토레는 강풍 때문에 못 올라오는 곳이라고 했는데, 오늘 바람이 잦아 든 것은 정말로 축복과도 같았다. 도시락으로 받아온 샌드위치를 반 개 정도 먹고서 12시 반에 하산을 시작했다. 어제처럼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다. 2000m의 수직 절벽, 등반하기 정말로 어렵게 보이는 암봉, 세로토레는 역시나 ‘엄지 척’이었다.





















































되돌아오는 길은 역시나 조금 지루한 느낌이었지만, 평지 길이다 보니, 어렵지 않게 속도를 낼 수 있었고, 호텔에 3시 30분에 도착했다. 오늘은 왕복 18km를 7시간 반이 걸렸다. 평지를 많이 걷다 보니 다른 선생님들도 이젠 등산 스틱 사용에 능숙해지고 더 잘 걸으시는 것 같다. 나도 스틱 사용에 더 요령이 붙으면서, 언덕길이 나와도 훨씬 덜 어려워진 것 같다.
나는 이틀 연속의 강행군에 양쪽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버렸다. 앞으로 토레스 델 파이네 3일 트레킹이 남아있는데, 약간의 차질이 생겼다.
호텔에서 성공을 자축하며 맥주 한 잔씩 하고, 4시에 버스에 짐 싣고 올라타서 다시 엘 깔라파테로 향했다. 모두들 금방 잠이 들었다. 중간에 휴게소에 도착해서 잠에서 깬 이후로 트로트 음악을 틀어놓고 노래를 부르면서 왔더니, 덜 지루하게 왔던 것 같다.
2시간 반 만인 6시 반에 Patagonia Queen 호텔에 도착했다. 사장님이 한국 분들이어서 더 좋았고 반가웠고, 호텔의 바닥, 가구들이 너무나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어있어서 더 좋은 호텔이었다. 그러나 너무 한국 사람 티를 내는 음식이나 음주를 조심해 달라는 가이드 말이 있었다. 현지인들을 위해서 오히려 한국에는 홍보하지 않는 호텔이라고 했다.
7시에 바로 모여서 중심가로 걸어갔다. ‘스시&바’라는 일식집을 갔는데, 일본 남편 사장과 한국 아내 사장님이 하는 집이었다. 연어스시나 다른 롤들, 미소 된장국을 먹었는데, 오랜만에 찰진 밥알을 씹어 삼키면서, 모두가 행복의 노래를 불렀다. 170페소짜리 white wine도 마시고 사케도 한 잔씩 마시니 좋았다. 너무나 오랜만에 된장 국물에 밥에 회까지, 기분 좋게 배부르게 먹었다.
마트에 가서 물 사라고 100페소씩 받았는데, 조 선생님과 나는 와인을 각각 한 병씩 사고, 물은 약간 모자라서 다른 선생님들께서 채워주셨다. 숙소에 도착한 후 남자들 4명이서 와인 한 병 마시고 11시 반이 되어 각자 방으로 헤어졌다.
가족 카톡에 사진을 올렸더니, 아이들이 대답을 바로 하여, 깜짝 놀라서 물어보았더니, 지금이 토요일 낮 12시여서 학교에 안 갔다고 했다. 매일 매일 돌아다니니 요일 가는 줄도 모르겠다. 핸드폰 사진첩의 사진들을 되돌아 넘기며 보다 보니, 재미있고 기억이 새록새록 났다. 앞으로 사진도 더 많이 찍어야겠다.
피츠로이와 세로토레, 비와 구름, 바람이 강한 곳이어서 둘 중에 하나만 봐도 좋겠다고 생각 했었는데, 두 봉우리 모두 거의 완벽하게 볼 수 있어서 참으로 운이 좋은 트레킹이었다.
하루 밀린 일기 쓰고, 1시 반이 되어 잠자리에 들었다.






산악지형을 오르는 트래킹 코스가 맘에 안 들면
꿈에도 생각해보지 못 할 여정이니
더 집중해서 간접경험이라도 하면 좋을텐데 말이지.
그건 맞는 말인데,
산악 트래킹은 상념에 빠지거나 중얼거리기엔
너무 숨이 가쁘고 부담이 되어서리...
굳이 트레킹 코스라면
프랑스에서 스페인 산티아고까지의 유럽 순례 스레킹이
중간중간 눈짓발짓 대화도 할 수있고 맛있는 거 먹을 수도 있고...
해찰부리는 차원에서 포르투칼까지 가버릴 수도 있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