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적정성평가로 치과도 활로 모색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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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적정성평가로 치과도 활로 모색하길"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07.2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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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양기화 평가수석위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원장 김승택 이하 심평원)이 과잉진료를 예방하고 보험급여를 절감할 목적으로, 건강보험으로 제공된 진찰‧시술‧투약‧검사 등 의료서비스 전체에 대해 의‧약학적 측면과 비용효과적 측면에서 평가하는 ‘요양급여 적정성평가’가 올해부터 치과분야에서도 실시된다.

의과의 경우 지난 1995년 평가기준을 만들고, 종합병원과 공공의료기관을대상으로 시범평가를 거쳐 2001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다. 시작부터 의과 측에서는 병원의 서열화를 초래해 의료전달체계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시행 17년이 지난 현재에는 적정성평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적정성평가는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안전을 고려해 ▲안전성 ▲효과성 ▲환자중심성 ▲적시성 ▲효율성 ▲형평성 등 6개의 큰 영역에서 의료행위를 평가하며, 3가지 평가지표 ▲구조 ▲결과 ▲과정과 세부 모니터링 지표를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어떤 건강상의 결과를 초래하는지 등 진료의 과정 및 결과를 측정한다.

그 결과를 각 의료기관 및 대국민에게 통보하는 한편, 의료기관 종별 및 진료항목에 따라 보험급여 가감지급, 인센티브, 수가연계 등의 보상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평가 대상은 사망률, 전체 진료비에서 차지하는 빈도나 비중 등 문제의 크기가 큰 것, 뇌졸중, 급성심근경색증 등 의약학적 중요성이 높은 것, 요양병원이나 혈액투석과 같이 사회적 관심과 요구도가 큰 것, 기대되는 개선효과가 크고 평가가 용이한 것을 우선 선정한다.

아울러 평가 대상 선정 시, 국민보건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거나 요양급여의 비용효과가 낮거나, 심사만으로 적정성 확보 및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거나, 인력‧시설 등 요양급여와 연관돼 있거나 요양급여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 등을 고려한다.

심평원은 적정성평가의 ‘균형적 확대’를 기조로 지난 2015년 2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과 ‘치과분야 적정성평가 추진을 위한 전문가 자문회의’를 시작, 같은 해 6월 ‘치과분야 적정성 평가방안 및 기준개발’을 위해 대한치의학회(이하 치의학회)에 연구용역 수주, 그 결과  치과영역 첫 평가 대상으로 ‘근관치료’를 선정했다. 이어 2016년 1월 ‘근관치료 평가지표’가 개발됐다.

2016년 11월엔 치협, 치의학회, 대한치과병원협회와 예비평가를 위한 간담회를 갖고, 같은 해 12월 근관치료 예비평가 전문가 자문단을 구성했다. 2017년 4월부터 총 13개 기관을 방문해 의무기록을 조사하고, 4회에 걸쳐 평가지표 세부기준 검토를 위한 자문회의를 진행, 그 해 11월에는 의료평가조정위원회에 ‘근관치료 예비평가 결과’를 보고했다.

심평원 등은 2015년 치과 진료 자료를 바탕으로 예비평가를 실시했으며, 그 내용으로는 ▲대상기관 수 15,989 개(상급종합병원 33개, 종합병원 186개, 병원 41개 상급부속병원 5개, 대학부속병원 7개, 일반 193개, 치과의원 15,524개) ▲치아 수 166만4,023개 ▲총 진료비 2,215억7천2백만 원 등이다.

심평원은 ‘근관치료’ 예비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지표충족율은 높으나 기관간 변이가 커 기본검사 시행률이 낮은 기관이 상당수 존재하는 등 구강건강관리의 질 향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1차 평가 지표로는 ▲근관치료 전 방사선검사 시행률 ▲근관세척 5회 미만 시행률 ▲러버댐 장착률 ▲근관충전 후 방사선 검사 시행률 ▲재근관치료율 등 5개 항목이며, 2차 평가에서는 여기에 ‘적정 근관충전 시행률’이 포함된다.

올 10월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실시되는 첫 평가는, 기간 내 동일 요양기관에서 근관치료를 시작해 근관충전을 완료한 18세 이상 치과 ‘외래’ 환자의 청구명세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청구자료는 2018년 9월분부터 2020년 3월 진료분까지 활용될 예정이다.

근관치료 행위 관련 수가코드는 ▲당일발수근충(U0074) ▲발수(U0101) ▲근관확대(U0116) ▲근관충전(U0121, U0126) ▲근관세척(U0111) ▲근관내 기존 충전물제거(U2245) 등이다.

이에 치협 김수진 보험이사는 “거의 모든 치과의료기관에서 실시하는 근관치료가 적정성평가 대상이 됐고, 1차 평가 기준에서 보듯 기준도 높지 않다”며 “평가 결과 공개 등 개원가의 우려가 있을 수도 있지만 ‘가점’에 포인트가 맞춰져 있기 때문에 보험청구를 충실히 하는 만큼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당부키도 했다.

본지는 지난 10일 심평원 양기화 평가수석위원을 만나 의료적정성평가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근관치료 적정성평가 시행에 얽힌 이야기는 물론 기대하는 바와 당부를 들었다.

양기화 평가수석위원은, 1979년 가톨릭대학교 의학과를 졸업한 후 임상병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1984년에는 가톨릭 의대 임상병리학 전임 강사, 동대학 조교수, 을지대학교 의과대학 병리학 교수를 지냈다. 2000년에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 독립독성연구원 일반독성부장을, 2005년에는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조정실장을 지냈다. 2009년부터 심평원 상근평가위원으로 일을 시작해 올해 초 평가수석위원이 됐다.

-편집자

양기화 평가수석위원

Q. 의료적정성평가 시스템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린다.

- 의과는 2001년부터 시작해 다양한 영역으로까지 적정성평가가 발전해 왔다. 적정성평가가 시작된 건, 수가체계에서 드러나는 문제점을 이른바 가‧감산제도, 인센티브 등으로 보완해 주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의료소비자’의 영향이 커져서 이를 위시하는 항목이 포함됐는데, 국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위 말하는 별 5개로 요양기관에 대한 평가를 알려주는 것이다.

아무튼 포괄수가든 행위별 수가든 의료 서비스 질에 관계없이 동일 수가를 받는, 현 수가 체계를 보완하는 한편, 전반적인 의료의 질을 상향평준화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그래서 가‧감산 제도나 인센티브, 수가연계 등으로 의료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요양병원의 경우 포괄수가제에 들어가지만, 하위기관에 대해서만 감산하는 체제다. 요양병원은 인적구성에 따라 수가체계가 결정되는데, ‘인적 가산금’을 활용해 평가가 나쁜 기관에는 가산금 점수를 줄이는 것이다.

반대로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등은 대부분 평균이상으로 우수한 곳에 대서는 가산점을 주지만 그렇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감산하지 않는 것이다. 가산제만 있는 것이다.

그러니 치과 선생님들도 적정성평가를 두려워만 마시고 더욱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Q. 조금 구체적으로, 수가체계 보완이 어떻게 이뤄지는가?

- 의료전달체계하고도 관련이 있는데,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만성질환은 보통 1차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다가 합병증이 생겨 중증이 되면 중급, 상급 의료기관으로 가는 게 맞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종별 구분 없이 외래진료를 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평가결과에 따라 의원급에만 인센티브를 준다던지 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전달체계를 바로 잡는 것이다.

‘근관치료’라는 게 자기 치아를 최대한 보존하는 치료라고 알고 있다. 치과에서도 전문가 영역은 비급여가 너무 많아 보편타당하게 적용되는 게 없기도 하고, 그리고 치과영역에서 수가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의견을 받아서 하게 됐다.

앞서 설명에서 적정성평가가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성을 평가한다고 했는데, ‘근관치료’를 받음으로서 국민은 자기 치아를 더 오래 사용할 수 있고,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관치료’ 자체와 이를 수행하는 치과의사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에 정책을 요구할 수도 있고.

Q. 치과영역은 처음이라 어렵지 않았나?

- 저 같은 경우 10년 째 이 일을 해오다 보니까 평가지표 관련 용어가 익숙하다. 지금까지 서울, 부산, 광주, 대구 등 4개 지역을 돌며 설명회를 진행했는데 치과 선생님들은 적정성평가를 처음 받아보는 거라 기본 개념부터 설명하고 정리해 나가는 게 힘들었다.

또 설명회 참석자 대다수가 개원의라 의과와 달리 다들 퇴근(?)하신 후에 설명회를 하게 돼 조금 낯설었다. 자문회의에서도 그렇고 어쨌든 평가받고 평가 결과도 노출되는 만큼 까다로운 질문이 오갔지만, 사실 의과만큼 힘들진 않았다.

평가항목 역시 치의학회에 용역을 주고, ‘근관치료’를 하자는 의견을 받아 시행하게 된 것이다. 청구자료를 바탕으로 평가지표를 산출하고 치의학회 등 전문가 의견을 받아 평가 틀을 만든 거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치과 선생님들이 많이 수고해 주셨다.

Q. 평가 지표 개발이 핵심이라 많이 어려웠을 것 같다.

- 이 부분이 많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제가 의과라 정책 시작에서부터 끝까지가 비교적 심플한데 비해서 그랬다.

진료 프로세스가 타진검사, 방사선 촬영, 크라운 제거, 펄프제거, 세척, 충전 등인데 그 과정 중에 지표로 삼을 만한 게 많지 않았다. 연구진에서는 EPT(Electric Pulp Test) 검사, 타진검사는 진료비에 포함돼 있어서 안된다고 하고, 기본 진료행위가 필요해서 의무기록 청구자료에서 받을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방사선만 남게 된 것이다.

예비조사 때 방사선 검사 시행율을 보니 83.2%가 나왔다. 그런데 사실 꼭 필요한 행위라면 100%가 나오는 게 맞다고 보고 건강보험공단도 그에 맞춘 급여로 보상해 줘야 한다. 아무튼, 의과에서도 핵심 행위에 대해서는 시행율 99% 달성이 목표다.

Q. 평가지표 기준이 낮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 근관세척 5회미만으로 평가한다고 했는데, 우리도 안다. 평균값을 내니 2회 미만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전국데이터를 뽑아 기관당 평균값을 표준화 방식으로 구했는데, 첫 평가기도 하고 5회 미만으로 기준을 잡았다.

대개 기준이 이래도 평균적으로 진료시 필요한 만큼 하고 청구하면 된다. 환자에 따라 세척이 늘어날 수도 있는데 그 부분을 우리가 필요하냐 마냐를 판단하는 건 힘들고, 필요 이상으로 근관세척을 하는 특수한 경우는, 표준화 방식으로 심사할 때 제외기준을 정하던지 하는 식으로 갈 것이다.

또 평가는 단순하고, 통상적인, 보편적 진료의 방향을 잡는 게 목표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예외적 경우는 평가지표에서 뺐다. 여기에서 전문가분들이 포함과 제외조건에 대한 조언이 많이 필요하다.

Q. 2차 평가에 들어가는 적정 근관충전 시행율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내용도 근관치료 후 방사선사진에서 충전물이 방사선학적 근단을 넘어가지 않고 근첨에서 2mm범위내로 충전된 치아 비율이다.

- 교과서에 그렇게 돼 있어서 그렇다. 사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2mm가 꼭 정답이 아니라는 건 우리도 안다. 치과계가 합의하면 우리는 따라가면 되지만, 회의 때 근관충전 후 자료, 영상을 꼭 봐야 한다는 근관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있어서 조금 딜레마였다. 근관치료건만 2017년에 160만 건인데, 영상을 다 받아서 판독하는 문제도 있고.

그래서 1차 평가 때는 예산이라든지 수단 등의 문제가 있어서 제외키로 하고, 2차에서 하기로 했다. 2차 평가 시작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기도 하고, 많은 치과 선생님들이 자료 제출에 협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자료 제출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Q. 의료적정성 평가에 있어 치과영역이 의과영역과 다른 게 있다면?

- 의과는 적정성평가를 상급종합병원 이상에서부터 시작해 의원급으로 평가가 확대됐다. 시작부터 약제, 혈액 등 특정 전문가 영역부터 시작했기에 그렇다. 2010년이 돼서야 만성질환이 항목에 들어가는 등 하향식으로 적정성평가가 확대된 것이다.

반대로 치과는 거의 모든 치과의원에서 하는 ‘근관치료’가 평가항목에 들어가게 돼 상향식으로 발전해 나가는 게 차이점이다. 그래서 사실 외국에서 배껴 올 평가기준도 없어서 이번 평가가 잘 이뤄지면 아마도 치과계 ‘월드 스탠다드’가 될 것 같다.

양기화 평가수석위원

Q. 의과에선 전문직종 가산이 있는데, 치과의 경우는 어떻게 되는가?

- 상향식으로 시작하다보니, 의과에서 적용되는 ‘전문직종 가산’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의과의 경우 대장암 수술 외과 전문의, 항암요법, 종양내과, 병리과, 영상, 방사선 등 특정 영역 전문가 유무에 따른 인적구성이 의료서비스 질과 직접 연관이 돼 있다. 하지만 근관치료의 경우 누구나 하는 기초 진료기 때문에, 평가항목이 확대돼 전문직종 가산이 필요하다 인정되면 가능하리라 본다.

Q. 근관치료 다음 평가 항목은 예정된 것이 있는가?

- 근관치료가 잘 정착되고 평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아마 임플란트가 될 것 같다. 올해 65세이상부터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이 인하됐고, 그만큼 대상자도 확대됐지 않은가. 평가하려면 볼륨이 있어야 하는데, 의과의 경우 가장 작은 것, 예를 들면 유방암이 연간 7천 건 정도다. 그 정도로 전체 요양기관에 고루 분포된 것이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또 근관치료만으로는 치과영역까지 적정성평가가 확대된 의미를 설명하기가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문재인케어가 확대되면 치과도 평가항목이 늘어날 것이다.

Q. 평가항목이 늘어나면 유리한 게 있는가?

- 의과의 경우, 한 가지 예를 들면 ‘심장급성심근경색증’을 학회의 반대로 5년간 평가하지 못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의과 여러 분야에서 평가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이는 ‘질향상지원금제도’ 때문이다. 선택진료비를 없애면서 만든 것인데, 과거 7천억 규모였던 환자 부담금을 급여수가 전환해 건보재정에서 이를 지원하는 것이다. 질향상지원금의 55%는 적정성평가 결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치과도 과거 선택진료가 있었고, 보상기전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의과와 마찬가지로 평가항목이 적절히 늘어난다면 질향상지원금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 치과계에서도 의료적정성평가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1,2차에 걸쳐 시행되는 적정성평가를 통해 근관치료 현장의 문제를 도출해 수가로 풀어야 할지 등 현장의 문제를 복지부에 전달하고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할 통로가 된다. 평가가 의료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닌 문제를 발굴하고 개선하는 데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몇몇 사건화가 되긴 했지만, 주민번호를 통한 환자 데이터의 집적이 우리나라의 강점이다. 치과에서도 앞으로 이런 평가자료 등을 활용해 더 활발히 연구하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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