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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전하는 권호근 교수의 ‘월요편지’[서평] 세브란스치과 이주연 원장
이주연 | 승인 2018.09.03 11:07
권호근 교수

월요편지는 안식년을 맞아 암스테르담에서 머무르던 권 교수가 동료 교수들과 지인들에게 건네기 시작한 편지글 모음이다. 지인이라고는 하지만 저마다의 바쁜 일상 속에서 고립된 섬처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대화와 소통을 청한 것이다. 편지글이 주로 당시 상황이나 사람들의 관계를 반영하듯이, 권 교수의 편지는 그의 살아온 경험과 식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는 무엇보다 20세기 말 역사를 치열하게 체험하고, 21세기 초 치의학계의 변화에 유연하게 내실을 다져온 지성인이다. 70년대 학번으로 유신 정권의 장발 단속에 삭발로 대항하며 페다고지 교육이론에 열광하던 그는 광주 민주항쟁 관련 유인물 제작을 돕다가 보건학 학위과정을 중단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강화읍에 개원하여 지역보건사업과 건치 활동을 하던 중 예방치과학 교수가 되었다. 권 교수의 학술활동과 강의는 인문사회치의학 분야의 윤리, 경영관리, 리더쉽, 예술, 역사, 금연 분야를 망라해왔다. 그가 퇴임을 앞두고 88회에 걸쳐 보내온 편지의 상당 부분은 동서고금의 종교와 철학, 저항사상과 현대 미술과 언어학, 사회생물학 분야의 이론과 역사, 이를 실천한 여러 인물들에 할당되어 있다. 그래서 얼핏 이 책은 권 교수가 방문한 세계 곳곳의 미술관이나, 인류문명과 지성사의 괄목할 만한 소재들에 대한 여러 지식정보에 자신의 비판적 견해과 감상을 더한 수필로 읽힐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년 8개월 간 격주로 권 교수의 편지를 받아 읽을 때의 경험은 매번 신선하고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거 였구나’하는 크고 작은 공감이 내 삶 속에서 환기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중 경이로운 깨달음으로 다가왔던 몇 줄기를 꼽아보려 한다.

첫째는 동서고금의 종교의 계보와 지형에 대한 개방적 인식이다. 인간만이 신화를 창조해 집단을 이루고,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지만, 종교 간의 경쟁과 살육은 죄악이다. 따라서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이 필요한데 성모마리아의 모습을 한 길상사의 관음상은 믿음이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형상이다. 힌두교의 우주와 자아가 하나라는 불이이원론은 성리학, 신플라톤주의 등의 형이상학적 일원론에서도 찾을 수 있다. 철학은 종교에서 맹목을 걷어 내고, 자이나교나 퀘이커교는 살생과 병역을 거부한다. 제도 개혁에는 소극적이었지만 진리를 설파한 성인들의 ‘비폭력’은 이후 간디, 마틴 루터 킹, 만델라, 함석헌 등의 ‘평화투쟁’으로 이어졌다. 
 
둘째는 근현대미술가들의 창조적 투혼에 대한 공감과 재해석이다. 예술가들은 당대의 도덕과 인습에 억매이지 않고 자신의 오감과 내면, 철학, 진실을 표현한다. 시대적 금기를 깨고 표현된 결핍은 불구가, 아픔은 절규가, 상실은 눈물이 되어 구원에 다다른다. 금기를 깬 욕망은 유희가, 파괴는 성찰이, 철학은 관조가, 비움은 초현실적으로 관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이제고 백남준의 영상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처럼 사이버 세상이 도래했다. 권 교수는 ‘치과의사는 육안보다는 심안이 날카로워야 하고, 손은 경건하고 정성스러워야 한다. 치과대학 임상실습에 가상환자 시스템이 도입하는 것 못지않게, 치과대학생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을 통찰해내고, 주체적으로 세상을 창조해나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권호근의 '월요편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수평적 연대의 필요성이다. 역사적 표상은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강골들의 가파른 투쟁과 창의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덧 불어난 강물에 의해 산을 넘는다. 내가 아는 70학번 스승과 선배들은 강골들이며, 자유의 멋을 부릴 줄 아는 여유로운 자연인들이 많았다. 권 교수의 월요편지로 그 족보를 하나 더 할 수 있음은 감사한 일이다. 강골들이 ‘with 건치’ 해줄 때, 우리가 ‘피로사회’에서 벗어나 ‘보다 다양하게 생각하고 창조하는 집단 지성’으로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하며 흘러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주연  gcnew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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