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거꾸로 읽기]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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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거꾸로 읽기] 자유무역협정
  • 김광수
  • 승인 2006.07.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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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FTA를 우리말로 하면 아마도 자유무역헙정인 듯하다.

나도 물론, 이 한미FTA를 반대한다. 열렬히 반대한다. 근자에 건치가 반대했던 여러 가지 일들의 대부분에 대해서, 솔직히 말해서 나는 그다지 관심을 많이 갖지 않았으나, 이 FTA 반대에 대해서만은 열렬히 반대한다.

내가 한미 FTA에 반대하는 것은, 이것 때문에 약값이 어떻게 된다(오른다)거나, 토종 제약회사가 망한다거나, 혹은 미국 병원이 한국에서 생긴다거나, 혹은 미국 의과대학이 한국에 생긴다거나 그럴 우려가 있어서가 아니다.

보건의료인은 꼭 보건의료 관련 사안이 있어야만 반대할 자격이 있는가. 보건의료인은 대한민국 국민 아니가?

통념화되고 있는 이러한 시각은 심히 우려할 만하다.
그렇다면 보건의료 부문은 이번 협상에서 제외되면 보건의료인은 반대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이러한 국민의 시각, 언론의 시각, 정부의 시각이 잘못된 것은 물론이지만, 이런 시각이 우리 내부에도 강하게 있지나 않은가?

그러니까, 쌀 값 협상 할 때는 우리 부문의 과제가 아니니까 우리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가?
나는 물론, 쌀 값 협상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예로 든 것 뿐이다.

그러면 삼성전자의 메모리 칩도 우리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가? 이런 것들은, 쌀이나 메모리가 부문이냐 아니냐라는 논의보다는 얼마나 국가적, 민족적, 계급적 중대사안이냐에 의해서 정해져야 하는 것이다.

2.
a) 개도 새도 자기 부문의 문제를 국가위기에 결부시키며 온 국민적 이슈로 몰고가는 것도 옳지 못하다.
그러기에 365일, 모든 부분에서 위기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러니, 이 위기는 극소수 운동권만의 위기가 되는 것이요, 위기의 타성화 구호화만 계속될 뿐이다.

나는 부분의 계속되는 과제들을 "눈만 뜨면 위기"라고 외쳐대고 극한투쟁을 하는 운동권에 질려버렸다(그렇게 위기 주장하는자, 얼마나 자신부터 그 위기에 철저한가 반성해 보시라).

이런 것들이 양치기 소년의 이리떼 겁주기 아닌가. 바로 이런 것들이 국민들을 운동으로부터 등돌리게 한 것들 아니겠는가.

b) 동시에, 국가의 중대사에 대해서 부문을 따지면서 "우리 할 일, 너네가 할일" 구분하는 것 자체가 운동의식이나 위기의식이 떨어졌다는 표현이며, 운동의 타성화, 매너리즘화의 결과이다.

안중근이 이등박문을 암살한 것이 부문의 과제라서는 아니다. 419혁명이 학생운동 부문의 과제였던 것은 아니다. 임진왜란이 종교적인 문제였기 때문에 살생을 제1의 금기로 치는 승려들이 승병이 조직하여 전쟁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

어느 것이 중대사안이고, 위기사안이냐 하는 것은, 상황에 따른 위기인식 정도에 의한 것이다.

중대사안의 판단에는 나름대로 지혜가 필요하다. 그것을 부문 과제냐 아니냐로 나누는 것이 바로 사고의 안일화 고착화 때문이며, 혹은 운동의 힘이 떨어졌을 때, 과제 회피의 명분(핑계)으로만 쓰이게 된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나는 생리적으로, 과제를 "보건의료부문의 사안이냐 아니냐" 나누는 일에 심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즉, FTA에 보건의료 이슈는 완전히 빠져 있으니까 "우리는 일단 주당사자는 아니다"라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는 것이다.


3.

FTA는 전지구적인 문제이다. 오늘날 인류를 가장 위협하는 것이 바로 자본이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파괴도, 인도 민중의 파괴도, 시베리아 삼림의 파괴도, 인도네시아 아마존의 파괴도 모두 자본의 탐욕성 때문에 일어났다.

세계 1, 2차대전도 자본의 모순 때문에 일어났고, 우리나라에 대한 일제의 침략도 신흥일본자본주의의 확대 재생산을 위해 일어났다. 미국의 흑인노예도 설탕 자본, 남부 농장자본의 의해서 만들어졌고, 이란전쟁이나 걸프해전도 마찬가지다.

사회 내부에서의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갈등도 그렇고, 빈곤과 착취를 악순환시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런 얘기는 해도해도 끝이 없겠고,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더 잘 아실테니까 그만하겠다.

이런 자본주의의 내부모순을 외부로부터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제국주의(즉, 자본지배를 통한 해외지배)이고, 오늘날 협정이라는 이름 아래 드러내놓고 합법적으로 지배하려는 것이 바로 자유무역협정이다. 잘 아실 것이다.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면 FTA에 반대해야 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것이다.


4.

그러나 오늘날, 자본주의란 너무도 당연한 가치관이 돼서, 오히려 "자본주의에 반대한다?"는 나의 주장이 (불과 20년만에) 생경하게 들리게 된 것도 격세지감이다.

자본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계급조차도 자본주의가 후퇴하거나 파괴되기를 두려워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오늘날 어느 운동도 "체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잠재의식이 깔려있는데, 그래서 사실은 내 말씀이 과연 얼마나 모든 사람에게 "세상물정 모르는 말씀"으로 들릴지 걱정이 안되는 바도 아니다.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지금 내가 시간낭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지금 내 걱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20년 전만해도 "자본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너무도 말하기 이전에 당연한 우리들의 상식이었다"는 것을 조금은 상기하고 그 때의 기분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일언이 폐지하면, 오늘날 세계자본은 세계경제체제에 기반하여 커나가고 있다.

20년전에 수많은 사회과학 서적이 있었고, 많은 이론들이 백가쟁명 했지만. 적어도 지금 이 명제만은 분명하다고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내가 FTA에 반대하는 것은, 자본주의에 반대하는 것이고, 자본의 세계지배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민중의 건강권이 침해되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고, 국익에 해롭기 대문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5.

그럼에도 FTA를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이나, 주로 그것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해로우냐, 이로우냐를 가지고 논하고 있다.

대체로 주장하는 (정부쪽)쪽에서는 국익에 그리 해롭지 않다, 혹은 아마도 거부하면 다른 큰 손해나 제재나 압박이 있다 뭐 그런 이유를 주장할 것이다(신문을 자세히 안 봤다. 시간이 아까워서).

그러나, 반대하는 쪽에서도, 국가적으로 큰 손해다, 경제적으로 속국이 된다, 자본지배를 받게될 것이다. 뭐 그런 이유들로 반대할 것이다.

나도 후자 쪽의 생각이 옳다고는 생각한다. 국익에 아마도 배치될 것이다. 그러니 반대를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이유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반대이유가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와 같은 이유로 반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듯 하기에 그 점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6.

FTA를 체결해서 우리나라에 이득이 된다면 FTA를 체결하는 것이 나은 것인가? 다시 말해서, 자본의 지배국인 미국 사람의 경우, 우리가 미국민이라면 FTA를 지지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여기서 '이득'이란 무엇을 말함인가?

물질적 소유와 생산 상의 이득, 즉 경제적 이득을 말함이다. 물질적 소유와 생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인가? 그것은 우리 인간의 여러가지 가치와 관계를 희생하고라도 얻을만한 가치가 있는 최상의 가치인가?

우리는 '경제'라는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자신의 심장과 두뇌를 모두 내어줘도 되는 파우스트 같은 존재인가?

그리고 다른 하나의 측면은 물질이나 경제 그 자체로서는 좋은 것이지만, 그 생산관계와 소유관계가 나쁘니까 부정한다는 측면이 있다. 이것이 공산주의(혹은 사회주의, 혹은 노동운동) 쪽의 태도겠다.

이렇게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태도에도 크게 두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나는 자본주의를 부정한다는 데서는 사회주의의 태도를 지지하지만, 여전히 그들도 생산과 소유에 집착한다는 데서 그들과 한통속이 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자본주의는 그리고 오늘날 그것을 지탱해가고 있는 세계체제, 혹은 자유무역체제는 우리의 적이다.


7.
"FTA로 우리가 이득을 볼 경우"의 논의를 계속해 보자.

나는 솔직히 말해서 우리 나라가 FTA로 오히려 이득을 보는 쪽이 될 가능성도 많다고 생각한다. 큰 눈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자유무역체제, 혹은 세계 자본주의체제에 의해서 상당히 혜택을 보고있는 쪽에 속한다.

그렇기에 전문 경제학자나, 자본가들은 "국민들이 잘 몰라서 FTA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그들의 판단이 옳다고 본다.

그러면, 우리는 세계자본체제에서 약소국, 후진국을 자본지배하고, 고혈을 빨아먹는 자본주의의 종주국이 될 것인가?

나의 주장은, 우리가 FTA로 이득을 볼 것인가, 손해를 볼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 나라는 잘살고, 다른 나라는 못살고,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를 자본지배 해도 되고, 그런 소아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세계자본주의의 추방에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노예 제도는 반대한다고 하면서 자신이 노에의 주인에 되는 것에 대해서는 구태여 반대하지 않은다면 노예제도의 불식은 어려울 것이다. 노예제도를 반대할 자격도 없을 것이다.

자본가들과 성장론자들의 논리는 더욱 교활하다.(그들은 우리보다 머리가 좋다. 공부 잘하고, 머리 좋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사회의 지배층이 되어서 자본가 계급이 되기 때문이다)

"왜 한쪽이 한쪽을 착취 지배한다고만 보는가? FTA로 생산이 잘 되고, 기술 개발이 잘 되면 소득이 함께 증대되고, 결국 함께 잘사는 길이 된다"

이른바 win-win논리이다.

나는 아마도 상당한 정도로 그들의 이 말이 맞다고 생각한다. 결국 오늘날 자본주의 기술과학의 발달로 세계 인구 대다수가 의식주 걱정에서 벗어났으며, 물질적 풍요에서 살고 있다. 나는 이 점을 솔직히 인정한다.

흔히 들어 왔던 60,70년대의 '선성장-후분배'의 이론이기도 한데, 결국 우리나라는 그 이론에 의해서 경제적으로 이런 눈부신 성공을 이루어 내었고, 중국 또한 그런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가고 있다.

그래서, 이렇게 경제적으로 win-win이 되면 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FTA를 부정할 명분도 없는 것 아닌가?


8.
나는 기본적으로 경제적 성취가 사회발전의 성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이 내가 FTA를 부정하는 근본이유이다.

만일 FTA해서 우리나라가 잘살게 된다면 FTA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지는가?

'아니다.'

FTA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내가 미국국민이라면 FTA를 지지하겠는가? 우리는 여기에 '아니다'라고 말할 용기와 신념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교과서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대해서 많이 공부하였다.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내용을 까맣게 잊고 있기 때문에 (자본주의에 취해서, 물질과 소득, 경제적 성취에 취해서)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본이 인간을 수단화 하는 것, 자본이 인간을 물질의 노예로 만드는 것, 자본이 인륜도 파괴하고 가정도 파괴하고, 인간을 물질 판매의 시장으로만 전락시킨다는 것, 자본은 소비를 위해서 인간의 가치관과 감각도 변질시키고 왜곡시킨다는 것, 자본은 인간을 단자화시키고 개별화시킨다는 것...

이런 무수하고 무수한 반인간적인 결과들이 자본에 의해서 일어나고 있고, 인간성을 타락시키고 있음에도 우리는 지금 대부분 잊고 살고 있다.

자본이 주는 약간의 편안함과 달콤함, 목전의 화려함에 취해서. (우리가 현재 누리는 대부분 그것들은 제3세계 민중의 고혈이 이전된 것이다)

무엇보다도 자본이 악질적인 것은, 인간의 가치관을 물질 위주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인간을 물질소유의 노에로 타락시킨다.

다른 말로 말하면, 인간은 물질이 없이 행복한데, 인간의 소중함은 물질 아닌 것에 있음에도 물질에 있다고 세뇌시키고 훈련시키고 타락시킨다는 뜻이다.

간단하다. 내가 자본주의에 반대함은 아주 심플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FTA에 반대한다.


9.
나의 주장에 찬동하기 이전에 이 글을 읽으시는 분은 점검할 것이 있다.

이렇게 자본의 논리를 거부하면 최악의 경우, 가난한 나라로 떨어질 가능성이 많다. 예를 들어, 인도나,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수단, 앙골라...

그런 나라처럼 되어서 혹독한 가난을 겪을 각오가 되어 있는가? 각오가 되신 분만이 나의 주장에 찬동하실 자격이 있다.

우리는 현재 자본이 주는 재미 안락함 이런 데 너무 취해있다. 소위 선진국, 고소득국가가 되어 있다는 말이다.

역시 무리한 요구인가? 그렇겠지. 내게도 쉽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정신은 잃지 말자.

(하지만, 시장개방을 하고 성장우선노리를 추구한다고 해서 우리가 꼭 필리핀 같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이 점을 생각하시고 조금은 안심 하시라.)


또 한가지.
FTA를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 나의 이런 주장을 다른사람, 혹은 언론에 써먹지는 마시기 바란다.
지금처럼 온국민이 자본에 취해있는 시대에는 그저 미친놈 소리만 들을 뿐이다.

FTA에는 반대하되, 다른 사람에게는 그냥 말해라,

"국익에 너무 해롭기 때문에 반대하자고."

그러나, 어쨎든 (무슨 핑계를 대더라도) 반대는 하자.
자본이 이렇게 무차별적으로 세계를 지배하는 꼴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다.

2006. 7. 16

김광수(한양여대 치위생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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