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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피해자 '공격'말고 ‘인권’보장하라『여성의전화-사소하지 않은 이야기』⑳ 검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 조사 진정성 없어
한국여성의전화 | 승인 2018.12.06 16:28

본지는 한국 사회 최초로 폭력피해 여성을 위한 상담을 도입하고 쉼터를 개설한 한국여성의전화와 정기연재에 관한 협약을 맺고, 지난해 6월 16일부터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본 연재에서는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폭력을 폭로하는 #미투운동을 '역사적 필연'으로 규정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문화의 시작, 그 이야기를 다뤄나갈 예정이다.

우리사회의 비폭력과 평등을 향한 이야기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편집자 주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과거 인권침해, 검찰권 남용 의혹 사건을 진상 규명하겠다며 검찰 과거사위원회를 발족하였다. 그리고 지난 4월 16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은 검찰 과거사위원회 본조사 대상으로 선정되어 재조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족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법무·검찰 스스로 과거의 잘못을 찾아내 진실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통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재조사 과정은 2013년 당시 피해자가 경험했던, ‘그 검찰’과 한 치도 다르지 않았다.

일명,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력 사건’은 한국 사회의 남성 권력에 의해 여성 인권이 심각하게 침해된 사안이다. 특히 주요 가해자가 2013년 당시 검사 출신의 법무부 차관이었기에 이 사건은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는 대신 여성폭력 피해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하였고,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지난 8월 6일 열린 '뇌물거래가 아니라, 성폭력이다' 검찰 규탄 기자회견 모습 (ⓒ한국여성의전화)

피해자는 2년여에 걸친 성폭력 피해에 대해 아주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을 뿐 아니라 동영상, 사진, 옷, 녹취록 등 증거를 제출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피해자의 진술을 일관되게 배척하며, 피해자에게 입증을 요구하면서, 피의자에 대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결국 이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수사 검사는 가해자가 부장 검사이던 시절에 그 밑에서 근무했던 검사였다.

수 명의 피해자가 비슷한 수법의 성폭력 피해를 진술하였음에도 당시 검찰은 그 사건을 은폐하는 데에 급급했다. 누구 하나 이 사건에 대한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다. 한 검사의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서 검찰 조직은 성폭력 피해여성들의 인권을 철저하게 짓밟았다. 성폭력 피해 여성의 공포와 두려움의 대상은 가해자가 아니라, 자신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공격’하는 검찰이 되었다. 한국 사회의 남성 권력에 의해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한국 사회의 또 다른 권력에 의해 인권을 침해당했다.

도대체 성폭력 피해자는 누구와 싸워야 하는 것인가? 가해자인가? 검찰인가? 

성폭력에 대한 통념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본 사건의 피해자는 아들에게 자신의 이름조차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후에 아이가 이 사건에 대해 알게 될까 두렵다고 한다. 자신의 아이에게 본인의 이름 석 자조차 알리지 못하는 이 여성이, 성폭력 피해를 세상에 드러낸 이유는 단 하나이다. 검찰이 이 사건을 정의롭게 해결하고, 성폭력 가해자가 명백하게 처벌받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수년간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며 끊임없이 싸워온 이 여성에게 도대체 사회는 어떤 대답을 했는가? 

지난 7월, 검찰 과거사위원회 진상조사단은 피해자 조사를 진행하였다. 피해자는 당시 검찰 수사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으나, 돌아온 진상조사단의 말은 “일반적인 수사였다”는 대답이었다. 성폭력 피해자가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하는데 거부하고, 사건과 관계없는 피해자 부모의 전과나 경제력을 언급하고, 피해자의 진술을 의심하고 배척하며, 가해자에 대해 조사조차 하지 않는 이러한 수사가 한국 사회 검찰의 ‘일반적인 수사’라는 말인가? 더욱이 진상조사단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자신의 진실을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조사에 임한 피해자에게 “기대하지 말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이후 피해자는 과거사위원회는 ‘형식적’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하였다. 

그 후 이러한 피해자의 생각을 뒷받침하듯이, 진상조사단의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사건의 중간보고를 앞둔 지난 10월 15일, 8월 초에 진상조사단에 제출한 피해자 의견서가 누락되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진상조사단에서 요청한 증거자료와 함께 검찰 수사의 문제점, 당시 피해자에게 자행된 인권침해에 대한 피해자 변호인단의 의견서를 공식적으로 접수하였다. 그럼에도 진상조사단은 이를 검토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10월 22일 언론 보도를 통해 김학의 전 차관, 건설업자 윤모 씨 등에 대한 직접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보여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모습은 2013년, 2014년 피해자가 경험한 검찰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어떠한 감수성도 찾아볼 수 없으며, 조사에 대한 진정성도 찾을 수 없다. 

지난달 9일 열린 '검찰 과거사위원회 부실 조사 규탄' 기자회견 (ⓒ한국여성의전화)

시간은 계속 지나가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의전화는 지금까지 어떤 조사를 했는지 모를 진상조사단 조사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였다. 성명서 발표, 피해자 진정서 및 의견서 제출뿐 아니라, 11월 9일에는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부실 조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691개 단체와 공동 주최하여 개최하였고, 11월 12일에는 사건 재배당을 촉구하는 1인시위 및 과거사위원회에 관련 전문가로 출석하여 이에 대한 진술을 하였다. 그리고 본 사건의 재배당이 결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난 10월 22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11월 5일까지로 예정된 활동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하였다. 이제 30여일 남았다. 사건 재배당은 과정일 뿐이다. 앞으로 과거사위원회는 본 사건 해결에 대해 얼마만큼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본 사건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경험하는 인권침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은 앞으로 더 이상 여성폭력 피해자를 ‘공격’하는 검찰이 아닌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검찰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법무부 과거사위원회는 이 같은 무거움을 절대 묵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과거 검찰이 자행한 인권침해와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규명을 통해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는 과거사위원회의 발족 취지를 잊지 않고, 이 사건이 제대로 재조사되는지 그 과정을 우리는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글쓴이 최선혜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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