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야근으로 빛나는 서울의 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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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야근으로 빛나는 서울의 야경…
  • 안은선 기자
  • 승인 2018.12.11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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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어느 과로사 - 다카하시 마쓰리의 죽음(건강미디어협동조합)』
『어느 과로사 - 다카하시 마쓰리의 죽음(건강미디어협동조합)』 책 표지

이 책은 어느 젊은 일본 여성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카하시 마쓰리 씨는 동경대학을 졸업한 후 지난 2015년 4월 일본 유명 광고 회사인 ‘덴쓰’에 입사, 같은 해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회사 옥상에 올라 청춘을 스스로 마감했다. 만 24세였다. 그는 신참 사원으로 과도한 연장 근무, 업무와 상관없는 일의 지시, 여성 직원에 대한 차별과 편견, 위계적인 회사 분위기 등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다.

마쓰리 씨의 이야기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든다. 일본은 전형적인 과로 사회이고 이 사건은 그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책 『어느 과로사 - 다카하시 마쓰리의 죽음(건강미디어협동조합)』은 마쓰리 씨의 어머니인 다카하시 유키미와 법률 대리인인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가 써냈고, 지난 1일 우리나라에 번역‧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마쓰리 씨의 죽음을 ‘산재’로 인정받기 위해 싸움을 진행했으며, 마침내 사측의 산재 인정과 사과, 재발방지의 다짐을 받아냈다.

그러나 마쓰리 씨는 돌아오지 못한다. 저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이 책에는 수많은 회유와 모욕을 끝까지 견뎌낸 마쓰리의 어머니 다카하시 유키미 여사의 용기와 억울한 노동자의 편에 선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의 의로운 분투, 덴쓰의 열악한 노동 조건과 기만에 공분해 재판장과 SNS를 가득 메운 시민들의 연대, 열정, 헌신 그리고 승리의 이야기가 담겼다.

또 책에서는 마쓰리 씨 외에도 동경올림픽을 위해 신국립경기장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청년 야마카와 씨의 과로 자살 사례와 편의점 물품 배송을 위해 운전을 하던 오사다 씨의 과로사, 그리고 의사, 교사, 기자 등 전문직의 과로자살 사례를 소개한다.

아울러 이 책에는 일본 못지않은 한국 사회의 과로사 실태를 소개하기 위해 과로사예방센터 임상혁 이사장의 보론 『한국의 과로사와 과로사 추방 운동』이 추가됐다. 

과로사 없는 사회를 위해…

이 책의 저자인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는 서문을 통해 비슷한 노동환경을 가진 한국의 ‘일하기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과로사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나는, 일본 사회가 해결해야 할 커다란 과제인 한편,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이 같은 일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특히 한국과 중국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한국의 경우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노동환경이 급격히 악화됐고, 일본 역시 비슷한 시기에 금융기관 파탄과 경제불황으로 노동자의 과로자살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1998년 이후 과로 자살자는 연간 2천명 정도로 추정된다”며 “이 책은 다카하시 마쓰리 씨의 사건을 상세히 보고해 일본 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생각으로 썼다. 이 책이 한국에서도 과로사 방지와 유족 지원 노력 확산을 위한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추천사를 쓴 한양대학교 의과대학‧보건대학원 신영전 교수는 이 책을 “절망적이면서도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더욱 슬픈 것은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청춘이 마쓰리로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이며, 그녀는 도처에 있다”며 “산재사망률 세계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너무 많은 마쓰리가 있고, 세계 도처엔 덴쓰가 있다”고 짚었다.

특히 그는 “고개를 들어 이 세상을 보면, 엄청난 권력을 가진 대자본과 정치 권력자들과의 담합, 전문가들의 기회주의와 변절, 대중들의 무기력과 무심으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과로사 없는 다른 세상이 가능할까 의문이 들지만 다카하시 유키미 씨와 가와히토 히로시 변호사와 그들과 연대한 시민들은 그 질식할 것 같은 비관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분명한 일은 우리 모두가 다카하시 유키미, 가와히토 히로시가 되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어느 과로사 - 다카하시 마쓰리의 죽음(건강미디어협동조합)』의 정가는 13,000원이며 yes24, 알라딘, 인터파크,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구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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