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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보건사업은 왜 축소를 거듭하는가?[복지부동 보건복지부 구강생활건강과] 정책‧예산 편 ①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03.12 13:06

급여화가 되면 사라지는 예산들
구강보건사업 요구는 많지만 왜?

‘발전적 해체’라는 말이 있다. 다음 세대와 조직을 위해 현 집단이나 조직이 해체를 통해 필요한 자원들이 적재적소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한다는 뜻이다.

발전적이라는 말이 어울리진 않지만, 치과 의료보장성 강화와 함께 해체 수순을 밟아가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게 하는 일이 있다. 바로 구강보건 사업 그 자체다.

이러한 의심은, 지난 10여 년 간의 보건복지부 예산 중 구강보건사업 예산의 변화추이를 보게 되면 자연히 고개가 끄덕여질 수밖에 없다.

비극은 전담부서인 구강보건(정책)과가 2007년 5월 해산하면서 시작됐다. 해체 이후 발표된 『2차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 2008년 실행계획』을 보면 구강보건사업 8가지 모두가 축소되거나 삭제됐다. 예산도 462억3천4백만 원에서 141억1천1백만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전체 보건복지부 예산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의 기간 동안 매년 평균 10%씩 증가해왔다. 반면, 복지부 전체 예산의 0.06% 정도를 차지하는 구강보건사업 예산은 2008년 141억1100만 원으로 시작해 2014년까지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5년 92억 원으로 반토막났다. 이어 2016년엔 64억, 2017년엔 5억으로 흔적만 남았다.

2008년~2017년 구강보건 관련 예산 추이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업내용도 4년에 한 번 발표되는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따라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공공구강보건의료서비스 전달체계 확충 ▲아동‧청소년, 임산부, 노인 등 생애주기별 구강건강관리사업 ▲구강보건 교육 및 홍보 ▲구강건강실태조사‧감시 등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 치과의원 연매출 수준으로 쪼그라든 예산으로 사업을 수행한다는 것은, 구강생활건강과가 구강건강 목표 달성은커녕 현상 유지조차 제대로 할 수 있는 건지 이대로 사라지는 건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다.

구강보건 사업 축소에도 ‘복지부동’

이를 방증하듯 구강보건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도 구강생활건강과의 행보는 줄어든 예산만큼 위축됐다.

그 정황 증거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된 ‘노인 임플란트 급여화’, ‘노인 틀니‧임플란트 본인부담금 인하’는 대통령 공약으로 실시됐고, 국민 구강건강을 총괄한다는 구강생활건강과는 이를 이행하기 위한 보조역할만 간신히 해냈다.

저소득층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의치보철사업이 확대됨에 따라 구강보건사업 예산이 287억3800만 원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2014년 노인틀니(의치)가 보험 급여화 되면서, 예산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의치보철사업 지자체 지원금’이 삭제되면서 예산은 물론 사업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어 2016년 7월 노인 틀니‧임플란트 대상 연령이 만 65세로 낮아졌고, 2017년 11월부터는 노인 틀니 본인부담률이 30%로, 2018년 7월부터는 노인 임플란트 본인부담률이 30%로 낮아졌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와 더불어, 복지부 구강보건 예산은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더불어 2015년 정부의 중복복지사업 통폐합 정책 시행과 맞물려 지자체 구강보건 사업 담당부서에서 실시하던 저소득 노인 및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의치‧보철사업 역시 단순히 ‘노인 틀니‧임플란트’가 보험이 된다는 이유로 중복 사업으로 분류돼 삭제됐다.

그 결과 당시 50%에 이르는 틀니 및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는 저소득 계층, 의료급여자들에게는 역진현상이 발생, 혜택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한다는 불만이 일기도 했다.

이에 지역 치과의사회와 유관단체는 각 단체 중앙회에 사업 부활을 촉구하는 민원을 올리는 한편, 지역민의 필요에 민감한 지자체 역시 치과의사회 쪽에 역으로 사업을 제안하는 등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 일대 소동을 겪었다. 장‧단기적 관점에서 국민 구강보건 서비스를 이끌어갈 책임이 있는 부서의 존재감은 희미했다.

또 ‘비용대비 효과성’이 검증된 학생 구강검진 및 예방 치과치료를 골자로 한 ‘학생 치과주치의제’를 보는 눈도 구강생활건강과에겐 허락되지 않은 듯했다.

학생 및 아동 치과주치의제를 모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의 경우, 담당 공무원이 이 사업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사업 확대를 위해 발로 뛰며 보건교사들과 시의원들을 만나 설득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은 지난 2017년 5월 구강생활건강과에 그간의 성과를 들고 찾아가 “국책 사업으로 이를 추진해야 한다”고 피력했으나 구강생활건강과는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을 뿐이었다.

게다가 지난 2018년 6‧13 선거에서 학생 치과주치의제의 ‘매력’을 먼저 알아본 후보자들이 앞 다투어 이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 결과 올해부터 인천‧대구‧경기‧울산 지역에서 학생 치과주치의제를 실시하게 됐다.

아쉽게도 국회 본회의에서 불발되긴 했지만, 아동 및 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의 필요성에 공감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동근 의원이 ‘학생 치과주치의 사업’의 전국화를 위한 예산 191억 원을 예산안 심의에 올리기도 했다.

강릉원주대학교 치과대학 정세환 교수에 따르면, 지방정부에서는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자치법규 제정을 토대로 독자적인 구강보건 사업을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의 경우 2011년 노인 무료 틀니 사업을, 서울의 경우 2012년 학생 및 저소득 치과주치의 사업이 그 대표적인 예다. 또 열악한 지방재정에도 불구하고 경남에서는 2011년 40억 원을, 서울과 경기에서는 2019년 각각 30억 원과 50억을 학생 및 저소득층 아동 치과주치의 사업 예산으로 책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구강생활건강과가 ‘구강보건사업에 관한 종합계획의 수립‧조정 및 평가’와 같은 고유 업무를 명시해 놓고서, 누군가 만들어 주는 정책만 시행해 왔다는 반증이다. 나아가 현장에서 ‘통하는’ 사업을 지자체가 요구해도 ‘복지부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복지부가 ‘의료공급’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익집단 등에 휘둘리면서 일을 기계적으로 그때그때 처리하기 때문”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진료비 급증‧공공부문 이용률 급락

공공부문 치과의사 수 역시 2010년 711명에서 2014년 362명, 2017년엔 288명으로 줄었다. 기초지자체 보건소 구강보건인력의 경우 2006년 인구 1만 명 당 13명에서 2014년 인구 1만 명 당 4명으로 3분의 1로 축소됐다.

공공부문 치과이용 상대비중 역시 2008년 3.0%에서 2013년엔 0.5%까지 떨어졌다. 선진국의 공공 치과의료 이용률이 15~20% 달하는 것에 비하면 현격히 낮은 수치다.

구강보건인력 공공근무 비율 (이미지를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 외래 치과의료비는 치과의료기관의 양적 확대와 더불어 2000년 1.8조억 원에서 2014년 5.7조억 원, 2016년엔 7.9조억 원을 기록하는 등 4배 이상 가파르게 증가했고, 가계 직접 부담비율은 2013년 기준 84.2%로 OECD 평균인 55.1%보다 높고, 총 의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00년 7.4%에서 2014년엔 8.5%로 늘어났다.

또 예방보다 치료 목적으로 치중된 치과의료의 현실과 전국적으로 치과치료서비스 이용률 역시 크게 차이가 났다. 상대적으로 의료보장성이 취약한 미국의 경우에도 치과 이용률의 75%가 예방과 검진을 위한 방문이지만, 우리나라는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치과치료를 위한 국민들이 경제적 부담은 가중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 정책과 예산은 따라오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치과 외래 진료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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