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진료, '가슴'으로 임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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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진료, '가슴'으로 임할 터…"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09.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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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중증장애인 치과진료소 이충복 원장

 

기자가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 중증장애인 치과진료소'(이하 진료소)를 찾아간 시각, 마침 장애인 한 분이 치과진료를 받고자 진료실로 들어간다.

50대 초반의 휠체어를 탄 남자는 유니트체어에 올라가기 싫다고 띵깡을 부린다. 유니트체어에 앉히는 데만 10여 분. 보호자나 스텝, 치과의사 모두 쩔쩔 맨다.

치료를 받는 동안 내내 아프다고 징징대는 게 겉은 50대 초반이건만 하는 짓은 어린애다. 이후 진료소 이충복 원장에게 들으니 뇌병변 1급 장애인이란다.

"말도 마세요. 이것은 약과예요. 어떤 분은 소리 고래고래 지르고, 심지어 아프다고 (저를) 때리는 분도 있어요."

전국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개설된 수원병원 중증장애인 치과진료소를 책임지게 된 이충복 원장의 얘기다.

그는 작년 9월 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이 정식 개소했을 때 부원장으로 1년간 근무하다. 이번에 수원병원으로 오게 됐다.

장애인 진료를 특별히 하게 된 이유를 물으니, "아무 이유 없단"다. "그냥 인연 따라 오다보니 여기까지 왔다"고 한다.

"학교 다닐 때 몇 번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개원한 이후에는 마음은 늘 있는데, 그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는 잘 나가는 개원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장애인 진료에 뛰어들었다. 마음에서 늘 지니고 있던 뜻을 직접 실천하기 위해서다.

특별히 장애인 진료와 관련해 공부를 했다거나 경험이 있다거나 한 것도 아니라니,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일반인이나 장애인이나 똑같아요. 중요한 것은 '눈높이 차이'일 뿐이지. 나이가 40인데도 어린애 같이 행동을 하면, 그 어린애 눈높이에 맞추면 어려울 게 없어요."

이충복 원장에 따르면, 장애인이라고 치아상태가 더 않은 건 아니라고 한다.

"장애인이니까 더 나쁠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생각을 가진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도가 더 심한 차이는 있겠지만…"

진료소는 이 원장이 출근한 지난 21일부터 진료를 시작했다.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아서 아직 환자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이 원장은 "어제(26일) 정식으로 개소식을 했는데, 여러 기자분들이 오셔서 취재해 갔으니, 이제 이리저리 기사도 나고 소문도 나면 차츰 많아지겠지요"라면서 "어제 개소식 때 경기도치과의사회 김성일 회장님도 오셔서 격려해 주고 갔는데, 많은 경기지역 개원의들이 리퍼를 해주는 등 협조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한다.

진료소는 경기지역 장애인들에게는 일반 수가의 30%를 할인해 준다고 한다.

장애인들을 상대로 진료하려면 부담되지 않냐는 질문에 "머리로 진료하면 부담이 되지만, 가슴으로 진료하면 부담이 없다"는 이충복 원장. 그가 있는 수원병원 장애인진료소가 30만 경기도 장애인들에게 '가슴 훈훈'한 진료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

<이충복 원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사진은 게재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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