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윤의 미국 견문록] 미국여성 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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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의 미국 견문록] 미국여성 멜라니
  • 이상윤
  • 승인 2004.08.27 00:0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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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일도 잘 한다. (제시카라는 예쁘장하게 생긴 21살 먹은 어시스트 엄마는 용접공이다.) 대부분의 미국여성들이 직장에 다니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는 미국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하다고, 역시 선진국이라 다르다고 하는데 그것도 역시 개 풀뜯어 먹는 소리다. 미국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맞벌이로 나서지 않으면 먹고 살수가 없다.

미국여자들이라고 힘들게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할 리 없다. 특히 아이들을 키우는 집의 여성들은 집에 있고 싶어한다. 미국에서도 애들을  제대로 키우려면 엄마들이 한국보다 더 바쁘다. 한국은 봉고차가 싣고 왔다갔다 하지만 미국은 엄마가 차로 왔다갔다 해야한다. 애들이 하다못해 수영이라도 배우려면 엄마가 시간이 나야 배운다.

미국의 있는 집에서는 과외의 종류가 한도 끝도 없다. 미식축구, 농구, 야구등 스포츠는 기본이고 악기, 승마, 체스, 라크로스, 댄스 등등 사교와 경력에 필요한 것들은 개인교습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팀활동, 시합, 지역 경연대회 등등에 참여하면서 한다. 엄마가 몇시간씩 운전해가며 애들 데려다주고 찾아오고 한다.

이런 일이 먹고살기 위해 일나가는 엄마로서 가능하다고 생각되나? 그러니 돈 있는 집에서 미쳤다고 애들 팽개쳐두고 엄마가 나가서 일하고 있겠는가? 무슨 대단한 일이나 하면 몰라도. 물론 미국여성들도 자아실현을 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것도 먹고살기 위해 나가야 하는 직장과는 거리가 멀다. 

미국여성들이 일을 안하면 살수가 없는 이유는 미국인들 평균연봉이 3만 6천 몇백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3만불이면 살기가 굉장히 빠듯한 돈이다. 내가 3년동안 그야말로 유학생 가족으로서 생활비를 아끼면서 생활했는데 일년에 학비빼고 3-4만불 쓴 것 같다.(내가 살던 인디아나폴리스는 물가가 무지 싼 곳이다)

나는 아파트에 살았지만 미국인들은 대부분은 야드와 차고가 있는 집(house)에 산다. 한국에서는 아파트가 부의 상징이지만 미국에서 아파트라는 것은 집을 살 형편이 안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다. 한국으로 치면 저소득층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집에서 살면 돈이 훨씬 더 든다. 유지비도 아파트와는 비교할 수 없이 많이 들고 매달 갚아나가야 하는 돈이 있다.

알다시피 미국에서는 빚으로 집을 산다. 그리고 30년에 걸쳐서 갚는다. 보통 자기 월 수입의 4분의 일 을 넘지 않는 선에서 갚아 나간다. 그래서 모아둔 돈도 없다. 그달 들어온 돈은 거의 그달에 나간다. 대신 큰 돈 들 일은 또 빚을 얻는다. 학자금도 론(loan) 받고, 차나 가구도 할부로 하고, 기타 다 크레딧 카드로 해결한다. 그러니 만약 직장을 잘려서 봉급이 안나오게 되면 당장하는게 이사하는 거다. 집팔고 아파트로 간다. 그나마 집이 팔려야지 집이 기간내에 안팔려서 집 할부금이 불과 몇달만 밀리면 당장 차압들어와서 집 다 뺐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직업의 귀천이 없는거다. 어제 회사에서 폼잡고 펜대 굴리던 사람도 오늘 잘리면 당장 이삿짐회사에 취직해서 이사짐 나른다.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사람들이 깨어 있어 노동의 신성함을 알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절박한 일차적인 요구 때문에 그런거 저런거 따질 겨를이 없는거다.

내가 클리브랜드로 이사올때도 이사짐 나르던 금발의 멋있는 아저씨가 우리보고 짐이 많다고 해서 다운사이징 하는거라고 농담으로 얘기했더니 자기도 2주전에 잘려서 다운사이징 하고 일주일 전에 이거 job 잡았다고 했었다. 어쩐지 덩치는 좋은데 일을 잘 못하더라니...

멜라니의 경우는 혼자 버는데 일년에 3만불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7년전에 이혼한 남편이 애들 양육비로 일주일에 125불씩 보내주고 있다고 했다. 자기는 그거 받아서 쇼핑도하고 옷도 사고 한다면서 우스개소리를 한다. 멜라니의 16살짜리 딸래미는 베이비시터로 일하는데 한시간에 5불인가 받는다고 했다.

뭐든지 미국에 대하여 열등감을 부추기는 한국사람들은 또 고등학생인데 일을 한다고 기특하게 생각하고, 미국사람들이 어렸을 때부터 노동의 소중함을 애들한테 깨닫게 한다고 또 개 풀뜯어먹는 소리 하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그만큼이라도 걔가 버는게 자기 용돈이라도 마련하여 집안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그러는 거다.

이상윤(미국 케이스웨스턴리저브대학 치주과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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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2005-02-01 11:46:53
이선생,
좋은 내용을 이렇게 재미있는 솜씨로 글을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선생의 재능과 그리고 노력 덕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건투를 빕니다.

성원이 2004-09-15 01:59:45
옛날에... 언젠가... 놀라운 세상 같은 TV 프로에서 풀 뜯어먹는 개를 소개했던 것 같은 기억이... 어렵풋...
잘 지내지? 언제나 들어올래나?

한국인 2004-09-07 12:04:06
미국이라는 참으로 한심한 나라에 사느라 고생이 많구려.

많은 것 보고 듣고 경험하고 어서 오기나 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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