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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삶‧사랑…그 마무리를 위해서경건치, 정현채 박사 초청 강연 성료…죽음 및 근사체험 관련 연구동향‧사례 짚어
안은선 기자 | 승인 2019.11.18 17:10
서경건치가 죽음학 연자인 정현재 박사를 초청해 지난 14일 토즈 종로점에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가는 것이다”

다소 종교적이고, 고리타분한 결론이지만 ‘죽음’을 이만큼이나 제대로 표현하는 말도 없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내과학 교수로 오랫동안 죽음을 가까이에서 지켜 봐 온 정현채 박사는 종교인이나 철학자의 관점이 아닌 과학자의 시각에서 죽음을 연구해 온 끝에 내린 결론이다.

그는 지난 14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서울‧경기지부(회장 김의동 이하 서경건치)에서 주최한 세미나의 연자로 나서 평범한 자연인으로서, 의사이자 과학자로서 죽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대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 강연했다.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한 웰다잉(Well-dying)’을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정현재 박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포, 무관심, 부정, 혐오로 대표되는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을 짚으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병원 침상에서 죽음을 맞는 환자들이 늘었고 ‘의료의 패배’ 혹은 ‘실패’로 보는 경향이 짙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박사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죽음과 관련된 단어를 보거나 듣는 것조차 재수 없다고 여기거나 너무 두려워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다고 해서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일까?”라고 물음을 던지면서 “죽음을 벽으로 볼 것이지, 문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유명한 심리학자 칼 구스타브 융은 ‘죽음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알 수 없는 세계로 가는 것’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1970년대 중반, 세계를 유물론적으로 해석하는 현대 과학‧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소위 비과학적인 영역, 알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에 접근하는, ‘근사체험(Near death experience)’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며 그에 대한 사례와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저명 의학학술지 『Lancet(란셋)』에 게재된 네덜란드 여러 병원에서의 근사체험자 연구에 따르면 심폐소생술로 다시 살아난 344명 중 18%인 62명이 근사체험을 했고, 이들 대부분이 비슷한 체험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사체험이라고 규정되는 10가지 요소는 ▲자신이 죽었다는 인식▲긍정적인 감정 ▲체외디탈 경험 ▲터널을 통과함 ▲밝은 빛과의 교신 ▲색깔을 관찰함 ▲천상의 풍경을 ㅎ관찰함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과 친지의 만남 ▲자신의 생을 회고함 ▲삶과 죽음의 경계를 인지함 등이다.

게다가 이 연구에서는 근사체험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삶을 2년 뒤와 8년 뒤에 각각 조사했다. 무경험자에 비해 근사체험자는 다른 사람에 대해 공감과 이해가 깊어지고, 인생의 목적을 잘 이해하며, 영적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울러 사후생에 대한 믿음과 일상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박사에 따르면 이러한 연구들이 보여주는 결과는 한결 같았는데, 바로 죽음이 끝이 아니란 것이다. 수많은 연구사례를 통해 밝혀진 것은 근사체험자 중 10~20%는 뇌 활동이 정지된, 죽은 상태에서도 의식이 있었고 그것이 다시 살아난 후에도 이어졌다는 것.

죽음학의 효시인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의 육체는 영원불멸의 자아를 둘러싸고 있는 껍질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죽음은 존재하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일 뿐”이란 것이다.

정현채 박사

정 박사는 “의료진은 누구보다 더 이러한 체외이탈, 근사체험에 대해 알고 있을 필요가 있는데, 이를 모를 경우 체험자를 정신이상으로 몰아 위축시킬 수 있고, 체험 후 삶의 변화를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근사체험을 자살방지 상담에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종교‧가치관에 관계없이 임종에 임박한 환자가 갖게 되는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평소 죽음에 관심이 없던 사람일지라도 그가 임종에 가까웠을 때 옆에 있어주는 것, 그리고 죽음은 소멸이 아니라 옮겨감이란 사실을 이야기 해 주는 것만으로 죽음에 대한 크나큰 두려움을 감소시켜 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정 박사는 죽음의 질이 가장 높다는 영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에서는 2009년부터 죽음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Dying Matters(다잉매터, 죽음 알림 주간)를 설립, 죽음이 생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리고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 왔다. ‘죽음 알림 주간’은 매년 5월 1주일 간 진행되며 유언장 작성하기, 노후요양계획 세우기, 장기증서 작성하기, 사랑하는 사람에게 소망 이야기하기, 아이들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 나누기 등 죽음 관련 행사가 진행된다. 아울러 죽음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Death cafe(데스 카페) 활동도 활발하다.

또 정 박사는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10대~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고, 노인연령층의 자살률도 OECD 국가 중 1위인데, 이러한 심리의 바탕엔 ‘죽으면 끝’이라는 생각이 깔려있기 때문”이라며 “자살을 하더라도 어려운 문제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또렷한 의식으로 그대로 가지고 가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게 진정한 자살 예방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제안키도 했다.

끝으로 그는 죽음을 대하는 삶의 태도에 대해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며,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라며 “죽음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때 더욱 건강한 삶, 나아가 평화롭고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서경건치 회원을 비롯해 20여 명이 강연에 참석했으며 강연 후 정현채 박사와 ‘죽음’에 관한 못다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안은선 기자  gleam0604@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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