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율 조정 권한 "다시 가입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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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료율 조정 권한 "다시 가입자에게"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6.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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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특별법 시한만료 앞두고 후속입법 촉각…국고지원 규모 25% 유지도

 

지난 2002년 건강보험재정 파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제정됐던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올해 말로 만료된다.

이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특별법을 대신할 후속입법 마련에 분주하고 있으며, 법안심사소위에서 국민건강보험법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심의 처리할 일정을 세워두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3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나 합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의료연대회의는 지난 23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이 국민의 건강권과 보험료 부담이라는 중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결코 졸속으로 처리돼서는 안된다"면서 "아울러 이번 개정안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고 내용 또한 정부의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의료연대회의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이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단 한차례 심의한 것이 논의의 전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마감시한이 1달 반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충분한 의견수렴 및 반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정부의 이번 개정안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 가입자단체들 입장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들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더더욱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개정안 심의 의결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 개정안에는 "건강보험 국고지원을 당해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20%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애초 국고지원은 지난 89년 이래 지역가입자 총재정의 50%(전체의 25% 수준)를 지원하는 원칙이 유지돼 왔으며, 2002년 제정된 한시적 특별법에도 이를 구체화 하고 있다.

즉, 정부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국고지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연대회의는 "정부는 특별법에 따라 매년 지역재정의 5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했으나, 법 시행 이후 한 번도 이를 준수한 적이 없다"면서 "지난 4년간 미지급된 국고지원의 누적금액은 자그마치 1조 5,722억 원에 이르고 있다"고 밝혔다.

법으로 명시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며 이를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전가시켜 왔으며, 이제는 법 개정을 통해 이를 아예 합법화 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 의료연대회의의 생각이다.

또한 개정안에는 "보험료·수가 등 건강보험재정 수입·지출 조정권한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로 통합하는 현행 특별법을 그대로 유지"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건정심을 통한 재정 결정구조는 보험료·수가 조정과정이 건강보험의 핵심 운영원리인 '사회적 합의'보다는 정부의 정칟행정적 논리에 의해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료연대회의는 "특별법상 건정심은 형식적으로 가입자, 공급자, 공익대표가 균형적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정부가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구조는 단기적으로는 효율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국민의 관심과 참여를 배제함으로써 건강보험 발전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한다.

애초 특별법 이전에는 공단 재정운영위원회에서 보험료율을,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에서 요양급여비용을 결정하는 구조였다.

이러한 구조는 가입자에게 자율적으로 보험료 수준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과 동시에 공급자와 정부에 대해서는 보험재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도록 견제하는 기능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평가다.

때문에 의료연대회의는 "현행 재정운영위원회를 개편해 가입자를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가칭 '가입자위윈회'를 설치"하고 "역할과 기능에 있어서도 건강보험제도 운영, 보험료 및 보험급여범위, 급여제도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자율기구로써 위상을 갖도록" 하는 내용이 이번 개정안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료연대회의는 "건강보험법 개정 방향은 건강보험이 새로운 발전과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보장성을 강화할 수 있는 재정구조를 담아내야 한다"면서 "국회가 이러한 현실적 요구를 외면하고 시한에 쫓기어 개정안을 졸속으로 처리하려 한다면 반드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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