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제도 ‘복지부, 의료보장 몰이해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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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급여제도 ‘복지부, 의료보장 몰이해 심각’
  • 이현정 기자
  • 승인 2007.01.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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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긴급토론회…가천의대 임준 교수 “원인 진단부터 틀린 개정안”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급여제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료급여제도 과연 무엇이 문제이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라는 제목의 긴급토론회가 지난 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복지부는 각종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 대한 본인부담금 부과·선택 병의원제 도입·의료급여증 카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하는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19일 입법예고한 바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복지부 의료급여제도 개정 필요성의 근거로 제시한 ‘수급권자 진료비 관련 통계 수캄가 엉터리였음이 드러나 법안에 대한 더욱 거센 반발이 일고 있는 상태다.

건강세상네트워크·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10개 단체로 구성된 의료급여개악안 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긴급 토론회는 한양의대 신영전 교수의 사회로 가천의대 임준 교수가 주발제를 맡아 진행됐다.


▲ 가천의대 임준 교수

가천의대 임준 교수 “복지부, 의료시장 특성에 대한 몰이해”

임준 교수는 정부가 의료급여제도 개선의 근거로 주장하는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의료비용의 낭비’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현실에서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불균등한 조건에서 만나 대리인으로서 공급자에 의해 유도된 수요가 지배적”이라면서 “정부의 주장은 의료시장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단선적인 이해에 기초한 한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외래 방문일수와 관련해 “정부는 건강보험 적용 1인당 외래 방문일수가 14.1일인데 반해, 의료급여 1종은 33.8일이라는 통계를 제시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주장하고 있다”면서 “노인인구수, 질병 유병률 및 중증도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두 집단을 단순 비교한 것도 문제지만, 건강보험의 14.1일도 선진외국의 방문일수에 비해 월등히 많음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속해서 그는 “무상의료를 시행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방문일수가 채 5일도 되지 않는다는 점은 정부가 애써 외면하고 있다”면서 “공급자가 수요를 지배하는 의료시장의 특성과 공급자에 대한 제3자 보수지불방식이 수요를 결정하는 지배적인 요소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행위별로 진료비를 지불하는 현행 보수지불방식이 외래 방문일수가 많은 주요한 이유지, 수급권자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진료비 증가 원인 진단부터 틀렸다”

임준 교수는 정부가 제시한 수급권자들의 진료비 증가원인에 대해서도 “2002년부터 2005년까지 급여대상자 확대에서 만성질환자 및 희귀난치성질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경우 수급권자의 자연적 증가는 적용인구 1인당 내원일수 및 내원일당 진료비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이에 관한 실증적 결과 제시 없이 단순 연도별 증가율 계산으로 문제를 수급권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가 보정 후 발표한 자료에서 입원의 경우 1종 수급권자들의 일당진료비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더 낮고, 입원일수는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난 통계를 제시하며 “일당진료비는 진료강도와 관련 있는 지표인데, 결국 진료강도가 강한 3차 대형병원은 의료수급권자의 비율이 낮고, 진료강도가 낮은 소규모병원에 주로 입원해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임준 교수는 “의료수급권자가 장기요양의 필요가 훨씬 큰 상황에서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소규모병원에 장기 입원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확한 문제의 진단없이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입원일수가 더 높기 때문에 문제라는 식의 정부인식은 문제다 크다”고 비판했다.


“수급권자들에게 5만원은 생존 그 자체가 달려 있는 거액”

임준교수는 이와 같이 문제 진단에서부터 잘못된 의료급여법 개정안은 잘못된 결론을 도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히 건강생활유지비 6천원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 “현재도 이미 급여대상자 중 장기이용환자의 51.58%가 치료로 인한 경제적 부담이 있다고 응답한 통계가 있다”면서 “중증도가 큰 복합만성질환자의 경우 더 큰 부담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복합 만성질환자 중 진료과 자체가 다른 환자의 경우 3~4개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고, 종합병원을 이용하더라도 진료과목이 달라 별로의 처방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6천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훌쩍 뛰어넘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 개정안에서 본인부담금이 2만원이 초과하면 50%를 부담하고, 5만원이 초과하면 전액 보상키로 한 것과 관련해서는 “1인 가구 최저생계비 41만원, 2인 가구 70만원에서 실제 소득의 차액인 20~30만원을 손에 쥐고 살아야 하는 기초생활보상대상자에게 5만원은 생존 그 자체가 달려 있는 거액”이라고 비판했다.


“주치의제도 장점 죽이고, 부정적 요소 극대화한 병의원선택제”

복지부가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희귀난치성질환, 정신질환, 만성질환 중 하나의 질환으로 연간 급여일수가 365일+90일을 초과한 자, 관절염 등 기타 질환으로 연간 급여일수가 365+180일을 초과한 자 및 자발적 참여자를 대상으로 선택병의원제를 실시한다.

대상자는 본인이 선택한 의료기관 1곳에 한해 본인부담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선택병의원제 도입에 대해 임준 교수는 “접근성, 포괄성 그리고 지속성을 기본 요건으로 하는 일차의료의 긍정성은 거세되고 단지 문지기 의사로서 의료서비스를 통제하는 수단적 역할이 부각됨으로써 주치의제도의 목적과 수단이 전도됐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만성질환으로 365일 진료일수를 갖는 대상자 중 상당수가 노인환자라는 점에서 급성질환이나 다른 기타질환에 이환될 경우 진료일수 90일 초과하는 정상적인 경우가 상당수에 이를 수 있다”면서 “단지 진료일수 기준으로 대상자 선택의 기준을 단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의료급여제도를 나락으로 떨어뜨리지마라”

마지막으로 임준 교수는 “지금에서는 그 효과도 의심되는 단기적인 재정 대책을 위해 의료수급권자 전체를 잠재적 범법자나 문제집단으로 사회적인 낙인을 찍는 것이 아니라 의료와 건강의 불형평성 문제가 어떻게 응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의료수급권자를 포함해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접근 방식으로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실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합리적인 의료이용 뿐 아니라 건강관리 지원 등의 질적전환을 이룰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을 전환해야 할 때”라며 정부가 강한 경고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편, 임준 교수가 주발제를 마친후에는 보건복지부 류지형 기초의료보장팀장·양승욱 변호사·보건사회연구원 사회보장연구본부 신현웅 팀장·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김종명 정책국장·빈곤사회연대 유의선 사무국장 등이 토론자로 참석해 의료급여제도 개선안에 관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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