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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지하철에 불지른 사람과 지구촌에 불지르는 부시
송필경 논설위원 | 승인 2003.03.05 00:00


1755년에 리스본에서 대지진이 일어나 3만 명이 죽었다. 이 날은 교회 행사로 신도들이 혼잡을 이루어 사상자가 많았다. 볼테르는 충격을 받고 숙연해졌으나, 프랑스의 성직자들이 이 재난을 리스본 주민들의 죄의 대가라고 본다는 말을 듣고 격분했다. 「신은 재난을 방지할 수 있었으면서도 방지하려고 하지 않았는가, 아니면 재난을 방지하고 싶었지만 그럴 능력이 없었는갯라고 응수했다.

여기에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주창한 루소가 문명 사회를 비판하였다.「인간이 도시에 살지 않고 시골에 살았다면 이와 같은 대규모로 죽지는 않았을 것이며, 인간이 옥내에 살지 않고 옥외에 살았다면 집이 인간의 머리위로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대구에서 또 다시 지하철 참사가 일어났다. 1995년 지하철 공사구간에서 가스 폭발사건이 난 후에도 이런 저런 사고가 이어지다가 결국은 대형사고가 터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참사는 과거의 부실공사나 관리 소홀로 일어난 사건과 성격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문명의 이기이자 산업화의 상징인 지하철이 신나 한 병으로 대량 살상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너무나 끔직한 현실이 닥친 것이다.

지하철은 도시의 동맥이다. 신나 한 통으로 동맥을 끊으니 도시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문명을 누리고 도시에 살지 않을 수 없는 현대인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지하철에 의존하는 도시 서민이 대다수 희생자라는 것이 아픔을 더하게 한다.

단 한사람의 일탈에도 도시가 절단나고 모든 국민이 경악하는 데, 뛰어난 능력에다 문명의 총화를 다 거머쥔 부시가 지구촌에서 벌리는 일을 보노라면 공포의 전율이 느껴진다.

1749년 프랑스 아카데미는 「학문과 예술의 발달은 도덕을 타락시키는가 정화하는가?」라는 논제로 현상 논문을 모집했는데, 루소가 당선되었다. 그는 문명이 선이기보다는 오히려 악이라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까지의 유럽이 문명의 비약적 발전으로 무장한 군홧발로 제3세계의 역사를 피로 얼룩지게 만든 것을 보면 루소의 예지가 오히려 소름을 돋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패권을 거머쥔 미국은 유럽식 제국주의 통치를 끝낼 것이라 보았다. 역사를 그저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미국이 주도하는 산업화와 세계화의 확대에 따른 기술과 철학에 대한 과제들을 훨씬 시급한 현실문제로 받아들였다. 특히 반공주의나 친미 사대주의에 젖은 수구 세력은 미국만이 선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불행히도 제국주의는 한낫 지나간 망령이 아니었다. 압도적인 경제력과 군사력을 지닌 미국식 제국주의는 여전히 세계질서를 강압적으로 이끌고 있다. 미국식 질서는 소파협정에서 보듯이 불평등한 국제관계의 표현이다.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약육강식 질서를 정당화하려는 한 제국주의는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이 원하는 세계질서는 약소국들이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미국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미국의 의도는 우리의 운명을 지배하는 어쩔 수 없는 관계이지만 그들의 힘 앞에 주눅들고 공포를 느끼는 한 우리는 미국의 식민지일 뿐인 것이다. 설사 미국식 산업화는 피할 수 없는 과정이라 하더라도 미국에게 ‘아니다’라고 말 못한다면 영원히 폭력의 올가미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이다. 줏대 없는 산업화는 물적 생산량이 증가한다 치더라도 빈부 격차와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환경파괴와 같은 비참한 결과도 아울러 수반할 뿐이다.

어찌 보면 한 사람이 신나 통으로 문명을 위협하는 거나 현대물질 문명으로 약소국에게 공갈 협박하는 부시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부시의 미국을 바라보면 문명의 발달과 도덕의 성숙과는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 약자의 피를 요구하는 미국 제국주의의 본질은 과거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너무나 명백하다.

「매는 비둘기를 보면 언제나 그것을 잡아 먹었다고 보는가?」
「물론입니다」
「그렇다면, 매는 언제나 같은 성질을 지니고 있는 데 어떻게 인간은 그 성질을 고쳤다고 생각하는가?」

송필경 논설위원  spk1008@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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