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금강산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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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행문] 금강산을 다녀와서…
  • 김혜영
  • 승인 2007.01.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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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자태의 금강산과 감동적인 교예 공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듯,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설악산 보다 한 수 위인 금강산은 눈이 쌓인 일만이천봉이 하나같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지난 12일부터 2박3일간의 일정으로 금강산 여행을 다녀온 우리 가족은 한동안 감동의 물결에 쌓여 있었다.

비록 남북출입소를 정해진 시간에 지나는 일이 무척 번거롭기는 했지만… 비무장지대를 지나는 일이 조금은 스릴 있기도 했지만… 차 안에서는 절대로 사진을 찍어서는 안된다는 규칙을 까먹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 했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은 가 볼 가치가 있고도 남았다.


아침 8시에 현대본사 근처에서 버스를 타고, 처음 금강산 관광지역에 들어선 것이 오후 4시 경.

북한에 들어가는 시간이 오후 2시30분으로 정해져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의 낭비가 많았고 그 때 도착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온천밖에 없었다. 만약 1박 2일의 일정으로 간다면 오전 11시에 남북출입소를 통과해 오후에 한 곳 정도 구경을 할 수 있어 보다 효율적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첫날은 금강산온천에서 온천을 했는데 물도 좋고 특히 노천탕이 널찍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 공중목욕탕을 좋아하지 않는 나조차도 즐기는 마음으로 온천을 할 수 있었다.

저녁식사는 고성항횟집으로 가서 북한의 아리따운 봉사원 아가씨들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회를 즐겼다. 특히 매운탕의 맛이 끝내줬고, 봉사원 아가씨의 재치 있는 입담도 즐거웠다.

시종일관 느낀 거지만 거기 아가씨들 피부가 투명하면서도 발그레한 것이 얼마나 예쁜 지…. "역시 남남북녀구나!"라는 말을 되새김질 할 정도였다.

평양에 있는 대학을 나왔다고 하는 아가씨 한 명은 디지털카메라에 관심이 많아 질문도 한다. 일행 중 한 사람이 예쁘다고 하니까 "앞에 계신 여자분들이 더 예쁩네다"라고 받아넘기는 실력이 보통 아니었다. 식사 후 호텔로 돌아와서 필리핀 남녀 가수들이 신나게 열창하는 우리 가요와 팝송을 안주 삼아 맥주 한잔을 저렴하게 즐겼다.

우리가 묵은 외금강호텔은 원래 '김정숙여사 기념관'으로 북한의 고위관리들이 휴양 차 이용하던 건물이었단다.

현재는 현대아산에서 임대로 리모델링 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오래된 건물이라 희미한 냄새가 나긴 했지만 시설이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호텔에서 잘 자고 아침 7시 40분에 구룡연 산행을 위해 출발했다. 날씨가 추워서 내복 등 최대한 껴입고 나가니 견딜 만 했다.

 

금강산의 봉우리는 거의 돌산으로 돼 있어 눈 쌓인 정경이 정말 멋있었다. 설악산의 최고 능선인 공룡능선을 열 개 이상 이어 놓은 듯한 모습이 자못 장엄하기까지 하다. 아마 가을에 색색의 단풍과 하얀 바위가 어우러지면 눈이 부셔 눈을 뜨지 못할 것만 같다.

아이젠을 대여해서 신발에 착용하고 올라가니 눈 쌓인 길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아 구룡연까지 가는 길은 순조로운 편이었다. 단지 구룡연 근처에는 눈이 언 채 쌓여 있어서 신발 속으로 조금 들어와 버린 이유로 우리 가족은 나무꾼과 선녀가 만났다는 상팔담행을 포기하고 하산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겨울 금강산을 갈 계획이 있는 분들은 꼭 '발 토시'나 '목이 긴 신발'을 준비하시길 바란다.

점심은 옥류관이라는 북한 음식점에서 깔끔한 맛의 쟁반랭면을 먹었다. 봉사원 아가씨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막걸리를 권하길래 거절하지 못하고 한 잔씩 먹었다.

오후에는 세계 제일의 북한교예단의 교예 공연을 보러 갔다. 교예공연은 서커스와 발레, 무용 등을 결합한 종합예술이라 했는데, 악단이 직접 생음악을 연주하는 등 시작부터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니, 공연은 정말 더할 나위 없이 멋있었다.

놀라운 기량과 빈틈없는 기획과 배치, 아름다운 의상과 동작들… 정말 황홀할 정도였다.

 

모든 출연자가 놀라운 실력을 가졌을 뿐 아니라 위험한 연기에도 몸을 사리지 않았고,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다이나믹한 구성과 더불어 관객을 배려하는 코믹연기까지…. 정말이지 완벽 그 자체여서, 내가 마치 북한의 고위관리나 옛 시대의 왕족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저글링이나 줄 돌리기 등 흔한 품목조차도 이들의 공연은 단순한 재주 보이기가 아니라 아이디어의 연속이 어우러진 작품이었고, 어려운 연기들은 그저 탄성의 연속이었다.

출연자들은 인민배우니 공훈배우니 하는 최고의 실력자들로 구성돼 있었고 세계대회에서 1등이나 다른 상을 받은 작품들로 이뤄졌다.

이런 공연은 라스베가스에서 비싼 돈 내도 구경하기 힘들 것인데 30불에 관람을 하다니, 믿기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 개방이 더 진전되면 이런 공연의 진수를 보기는 점점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다시 온천과 저녁 식사를 하고 낮에 옥류관에서 일하는 아리따운 북한봉사원이 운영하는 포장마차 주점을 찾아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서비스를 받으며 저렴한 안주와 한 잔 하였다.

마지막 날은 만물상 또는 삼일포/해금강을 선택하는 코스였다.

전날 점심 때부터 홀짝거리며 마신 술 때문인지 나는 그만 배탈이 나서 구경에 동참할 수 없었고 나의 일정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이윽고 모든 사람들이 2시에 북측출입소를 지나야 하므로 모든 관광객을 태운 20여대의 차량이 일제히 금강산 구역의 광장을 출발했다. 현대아산의 직원 등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번 금강산 관광은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여행을 한 것 같다.

북핵문제 등 악재로 인해 기본 관광객이 많지 않아, 아직은 관광객이나 회사 모두 인간적인 순박한 분위기(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은 편의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후하게 배려해 주는 것 등) 인 것 같아서 좋았다. 내년에는 어른들을 모시고 여름에 계곡을 즐기거나, 가을에 와서 긴 산행을 하고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현대아산은 지금 계속 적자를 보면서 계속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5년에 관광객의 수가 30만 가량 되어서 흑자를 보았으나 2006년에 북핵문제가 터지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고 하는데, 많이 가 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금강산 관광의 허용은 북한의 잘 나가는 사람들이 즐기던 중요한 곳, 남한으로 치면 설악산을 내 준 거나 마찬가지로 결코 사소한 포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의 교예공연을 배치해 준 것이나 최고의 지성과 미모를 갖춘 미녀들을 봉사원으로 보낸 것 등도 단지 외화벌이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적어도 나에게는 감동이 더 컸다.

어쩌면 그들의 혼의 일부분을 남녘 동포들에게 허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지나친 감상일런지… 아무튼 나는 이번 금강산 여행에서 큰 감동을 안고 돌아왔다.



김혜영(서울 치대 89 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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