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喜怒哀樂]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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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喜怒哀樂] 진료실에서 만난 사람들
  • 홍성진
  • 승인 2007.01.24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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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수 많은 송년모임이 있었다. 그 중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성탄 전 금요일에 만난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과의 모임은 비정기적이기는 하지만, 3~4개월에 한번씩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처음 치과의사가 된 그해 2002년에 함께 일한 사람들이 만나는 모임이다. 원장님이셨던 선배 언니,  페이닥터였던 나,  그리고 간호조무사 3명이 구성원이다.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고도 많았다. (이제 와 알게 된 일이지만)  햇병아리인 까닭에  아말감 하나 하는데 30분 넘게 걸려 아무도 어시스트를 하지 않으려 했던 일도 있었고,  회식 때 직원이 한 서운한 말 한마디에 펑펑 울어서 다음날 호빵맨 얼굴로 출근한 일도 있었다. 그만두게 되었을 때는 직원의 집에서 동네가 떠나가게 성대한 환송회를 했다.

진료실에선 서운한 부분도 있는 직원들이었지만, 퇴근 후엔 헤드와 막내를 꼬셔서 술 한 잔 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항상 사람들과 어울리며 사람 속에서 생활했던 대학시절을 끝내고, 사회 속에 홀로 던져져 외로움을 타던 내게는  매달릴 수 있는 의지처였다.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햇병아리는 6년차 치과의사가 되고,  철딱서니 없던 막내는 20대 후반의 나이(사실 나는 그 애가 20대 후반이라는 게 좀 징그럽게 느껴진다.)가 되었다. 누구에게도 이야기하기 힘든 연애 문제들이 그들 앞에서는 이야기 하지 말아야지 하고 맘을 다잡아도 술술 다 나오게 된다.  이제 언니처럼 또 동생처럼 그러한 존재가 되었다. 여행을 가자고 계획을 잡기도 하고, 한 서너달 못 보면 서로 전화하여 약속을 잡자며 부산을 떨어댄다.

나는 지금도 간호조무사와 함께 일한다. 그동안 수많은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와 함께 일했다. 그들과 다들 잘 지내고 있냐.......하면 절대 아니다. 서로가 질색을 하며 떠올리기도 싫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와 함께 일을 했었나?’ 하며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좋은 기억으로 좋은 사람으로 남아있는 사람도 있지만, 아쉽게도 지금껏 계속 연락을 하는 이들은 없다.

스텝으로..직원으로 불리는 그들에 대한 생각은 계속 변하고 있다. 페이닥터로서 그들과 똑같은 고용인이라 생각했던 적도 있고, 같은 의료인으로서 한 팀을 구성하고 그 팀의 수장이 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적도 있다. 마냥 ‘잘 해주어야지’ 라고 생각하다가 뒷통수를 맞고서 절망했던 적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세상 모든 것이 변하듯이 생각도 계속해서 변화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지 변화하는 생각들이 ‘발전’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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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29 16:07:08
자주 오는데도 몰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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