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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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성폭력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하여
  • 곽정민 논설위원
  • 승인 2004.09.03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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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치과계내에서 있었던 성폭력사건과 그 사건을 둘러싼 여러 법정 공방들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학관계자가 치과위생사협회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건은 검찰에서 기소 자체를 하지 않기로 했고, 다른 건도 거의 해결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국면으로 접어든 것이다.
하지만, 본 사건과 관련된 활동을 하면서 알게된 바로는 치과계 내에 성폭력 사건이 적지 않고, 많은 경우 피해자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아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가 버린다고 한다. 이제 이번 사건의 건강한 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할 시점이다.

우선 피해자들을 진정으로 위로하고 다독이며, 우리의 동료로써 제대로 설 수 있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가해자는 적절한 처벌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하며,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또한, 대학 당국이나 치과계의 책임자들은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다음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MBC PD 수첩 '교수와 성폭력'에서 다룬 서강대 교수의 성폭행사건의 경우, 2001년 사건의 K교수는 해임조치를 내리고, 2003년 사건의 국문과 H교수는 파면처분이 학교당국에 의해 내려졌다.
그러나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은 가해교수들은 교육부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재심의를 신청하여, 그 결과 H교수의 징계가 파면에서 파면 취소로, K교수의 징계가 해임에서 정직 3개
월로 감경됐다.

그러나 얼마 전에 있었던 시립대 국문과 J교수 성폭력 사건은 재심의가 기각되어 기존의 해임 조치가 그대로 유지되도록 처리되었다.
서강대에서 있었던 교수 성폭력 사건과 동일한 맥락이었음에도 유독 시립대 사건에만 강경한 처분이 내려진 데에는 재심의가 갖는 문제점을 꾸준히 지적한 언론과 여성단체의 노력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바로 이 점이 지금 우리가 이 사건에 관심을 갖고 계속 의견을 개진해야 하는 이유이다.
가해자가 적절한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가해자 개인에 대한 원망이나 원한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재발 방지의 가장 기초적인 초석이기 때문이다.

직업과 학력 등의 사회적 자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여성단체에 대한 정보, 자신에게 우호적인 주변 관계망, 자신을 변호할 수 있는 언어 등을 확보한 소수의 피해자만이 자신이 피해자라는 사실을 매우 어렵게 말하고, 사건 해결 과정에 재삼재사 피해를 당하지만,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운이 나빠서 가해사실이 드러났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에서 가해자가 적절한 처벌조차 받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사실을 알리고 문제화하겠는가?

재발방지를 위해서 조직적인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치과계의 경우, 피해자가 많이 생길 수 있는 치과위생사협회나 여자치과의사회 등에서 피해자들의 신고 접수와 초기 사건 대응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성폭력예방센터 등을 적극 고민해야 한다. 또한 치과의사협회나 각 치과대학 당국은 가해자가 생기지 않는 사회문화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성폭력예방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성폭력예방 행동준칙 등 적극적인 행동방침을 제시해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도 왜곡된 성문화의 피해자이므로, 우리 모두의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이 없이는 문제해결은 요원할 뿐이다. 사건의 건강한 해결을 위하여 해당 대학 및 치과계의 명확한 판단과 실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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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2004-09-04 15:08:33
참 좋은 내용입니다...내용이 좋으니 눈에 띄게 활자를 크게 하거나 메인화면에서 좀 더 도드라지게 배치할 순 없나요?...[시론]이라지만 내용의 중요성에 비해 제목 글씨체가 넘 빈약한것 같아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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