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유도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신속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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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유도제, 국가필수의약품 지정‧신속 도입”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07.27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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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안전한 임신중지 위한 토대‧체계 마련 의무 방기
모임넷, 복지부‧식약처 등에 책임 있는 답변‧행동 요구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는 지난 26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보건의료인들과 시민들이 유산유도제의 필수의약품 지정 등 국가 책임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요구했다.

지난 5월 4일 약사 172명, 6월 21일 의사 59명, 6월 26일 시민 1,625명이 유산유도제 필수의약품 지정과 신속 도입을 촉구하는 진정서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차례로 제출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1,856건의 진정서를 반려하며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가 없고, 유관부서간 협의가 필요하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보장 네트워크(이하 모임넷)는 지난 26일 오전 11시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식약처의 답변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이들은 식약처가 말하는 ‘이해 당사자’ 간 사회적 합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되물었다. 모임넷은 “유산유도제 도입은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23만 명 이상이 요구했고,  헌법재판소는 ‘낙태죄’ 위헌 판결을 내림으로서 임신중지를 권리로 보장해야 한다는 합의를 한 것”이라며 “임신중지 권리에 있어 최전선 당사자는 바로 여성들이고, 임신중지 의료를 제공하는 일선 보건의료인들도 당사자로 그들이 한목소리로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무슨 ‘이해 당사자 간 합의’가 필요한가?”라고 질타했다.

이어 이들은 “임신중지 관련 핵심 이해 당사자를 배제한 합의는 탁상공론일 뿐이고, 우리의 지정요청을 반려하면서 유관부서간 협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검토하겠다는 식약처 답변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고,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맹비난했다.

또 이들은 식약처가 ‘국가필수의약품’임에도 시장기능만으로는 도입이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고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모임넷은 “지난해 유산유도제 상품 중 하나인 미프지미소 도입 신청을 했던 현대약품이 신청을 자진 취소한 이후, 현재 어느 제약사도 유산유도제 도입신청을 하지 않아 논의조차 전면 중단된 상태”라면서 “식약처는 의약품 제조 또는 수입업체에서 신청을 하면, 절차를 거쳐 도입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는데, 건강권 보장에 대한 공적 책임을 지닌 식약처가 민간 제약사의 신청 없이는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고 계속 수수방관 하고 있겠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모임넷은 식약처가 유산유도제 도입 지연으로 인한 건강권 공백상태를 방임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분노했다.

WHO 발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12주 미만 임신중지에 유산유도제인 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 병합요법은 1순위로 권고되는 등, 약물적 임신중지는 효과적이고 안전한 방법이고, 부작용 발생 확률도 0.15% 수준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 그래서 세계 90여개국에서 안전하게 처방‧복용되고 있다.

모임넷은 “이렇게 안전한 약물을 사용하지 못했을 경우 발생하는 건강권 침해는 다층‧다단하다”며 “외과적 임신중지가 불가능한 여성은 선택권 없이 심각한 건강권 침해에 직면하고, 약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로 인해 온라인으로 약을 구매할 수밖에 없거나, 병원에서도 효과좋은 약 대신 대체 약물을 사용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는 ‘불법 의약품 근절’ 프레임으로만 일관할 뿐 정부 책임 방기로 국내에 유산유도제를 어떻게 공급할지에 대한 계획은 전무하다”며 “여전히 임신중지를 공중보건과 권리 차원이 아닌 통제 대상으로 치부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끝으로 이들은 “낙태죄 비범죄화 3년째 중언부언을 반복하는 이 세 건의 답변서는 우리에게 백지나 다름없다”며 “누구나 안전한 임신중지가 가능하게 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과제인 유산유도제 도입을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보건복지부와 식약처에 인권과 건강권, 과학적 이해에 기반해 책임있는 답변과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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