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없는 평등의료, 70년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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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 없는 평등의료, 70년을 맞다
  • 김기태
  • 승인 2023.08.3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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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련 70주년 기념식 참가기]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김기태 사무국장
민의련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 (제공=김기태)
민의련 창립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한국 보건의료인 대표단과 민의련 관계자들 (제공=김기태)

 

“우리들 민의련은 무차별·평등 의료와 복지 실현을 지향하는 조직입니다.”

2023년 70주년을 맞은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이하 민의련)의 성격과 가치를 나타내는 강령 첫 문장이다. 단체의 기본 입장, 방침, 규범 등을 밝힌 강령은 다음으로 이어진다. 

"전후의 폐허 속에서 무산자진료소의 역사를 이어받아 의료종사자와 노동자·농민·지역사람들이 각 지역에서 '민주진료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1953년 '일하는 사람들의 의료기관'으로서 전일본민주의료기관연합회를 결성했습니다."

패전으로 모든 것이 붕괴된 일본은 의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였다. 주민이나 민주단체, 공산당이나 노동조합의 진료소 설립운동에 의사, 의료 종사자들이 참여해 민주진료소가 전국에 설립됐다. 1953년 민의련(당시엔 전의련) 창립대회 당시 117개 병원, 진료소가 회원으로 참여했다. 노동조합이 경영주체로 출발한 후 법인을 설립하거나 의료생활협동조합, 생활과 건강을 지키는 모임이나 민주단체, 개원의에서 민주진료소 바뀐 의료기관 등 여러 형태의 의료기관들이 함께하게 된다.
 
70년이 지난 2023년 8월 현재, 민의련 가맹 사업소는 1,741곳이다. 유형별로는 ▲병원 142 ▲유상진료소 12 ▲무상진료소 466 ▲치과진료소 78 ▲방문간호스테이션 227 ▲약국 346 ▲약·진(藥‧診)센터 33 ▲간호·개호(요양) 학교 8 ▲검사센터 2 ▲노건(老健)시설 50 ▲개호(요양)의료원 2 ▲재택 개호(요양)지원센터 23 ▲특별양호노인홈 38 ▲침구소 3 ▲연구소 2 ▲헬퍼스테이션 50 ▲그룹홈 22  ▲재택 개호(요양)복지관계 213 ▲케어하우스 11 ▲기타 13곳이다.

또한 사람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끊임없이 소통 하며 강령에서 정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개인, 단체와 손을 잡고 국제교류를 도모해 온 것이 민의련 70년의 역사다.    

2023년 8월 19일 민의련 70주년 기념식이 도쿄돔호텔 지하1층 천공에서 열렸다. 기념식에는 일본 각지의 민의련 사업소 및 해외 관계자들이 70년을 축하하고 되돌아보기 위해 모여 있었다. 한국에서도 12명의 보건의료인들이 참석해 연대와 우정을 확인했다.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이하 사의련) 김봉구 이사장은 연대사를 통해 "오랜 세월 민의련은 생명의 평등을 내걸고 지역주민의 필요에 따라 의료와 개호(요양), 복지활동을 확대해 왔고 생활과 노동에서 질병을 파악하고 생명이나 건강과 관련된 그 시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공동조직과 함께 생활향상과 사회보장의 확충, 평화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수고와 노력을 아끼지 않은 먼저 가신 선배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합니다"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이어 김 이사장은 "한국 사의련도 이런 민의련의 활동을 본받아 민의련의 지극한 관심과 지원에 힘입어 2018년 창립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80개의 의료기관이 함께하는 조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며 "사의련의 해야 할 일도 그동안 민의련이 해왔던 일과 그 성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직 미약하지만 주치의제를 포함한 일차의료의 강화, 방문진료 활성화를 위한 방문의료사업단 운영, 지역거점병원의 확립, 의료전달체계의 확립, 지역사회통합돌봄을 위한 의료, 복지, 돌봄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고 인연과 연대의 뜻을 밝혔다. 

참고로 한국 사의련에서는 매년 회원기관 직원들과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의 민의련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2019년에는 학생들과 함께 오사카, 교토의 사업소들을 둘러봤으며 올해는 회원기관 직원들과 함께 도쿄의 노인요양그룹홈과 병원들을 방문했다. 연수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조직의 민주적인 운영을 고민하는 민의련의 모습에 많은 자극과 감동을 받는다. 

계속된 축사에서 국내외 단체 대표들은 민의련의 가치와 활동에 대한 강력한 지지와 연대를 약속하며 힘을 실었다. 

이어진 민의련 소속 의료인, 직원들의 활동에 대한 회고와 각오를 밝히는 시간에는 참여자 모두 함께 과거의 어려움을 떠올리는 듯 했고 함께 즐거워했다. 이들의 발언에서는 한결같이 자신의 조직에 대한 자부심, 어떤 어려움도 극복해 왔으니 앞으로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울러 7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인 응모기획에 참여한 직원들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기 '나와 민의련', 한 글자로 표현하는 '나의 민의련', 사진 '민의련에서 활동하는 직원들'에 응모한 직원들에 대한 시상은, 자신의 삶과 민의련의 활동이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기념식의 백미는 일본적십자간호대학 카와시마 미도리 명예교수의 '역사의 기로에 서서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책무'를 주제로 한 기념 강연이었다. 72년을 간호사로 지냈던 카와시마 교수는 특강을 통해 전후 78년이 되는 지금의 전쟁과 평화에 대해, 그리고 무산자진료소로 시작해 70년을 이어온 민의련 역사와 활동에 대해 아주 또렷하고 힘찬 목소리로 발표하며 좌중을 숙연케 했다.

이는 민의련 강령에도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인류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는 모든 전쟁정책에 반대하고 핵무기를 없애며 평화와 환경을 지키겠습니다.' 또한 민의련은 헌법9조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헌법9조는 국제평화를 위해 군대를 보유하지 않으며 전쟁과 무력을 영구히 포기한다는 선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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