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가 바라보는 청년의 ‘정신건강’
상태바
한국사회가 바라보는 청년의 ‘정신건강’
  • 김경민
  • 승인 2023.11.09 17: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 김경민(중앙대학교 사회학 석사)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서비스를 이용해 본 적이 있다.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은 지자체에서 만 19세 이상 34세 이하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심리상담 서비스이다.

서울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2023년 제3차 참여자 모집 안내 포스터.
서울시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2023년 제3차 참여자 모집 안내 포스터.

서비스 유형에 따라 심리상담 비용의 10%만 내거나 혹은 아예 본인부담금을 내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신청하려고 했을 때 이미 마감이었을 정도로 경쟁률이 치열했는데 그만큼 요새 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욕구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OECD 국가 중 한국은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특히나 청년층의 자살률이 심각한데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40대 이상 연령층의 자살률은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청년층의 자살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나 여성 청년의 자살률 증가는 더욱 두드러진다. 자살률의 전년도 대비 증감률을 살펴보면 20·30대 여성의 자살률이 지난 2019년부터 각각 25.5%, 9.3% 증가하고, 2021년에도 20대 여성이 16.5%로 계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다.

자살은 불안, 우울 등의 정신장애와 큰 연관성이 있다. 지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를 살펴보면 평생동안 자살, 자살계획, 자살시도 등을 한 사람들 중에서 우울장애(각각 35.4%, 60.1%, 52.0%)의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유병률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또한 우울·불안 등의 장애유병률과 자살 관련 행동을 한 사람의 비율을 보면 모두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치가 말해주는 것은 무엇일까? 한국 사회에서 기성층보다 청년층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우울하고 불안을 느끼고 있는데 이것은 단지 경제적 문제 때문만은 아님을 뜻한다. 

그렇다면 여성 청년이 남성보다 더 우울하고 불안하며 그러한 정신장애가 자살로 이어지는 원인은 무엇인가? 청년자살과 관련한 연구를 살펴보면 이러한 원인을 ‘사회적 배제’에서 찾고 있다.

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박탈감뿐만 아니라 사회적 재화 및 서비스, 정치적 참여, 사회적 정의, 대표성, 사회복지제도 등 사회 전반에서 배제되고 박탈되는 과정, 즉 사회구성원으로서의 박탈이라는 전반적인 과정이 여성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학술지에 나온 연구 『사회 신뢰가 청년의 우울에 미치는 영향(박채림 한창근, 2023)을 살펴보면 청년층에 대한 사회신뢰가 감소할수록 우울이 증가하는데 이러한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또한 차별적 경험이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강초록 조영태, 2012; 김대명, 2014; Fischer et al., 2010; Batz and Tay, 2018)들은 한국 사회가 여성청년들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일 것임을 유추할 수 있다.

당장 지난해 치러진 20대 대선만 살펴봐도 노골적이지 않았던가? 대선 당시 어느 유력 후보 및 정당은 여성들의 투표권이 사라진 것 마냥 여성과 관련한 공약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오히려 여성정책과 제도를 축소시키고자 했다.

또한 남성을 채용하기 위해 여성 지원자의 점수를 임의로 낮게 조작해 탈락시켰다는 다양한 채용비리 건들은 뉴스에 보도되기 이전부터 이미 주변에서 보고 경험했기에 여성청년들에게 전혀 놀랍지 않았으며 지역과 날짜만 다를 뿐 하루에도 몇 번이나 보도되는 여성 살인사건과 성범죄 뉴스들은 일상의 잡음처럼 자리를 잡고 있다.

사회구성원의 우울과 자살 경향은 사회적 조건 내에서 과거에 겪은 사회적 경험이 누적되면서 형성된다는 점에서 사회구조적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에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현재의 자살예방 전략이나 청년정책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에 미달한다. 청년층의 우울과 불안, 자살 등의 원인을 고용의 문제로 제시하면서 ‘실업률 해소’와 ‘취업난 해결’과 같은 고용정책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세운 자살예방전략 역시 자살 관련 사회인식 개선, 개인의 심리 프로그램 및 서비스 지원, 자살수단·정보의 접근성 차단 등에 그치고 있다.

이전보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고 이를 해결해 나가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그 해결책은 여전히 근시안적 대처방식이며 청년층 내의 격차와 이질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아쉽다.

자살의 원인을 우울로, 우울의 원인을 개인·심리적 요인으로 단정하는 것에서 벗어나 청년들의 삶을 노동시장에서의 배제뿐만 아니라 사회 및 정치에서의 다차원적인 배제 전반의 문제들로 파악하고 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해결해 나가야만 할 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