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평화‧연대의 길 20년…계속 함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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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평화‧연대의 길 20년…계속 함께해요
  • 안은선 기자
  • 승인 2023.12.2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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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베트남평와의료연대 이선영 대외협력이사…평연 20년사 발간에 부쳐

사단법인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사장 김현철 이하 평연)의 출발은 지난 1999년 보도된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알려지면서부터다. 당시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이하 건치)는 학살지역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베트남 진료를 결정했다. 이어 2000년 1월 29일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을 구성, 베트남 꽝응아이성으로 첫 진료를 떠나며 화해와 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2001년 7월 베트남 진료 의의와 사업의 가치를 성장시키고 공고히 하고, 타 보건의료직역의 참가를 독려하기 위해 준비를 거쳐 마침내 ‘평연’이 창립됐다. 

평연은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지역으로 알려진 ▲꽝응아이성 ▲빈딘성▲ 꽝남성 ▲푸엔성에 차례로 진료단을 파견하여 생존자와 희생자 유가족, 주민들을 진료했을 뿐 아니라 곳곳에 세워진 위령비를 찾아 참배하고 생존자들의 증언과 베트남 평화운동가 구수정 박사의 강연을 들으며 참혹한 역사를 직시하고 진료 이상의 의미를 배웠다.

평연의 시작은 진료였고, 지금도 평연을 이루는 큰 축이지만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베트남과 관련된 역사적 진실의 회복, 인권, 외국인 노동자, 평화 등 다양하고 전지구적인 연대활동으로 외연을 확장해 왔다.

베트남 학생/NGO 활동가 초청 연수, 베트남 시민단체 굿윌(Good will)과의 연대사업,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문화행사, 2016년 한베평화재단 창립, 2018년 시민평화법정, 2019년 베트남전 진상규명 특별법 제정 활동, 2020년 베트남 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 네트워크 출범, 2023년 베트남전 피해자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한 것 등 한국과 베트남 사이의 평화와 화해로 가는 길목마다 평연이 함께했다.

이번에 발간한 20년사에는 평연의 연대기부터 진료 및 국내외 연대 사업에 대한 평가, 진료사업과 관련한 각종 매뉴얼과 참가기, 파콤 신청서류, 학술자료 등 1999년부터 2022년까지 1,640페이지에 걸쳐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의 평연의 모든 활동과 기록이 담겼다.

20년사 발간 작업을 진행한 평연 이선영 대외협력이사(정발산 사과나무치과의원)를 만나 편찬 작업과 평연에 대한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이선영 이사는 2000년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 1기부터, 지금까지 10번 넘게 베트남 진료와 평연 활동에 참여해 온 ‘찐’이다.

- 편집자 주

이선영 대외협력이사
이선영 대외협력이사

Q. 편찬 작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 평연의 20년을 기념 할 만한 게 필요했다. 평연의 모태인 ‘화해와 평화를 위한 베트남 진료단’부터 사실 20년이 훌쩍 지나긴 했지만, 평연 20주년이 되던 해에 지난 20년의 활동을 정리하고 기념하는 행사와 기록물 작업을 기획했는데 코로나19 펜데믹 등으로 인해 작업이 미뤄졌다. 지난 10주년 때도 10년사를 발간했었는데, 그걸 이어서 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처음부터 하자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Q. 편찬위원들은 누가 있나?
- 편찬위원은 따로 없고, 나랑 이성오 원장, 그리고 현재 평연사무국일을 하고 있는 응우엔티히엔짱(이하 짱) 3명이서 주로 했다. 

짱은 베트남 NGO 단체이자 평연과 오랜 연대를 이어 온 굿윌을 만든 사람이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굿윌은 호치민대 한국어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단체고, 짱은 한국에서 결혼해 살면서 재단 일도 하고, 평연 사무국일도 하는 등 우리와 계속해서 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백서 작업 때도 자료 취합, 기본적인 편집 등 가장 어려운 부분을 짱이 정말 열심히  많이 해 줬다.

Q. 편찬 작업을 하면서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 두꺼워져도 좋으니, 우리가 한 일들을 하나도 빠뜨리지 않도록 하는데 주의를 기울였다. 기록이 있어야 자료가 되고, 이걸 활용할 수 있으니까. 

Q. 편찬 과정 중 새롭게 발견한 게 있다면?
- 우리 평연이 20년 동안 이런 흐름으로 활동해 온 것 자체가 복되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간중간 내가 개인적인 일 때문에 참여하지 못한 사업들이 더 재밌게 느껴졌고, 단체에 사람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도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초창기 자료들을 보면서 ‘어떻게 이렇게 잘했지? 추진력도 있고!’ 하며 새삼 감탄하기도 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짱을 포함한 통역단 학생들과의 만남, 연대단체와의 사업에서 평연이 빠지지 않고 역할을 한 것들을 보면서 감상에 젖기도 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런 역할을 해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Q. 20년사 발간의 의의를 짚자면?
-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잠시 중단되긴 했지만, 평연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진료를 해 오면서도, 늘 같은 방식으로 고루한 방식으로 진료하지 않고 계속 소통하면서 발전시켜 나갔다. 그리고 베트남 안에서 평연이 어떤 활동을 어떻게 할지 계속 고민해 온 흔적들이 20년사에 담겼고, 이걸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특히 베트남전과 관련해, 평연의 출발부터 지켜 온 화해와 평화를 위한 활동을 건치를 비롯한 의료인들이 한 번 쯤은 같이 생각했으면 한다. 단순히 베트남에 가서 해외 봉사활동을 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들이 있다는 걸 발견하면 좋겠다. 또 베트남 관련 국내외 단체들도 베트남 현지와 한국에서 어떻게 활동할지를 함께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Q. 진료 이외에 연대활동에 대한 평가와 과제는?
-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평연이 의료를 매개로 피해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고민하면서 끌고 온 것들이 지금의 베트남 평화 운동을 끌어가는 토대가 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진료단이 가서 보고 배우는 것도 의미가 있고, 베트남 현지 학생들이 통역단으로 와서 같이 부대끼면서 양국의 비극적 역사를 마주하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이걸 학살의 역사를 베트남에 알려내고 필요한 사람과 자원을 연결시켜 온 것도 의미가 크다. 

진료 측면에서는 초창기엔 현지 진료소를 세우는 사업 추진 의지도 컸는데, 베트남의 사회‧경제적 성장과 더불어 의료수준도 높아지고 해서 다른 방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8년과 2019년에 베트남 치과의사가 결합해 진료한 적이 있었는데, 이후에 그 친구가 다른 동료를 소개하고, 넓어져 가는 게 어쩌면 평연이 처음 생각했던 의료적 지원과 그 이상이 아닐까 한다.

사실 역사적 진실이라는 게 어떻게 풀어야 끝이 나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위안부 문제처럼. 처음엔 우리도 사과를 했지만,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게 필요했고 생존자와 유가족 지원과 그 마을 주민들을 위한 연대활동을 계속 고민하면서 해 왔다. 지금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가 아닌 친구처럼 함께 활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펜데믹 때문에 2019년 20기 진료를 마지막으로 평연 진료가 끊겼다가, 4년 만에 내년 3월 다시 22기 진료단을 꾸려 나가게 됐다. 사실 2022년 11월에 파콤에 베트남 현지 진료 허가를 신청했는데, 올 10월에야 허가가 떨어졌다.

내년 3월 9일부터 17일까지 꽝남성에서 치과와 한의진료를 할 계획이다. 급하게 결정돼 진료단을 모집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다. 평화를 위한 의료연대의 길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많은 분들이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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