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전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상태바
“베트남전쟁의 불편한 진실과 마주해야”
  • 이인문 기자
  • 승인 2024.02.21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평연, 22기 베트남진료단 발대식… 내달 9일부터 17일까지 꽝남성 유이응아이 마을서 ‘진행’
평연 제22기 베트남진료단 발대식이 지난 17일 서울 신흥사옥에서 개최됐다.
평연 제22기 베트남진료단 발대식이 지난 17일 서울 신흥사옥에서 개최됐다.

베트남평화의료연대(이사장 김현철 이하 평연)가 지난 17일 서울 중림동 신흥 본사 13층 강의실에서 제22기 진료단 발대식을 열고 베트남에서의 진료활동 성공을 다짐했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중단됐다 4년 만에 재개된 평연의 베트남 진료는 오는 3월 9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꽝남(QUANG NAM)성 유이쑤옌(DUY XUYEN)현 유이응아이(DUY NGHIA) 마을에서 진행된다.

호이안 강 건너편 아래 위치한 유이응아이 마을은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벌어진 곳이다. 1969년 10월 3일 한국의 청룡부대는 이곳에서 노인과 임산부, 어린이 등 총 149명의 민간인들을 학살한 바 있다.

평연 진료단은 이곳 응엔반쪼이 중학교와 유이응아이 보건소에서 오는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각기 치과진료와 한의과진료를 펼치면서 유이응아이 마을주민들에게 사과와 평화의 마음을 전할 계획이다.

베트남 도착 다음날인 오는 3월 10일에는 베트남전쟁 당시 미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이 자행된 선미(밀라이) 전쟁유적지와 유이쑤옌현 2곳의 위령비를 참배하고 유우엔 떤 쿠이, 응엔 응옥통 등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 당시 생존자들과도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

평연 김현철 이사장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중단됐던 베트남진료가 4년만에 재개됐다”며 “가슴 아픈 역사적 사실들앞에서, 그리고 현재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쟁의 상황 속에서 피해자들의 아픔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에 커다란 무력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전쟁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평연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현철 이사장
김현철 이사장

이성오 진료단장도 “올해 진료단은 큰 전환점을 준비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다. 발전하는 베트남 상황에서 새로운 활동전망을 모색하는 진료단이 돼야 하기 때문”이라면서 “한국 의료진만이 아니라 베트남 대학생과 베트남 치과의사, 베트남 관리들, 그리고 피해자들이 함께 어우러져 평화라는 하나의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평연 진료단의 원칙과 목표를 잊지 말고 성과와 의미를 모두 얻어가는 진료단이 되도록 하자”고 전했다.

응엔반쪼이 중학교에서 진행되는 치과진료에는 치과의사 10명과 치과위생사 9명, 베트남현지 치과의사 3명, 통역 25명 등이 검진·보존·치주·외과·TBI·소독 등 6개팀으로 나뉘어 참여한다.

22기 진료단 김용주 치과진료부장은 “치과진료를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먼저 검진을 통해 학생들의 진료과정을 확정한 후 보존과 치주, 외과 팀에서 치료를 진행한 후 학생들 반별로 TBI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진내용과 그에 따른 치료정보는 전자차트로 기록해 기록보존 및 통계자료로 사용될 예정이며 4대의 유니트체어가 설치되는 보존팀에서는 주로 상하악 영구치를 대상으로 예방 및 초기 충치 위주의 레진치료를 진행할 계획이다.

유니트체어 7대가 설치되는 치주팀에서는 치석제거 전 거울로 스스로의 잇몸상태나 치석을 확인토록 할 방침이며, 외과팀 발치는 영구치는 가급적 하지 않고 주로 잔존유치를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김용주 치과진료부장.
김용주 치과진료부장.

유이응아이 보건소에서 진행되는 한의과진료에는 한의사 3명과 한의대생 4명, 통역 5명 등이 참여한다.

김지민 한의과진료부장은 “베트남인들의 위생청결상태는 한국인들과 다른 상황으로 감염성 질환에 노출돼 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으므로 치료시 절대 유의해야 한다”면서 “지침 전 소독과 발침 후 소독을 반드시 진행하고 습식 부황은 가능한 회피하며 뜸을 쓸 일은 많지 않으리라 보이지만 화상으로 인한 2차 감염이 위험하므로 화상이 생기지 않도록 절대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대식 이후 진행된 ‘평화 강연회’에서는 신세계 극단의 김수정 대표가 ‘동시대의 평화롭지 않은 평화운동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로 ‘늙어버린 베트남전쟁으로 연극하기’ 강연을 펼쳤다.

그는 “처음으로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학살을 마주했을 때는 너무 큰 충격으로 왜 몰랐지? 왜 숨겼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왜 가만히 있지? 등의 두서없는 생각들이 떠올랐다”며 “민간인학살 피해자들이 불쌍하다는 연민과 조금의 도움을 주면서 대신 속죄하고 반성하는 도덕적 우월감보다는 한국인으로서 베트남전쟁에서의 불편한 가해자성을 마주하면서 누가 죽었고, 누구 때문에 죽었고 왜 어떤 일이, 어떻게 일어났었는지를 정확하게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정 대표
김수정 대표

아울러 김 대표는 “대한민국은 망각이 일상화된 사회로 세월호나 이태원 참사처럼 기억해야 할 것은 가리고 기억하지 말아야 할 것만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가 불편함과 마주하는 것을 피하고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려 한다면 대부분의 사건이 가지고 있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영원히 잃게 될 것”이라면서 “극단 신세계는 이 세계가 불편해하는 진실들을 공연을 통해 자유롭게 하고자 한다. 주제와 형식의 제약 없이 우리의 말과 우리의 몸으로 지금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평연 안진우 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발대식은 ▲진료단 활동영상 시청 ▲문화공연 ▲아이오바이오 이슬아 팀장의 ‘큐레이 사용 설명’ ▲평연 김현철 이사장 및 이성오 진료단장 인사말 ▲22기 진료단 이선영 총무의 ‘답사지역 안내’ ▲김용주 치과진료부장의 ‘치과진료지침 안내’ ▲김지민 한의과진료부장의 ‘한의과진료지침 안내’ ▲극단 신세계 김수정 대표의 ‘평화 강연회’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식전 문화공연 장면(왼쪽부터 김용주 치과진료부장, 이영 회원)
식전 문화공연 장면(왼쪽부터 김용주 치과진료부장, 이영 회원)
발대식 장면.
발대식 장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