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지난 2월 일방적으로 ‘의료개혁’이란 이름으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을 밀어붙였다가,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 되고 총선이 다가오니 이제는 전공의들의 면허정지를 미뤄 주고, 2천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은 ‘지역‧필수 의료 재건 특별회계’ 편성을 의료계와 논의하라고 참모진에게 지시하는 등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다. 의사들의 저항에도 의대증원이라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며 80억 원의 세금을 들여 광고를 한 게 엊그제 같은데, 정부가 자기 자신의 말을 번복하고 있다.
이에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이하 본부)는 오늘(27일) 성명을 내고, 이러한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본부는 “의사와 병원은 지금 자기 밥그릇이 축날까 의대 증원에 반대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이어가고 있는데, 정부는 ‘의료개혁’을 하겠다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모순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단체와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고,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이 왜 가짜인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들은 정부의 ‘의료개혁’ 중점 5대 재정사업에 ‘공공의료’란 단어도, 그 내용도 하나 들어있지 않다며 이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참고로 ‘의료개혁’ 중점 5대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 ▲지역의료 발전 기금 신설 ▲필수 의료 재정지원 대폭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재원 확충 ▲필수 의료 연구개발 R&D 예산 대폭 확대 등이다.
본부는 “국가책임제, 지역의료 라는 용어를 쓰지만 실제 내용은 뜻에 맞지 않으며, 전공의 수련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전공의에 의존하는 병원 자본을 통제하지 않고서는 수련 환경 개선은 요원할 것”이라며 “정부의 말, 의도,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수익이 최고 가치인 민간병원들에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돈벌이가 안되는 지역‧필수의료로는 돈과 인력이 가지 않을 것이므로, 민간 병원들에게 세금을 퍼주는 꼴밖에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정부는 이번에도 ‘지역 거점 병원 등의 연구 기능 강화와 첨단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R&D 예산 대폭 확대’라는 의료 영리화 내용을 끼워넣었다”면서 “지금까지 병원 연구 기능 강화와 ‘바이오’ 운운은 대부분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연결된 것이었고. 기술발전 보다는 주식 시장을 띄워 큰 손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돼 왔는데 여기에 정부 재정을 투자하는 게 어떻게 필수 의료 재건인가?”라고 되물었다.
끝으로 이들은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이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가 인상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우려했는데, 그렇게 정리될 것 같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재정을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성명] 윤석열 대통령실이 오늘(27일) ‘지역·필수 의료 재건을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하는 등 과감한 재정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언뜻 보면 좋은 얘기로 들린다. 윤석열 정부가 의사 파업에 이렇다 할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공의들의 면허 정지를 미뤄 준 데 이어 2000명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의사 파업이 총선에 악영향을 줄까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로서는 그동안 쏟아낸 말 때문에 당장에 2000명을 줄이겠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건강보험 수가 인상에 이어 정부 재정도 과감하게 퍼주겠다며 분기탱천한 의료계 달래기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뒷걸음질은 의협과 파업 의사들에게 자신감만 더해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 먼저, 정부 예산을 의사·병원 단체들과 논의한다는 발상이 놀랍다. 이것은 명백한 특혜다.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이 왜 가짜인지 보여 주는 것이다. 의사·병원들은 지금 자신들의 밥그릇이 축날까 봐 의대 증원에 반대해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의료 개혁’하겠다면서 이들에게 특혜를 주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과 예산을 논의해 의견을 반영하면 그 예산이 의사·병원들에 유리하게 편성될 것은 뻔하다. 둘째, 지역·필수의료 공백은 공공의료 확충 없이는 절대로 메울 수 없다. 셋째, 이번에도 ‘필수 의료’에 의료 영리화 내용을 끼워 넣었다. 지역 거점 병원 등의 연구 기능 강화와 첨단 바이오 생태계 구축을 위한 R&D 예산을 대폭 확대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병원의 연구 기능 강화와 ‘바이오’ 운운은 대부분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와 연결된 것이었다. 이번에는 필수의료를 명분으로 내세웠을 뿐이다. 첨단 바이오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맞물려 제대로 된 기술 발전보다는 주식 시장을 띄워 큰 손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는 수단이 돼 왔는데, 여기에 정부 재정을 투자하는 게 어떻게 필수 의료 재건인가. 우리는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 파업이 의대 증원 규모를 줄이는 대신 수가를 인상(의료비와 보험료 인상)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우려했는데, 오늘 윤석열 정부의 의료계 달래기 예산 퍼주기 발표는 의사 파업이 결국 그런 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징후인 듯하다.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의료 개혁이 가짜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과 정부 재정을 민간 병원과 의료 영리화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급한 공공의료 확충을 위해 과감하게 투자하라. 2024. 3. 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