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읽기] 전경린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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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읽기] 전경린 '황진이'
  • 김철신
  • 승인 2004.09.10 00: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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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아니라 삶을 잃는것이 진짜 죽음이니...
역사속의 인물을 다루는 소설은 일견 쉬운듯하면서도 제대로 풀어내기가 무척 어려워 보인다.

그 인물의 인생여정 자체가 역사속에 남아있다는 것은 곧바로 그 삶이 녹녹치 않았다는 증거이니 그 삶자체가 훌륭한 소설이요, 예술이 될것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하면, 소설이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창작해내는 것으로 이미 알려진 삶이 구속이 될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반전과 굴곡과 역경이 많은 삶을 주인공이 살아왔다고 하나, 이미 그 삶의 궤적과 종말을 우리가 알고 있다면 흥미는 또한 반감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인물소설쓰기(내나름의 명칭이다)는 이 두가지 요소를 얼마나 잘 엮어내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할것이다. 그 삶의 드라마틱함을 살려내면서, 그 결말을 보아버린 독자에게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게 하는것. 바로 이것이 소설의 핵심이 될것이다.

전경린의 소설 '황진이'는 이런 점에서 성공한 역사인물소설이 될것이다. 줄거리는 다 아는 데로 송도의 명기 황진이가 기생이되고, 사람을 만나고, 시를 짓고, 사랑을 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전경린은 황진이의 실존과 삶과 사랑의 의미를 관통시킨다. 황진이의 드라마틱한 삶의 궤적을 쫓아가면서 우리는 작가가 제기한 인간의, 특히 모든 사회적지위가 거세된 인간의 실존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그속에서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황진이의 삶은 조선시대에 있지만 그의 고민은 시대를 넘나들며 우리의 가슴을 파고드는 것이다.
"죽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는 것과 삶을 잃는 것이 있다. 이땅에는 삶을 잃은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서화담의 말속에 작가의 고민이, 황진이의 번뇌가 있었던 것이고, 현재를 사는 나와 소통하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얼마전 아주 젊은 작가의 템포빠른 소설을 보다 묵직한 소설을 보니 느낌이 새롭다. 소설읽기의 또다른 맛이다. 잘짜여진 구조와 치밀한 묘사와 군더더기 없이 정갈한 문체... 참 좋은 작가의 좋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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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홍 2004-09-15 01:21:12
이 평을 읽으니....마치 황진이가 시대에 대한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 여인인 것처럼 느껴지는데, 진짜 그랬나요? 그냥 유명한 기생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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