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로비와 나쁜 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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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로비와 나쁜 로비
  • 김용진 논설위원
  • 승인 2007.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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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장동익 회장의 금품로비 발언이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선출직 회장으로서 회원들에게 자신의 치적과 노고를 자랑하고 싶어하는. 더구나 최근 단체내에서 여러가지 문제로 사퇴압력을 받아오던 회장으로서 어느 정도는 과장되게 로비내용을 부풀렸을 가능성이 높고, 또한 정치권과 정부와 오랜 로비를 해오던 경력으로 볼 때, 아마도 조사결과가 '불법'으로 판명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법의 맹점을 이용한 다양한 '편법'행위는 언론의 질타를 받게 될 것이다.

이익집단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집단 혹은 개인이 자신에게 관계있는 관련 정책이나 업무를 결정하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의사를 전달하고, 유리한 결정을 내리도록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 과정에서 정책결정권자나 기관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점을 발견해 시정할 수도 있고, 보다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한 과정을 로비라고 한다면 로비는 정상적인 의사의 전달과 소통의 방법 중의 하나이고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은 투명하고 깨끗해야 하며,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금품과 관련해서는 정치관계법에 상당히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는데, 물론 여기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편법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는 하다.

주로 기업들이 많이 해서 널리 알려진 방법인데, 기업이 내는 큰 돈의 로비자금을 기업의 임원을 비롯해 여러 주변사람의 이름으로 소액으로 나누어서 후원금으로 지불하는 것인데, 아마도 의협도 이런 방법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된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방법으로의 정치자금의 제공이 한번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는데, 기업이나 협회의 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한 것도 아니고, 법률적으로 정치자금관계법을 어긴 것도 아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대가성 여부'를 따져서 법의 심판을 하겠다고 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익단체가 아닌 시민단체는 어떻게 '로비'를 할까? 그것은 끊임없이 자료를 제공하고, 찾아가서 설득하고, 시위하고, 규탄하고, 보도자료 보내고, 질의하고, 비판하고, 언론에 기고하는 지난하고 긴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국회의 경우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일부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 관심을 갖고, 문제의 중요성을 알게 되면 국회의원을 앞세워서 기자회견을 하거나 조금 더 나아가 토론회를 하고, 정책이 좀더 구체화되면 정책보고서를 국회의원실 이름으로 발간하게 된다.

이렇게까지 그저 맨입으로 진행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한국 사회에 중요한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인가? 수많은 법률안과 그안의 더 많은 법률조문들, 사건 사고, 정당의 정치일정과 지역구 유권자 관리 등 국회의원의 일정표를 보면, 그들이 처리하는 법률안의 제목도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 바쁘신 국회의원이 맨입으로 덤비는 시민단체의 일에 (그것도 유명 시민단체도 아닌 시민단체의 일에) 관심을 갖기란 정말 어렵다.

사정이 이러하니, 빠른 일처리가 필요하고, 당장 이해관계가 달린 이익단체로서는 모든 연줄과 방법을 강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학연, 지연, 혈연을 동원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식사대접, 술대접, 골프대접 등 온갖 방법의 대접을 하고, 합법적인 정치자금지원을 넘은 금품로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문제는 그렇게 되도록 한 구조적, 제도적 문제를 해결하려고 정치권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률안이나 정책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다양한 의견 수렴절차가 충분하다면, 그리고 그런 의견 수렴절차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불법, 탈법, 편법적인 로비는 없을 것이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의 과정만 해도, 겉으로 보는 모양은 의료단체와 시민단체까지 포함한 모임을 구성해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듣는 과정을 거치는 '참여형' 모양새를 갖춘 것은 사실이다.

보건복지부는 이 점을 들어서 의료계의 반발을 이미 합의한 것이라면서 비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실제로 의료단체나 시민단체로부터 정부의 의료법 개정의견에 대해서 '합의'를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결국 형식상 거치는 과정으로써 의견을 '청취'만 했지, 지적사항을 인정해 반영하거나 의견차이를 조율하여 조정한 흔적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특히 시민단체가 제일 문제가 되는 조항으로 지적하는 의료상업화 관련 조항은 애초의 과정에서 이문제에 제일 적극적인 비판을 하는 보건의료시민단체를 아예 제외했을 뿐 아니라, 이후 공청회와 토론회, 입법예고기간의 의견수렴과정에서도 계속 비판과 삭제 요구가 나왔지만 전혀 모르쇠로 일관했다.

구강보건팀 해체논의 과정에서도 시민단체가 장관에게 사실 여부를 밝히고, 구강보건사업 증진 방안을 밝히라는 요구를 해 왔고, 면담요구를 했음에도 대답없는 메아리로 있다.

의견수렴절차가 미비하거나 정책결정권자가 있는 의견수렴절차를 형식화해버리게 되면, 결국 돈없는 시민단체나 개인은 격렬한 행동을 취하게 되며, 돈있는 이익단체는 불법, 탈법, 편법적인 로비에 매달리게 되는 것이다.

이번 의협 장동익 회장의 금품로비 의혹 사건을 통해, 국회의 의견수렴절차와 국민참여형 정부 정책결정의 제도화를 좀 더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편, 치과계를 비롯한 의료계도 합리적이고 투명하면서 효율적인 정책반영과정을 위해 좀더 노력하게 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김용진(건치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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