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가 좋을까 비영리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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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가 좋을까 비영리가 좋을까
  • 리병도
  • 승인 2004.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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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구 중 4,500만명 의료보험에 못 들어 의료사각지대에 방치
재경부의 경제특구 내 영리병원 허용을 둘러싸고 영리와 비영리가 의료제도 문제에서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비영리 위주인 캐나다와 영리 위주인 미국의 보건의료제도를 비교해 보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두 나라는 국경을 마주 하고 있으면서도 의료상황은 기막히게 서로 반대 상황인데, 미국이 OECD국가 중 유일하게 전국민건강보험제도가 없는 반면에 캐나다는 전세계적으로도 완벽한 사회보건의료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두 나라 정부는 유사한 보건의료전달체계를 갖고 있지만 두 나라간 중요한 차이는 건강보험에 있다. 캐나다에서는 모든 시민들은 Canada Health Act에 의해 보험에 가입된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건강보험에 개인적-대부분 고용주가 부담한다-으로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그래서 4500만명의 미국인이 어떠한 건강보험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2001년에 캐나다는 정부예산 중 16.2%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미국은 그 비율이 17.6% 였다. 이를 1인당 보건의료비로 환산해보면 미국은 캐나다보다 더 많은 보건의료비를 지출함을 알 수가 있다. 2001년 캐나다는 1인당 1533달러를 쓴 반면 미국은 1인당 2168달러를 썼다.

미국정부가 1인당 지출을 더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도 미국에서 보건의료비 지출이 더 많았다. 캐나다에서 평균 개인적으로 또는 사적보험회사(치과 안과 약제비에 대한)에 지출한 돈이 1년에 630달러인데 반하여 미국에서는 그 금액이 2719달러였다. 2001년에 미국은 GDP의 13.6%를 보건의료비로 지출했고 캐나다는 단지 9.5%만을 지출했다.

미국에서 추가된 비용은 높은 임금을 받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들에게 들어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의료수가가 주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협상에 의해 정해진다. 미국에서는 수가가 자유(?)로운 시장에 의해 정해진다고 하지만 거대 보험사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런 점이 미국에서의 고임금을 유발하고 있고 이는 의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에서의 또 다른 매우 비싼 비용은 처방약 값이다. 캐나다는 환자에게 부담을 적게 하도록 엄격하게 규정한 법을 갖고 있다. 성분명 처방도 곧 허용될 전망이다. 캐나다의 의약품시스템은 주정부가 시장에 대한 지배력을 갖고 약 가격을 인하하기 위해 원료를 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주고 있다.

세 번째 중요한 다른 점은 미국에서는 거액 의료과실 소송이 유행이라는 것이다. 의사과실에 대해 환자에게 수백만 달러를 지불하게 하는 재판이 수시로 이루어지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이런 소송이 매우 적다. 캐나다 법에서는 미국에서라면 수백만 달러의 보상을 줄 고통이나 손해에 대해 사실상 아무 보상도 해주지 않는다.

캐나다의 보건의료시스템은 매우 경제적인 반면에 건강지수를 비교해보면 미국보다 더 좋은 상태다. 2002년 평균 수명은 미국이 캐나다보다 대략 2.5년이 적다. 캐나다의 평균수명이 79.8세인데 반하여 미국은 77.3세였다. 영유아 사망율도 미국이 현저히 높다.

1997년 여러 암에 대한 사망률을 매년 10만명 당 사망률 수치로 보면 캐나다가 약간 더 좋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특기할 점은 같은 암 종류에 대해 미국 환자들이 캐나다보다 두 배의 비용을 더 쓰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미국인 중 가난한 하위 20%를 건강통계에서 뺀다면, 캐나다와 미국의 평균수명이나 영유아 사망률은 거의 비슷하다. 이러한 불일치는 미국의 가난한 사람들이 의료혜택에 접근할 수 없어 건강상태가 매우 나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는 것은 그들의 나빠진 건강상태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있다.

반면에 미국의 부자들은 캐나다 부자보다 더 건강해지고 있다. 소수의 좋은 건강상태는 사회경제적으로 보다 아래 계층의 수많은 사람들의 나빠진 건강상태를 결코 상쇄할 수는 없다.

가난한 미국인 중 1/4이 만성적인 건강이상을 갖고 있는데 이는 캐나다와 비교해서 매우 높은 수치이다. 이 문제는 그들이 직업을 찾거나 그들의 경제적 상황을 향상시키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좋아진 건강은 사회적 유동성을 좋게 하여 미국에서보다 캐나다에서 사회적 신분 상승을 더 쉽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선거 때마다 보험이나 건강 의료관련 문제 등이 중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의 경우도 이제 의료시스템의 본격적인 전환의 시기에 도래하고 있다. 처음 출발할 때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면 그 고통은 모두 우리 국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80% 이상을 민간에 의존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보건의료의 비영리 유지는 우리나라 보건의료 시스템의 출발부터 가장 중요한 주춧돌이 될 수밖에 없다. 의료의 비영리는 국민의 최소한의 의식주(醫食住)를 담보하는 길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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