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트리]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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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트리] 재무설계(Financial Planning)의 시대
  • 신상훈
  • 승인 2007.07.19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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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변화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알아채기에는 너무 느리게 진행된다. 그래서 변화의 흐름을 읽으려면 오히려 멀찍이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소중한 것들이 그것과 멀어졌을 때 오히려 의미가 분명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은 주어진 환경의 변화에 따른 결과와 자기 자신의 의지와 신념에 따른 선택의 결과로써 마치 씨줄과 날줄이 엮여 비단을 만들 듯 만들어진다.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가 죽는 날 까지 지켜야 할 가치들도 있다.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변화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재무설계는 인생의 포석

바둑은 동양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이자 두뇌 게임이다. 바둑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중국의 요순시절로 올라갈 만큼 유서가 깊다. 가로 세로 19줄의 바둑판에서 흑백의 돌이 엮어내는 이야기는 다양함에 있어 인생과 비유될 정도이다.

바둑을 조금이라도 둬본 사람이라면 포석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다. 포석은 얼마만큼의 영토를 차지할 것인지를 선포하는 것이자 싸움을 위한 진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으로 보자면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고 바둑판 전체를 고려한 전략적인 결정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수는 포석에 공을 들이고 하수는 싸움을 좋아한다.

하수의 바둑은 바둑판 전체가 아니라 싸움이 붙는 곳에 집중한다. 이른바 '땅따먹기'를 하는 것이다. 분명히 상대방의 돌을 빼앗았는데 상대방은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하수가 집 싸움에 몰입한 사이 상대방은 세력을 만든다. 하수의 행동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재테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재무설계는 ‘인생 전체’를 놓고 세우는 재무계획이다. 바둑으로 치자면 포석인 셈이다. 초보자에게는 포석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포석을 모르고 바둑에 고수가 될 수 없듯이 재무설계를 하지 않고는 인생의 긴 여정에서 성공하기 힘들다. '땅따먹기'는 하수끼리 하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

목표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사는 사람도 별로 없다.

막연한 기대는 목표가 아니다. 목표는 그 것을 실현시킬 만큼의 재무적 토대를 필요로 한다. 좋은 집에 살고 싶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주택을 구입할 돈이 필요한 것처럼 재무적 뒷받침이 없는 목표는 공염불이 되기 십상이다.

목표를 정하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원하는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적 시간적인 한계를 고려한다면 우리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만 하는 것 중에서 우선해야만 하는 것부터 추려내야 한다. 목표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 것이다.

돈을 충분하게 마련하지 못했다면 40평형대 아파트에서 30평형대 아파트로 옮겨 살 수 있다. 이것은 불편함을 감수하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돈이 없다는 이유로 자식이 공부를 하고 싶다는데 공부를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자녀의 교육자금 마련은 그래서 '해야만 하는 일'이 된다.

재무설계에서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다. 막연하게 자녀를 유학 보내고 싶다는 목표가 아니라 10년 후에 (timed) 미국 아이비리그(specific)내 대학에 연간 학비 5,000만원(measurable)씩 4년간 보내기 위해 현재 수입으로 투자 가능하고(attainable) 보내야 할 충분한 이유(reasonable)가 있는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체적인 목표들은 상호간에 충돌이 발생한다. 현재의 삶을 중시하다 보면 장래의 지출에 대비하기 어렵고 미래만을 위해서 현재의 삶을 무작정 희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인생 전반에 걸친 자금흐름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어느 한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재무목표의 달성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재무설계는 시대변화의 증거

이렇게까지 신경 쓰면서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평균적인 미국사람들은 '오늘 누구누구와 맥주 2잔에 5달러 지출함'이라고 기록하며 살아야 할 만큼 팍팍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 평균적인 소득기간이 줄고 있다.

또한 업종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조세부담 또한 갈수록 늘어가는 추세를 감안하면 치과의사의 수입은 현 수준을 유지하기 벅찰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소비수준을 한꺼번에 줄이기도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비록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삶의 수준을 떨어뜨리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저금리시대에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자산운용수익을 높이지 않으면 선배들과 수입이 같더라도 선배들과 같은 수준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목표와 수단을 최적화하여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재무목표 달성에 필요한 위험과 수익이 고려된 자산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부동산과 금융자산,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개별적으로 인식하고 상호연관성을 포트폴리오적인 관점에서 구성하지 않는다. 개별자산의 수익률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오류는 매우 광범위하게 관찰된다.

재무설계는 이러한 심리적 편견을 극복하고 합리적인 목표달성을 위한 최적의 자산구성을 위한 시대적 요청인 것이다.

신상훈 CFP 국제공인재무상담사 ㈜머니트리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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