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구강건강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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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성인 구강건강 '제자리 걸음'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7.07.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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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상' 아동·노인과 대조…구강건강검진 모니터링 체계조차 없어

 

▲ 김진범 교수
2006 국민구강건강실태조사(이하 실태조사) 결과 국제적 비교지표인 12세 아동의 치아우식경험치아수가 3.3개에서 2.2개로 현격히 감소하는 등 아동과 노인의 구강건강은 상당부분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30대에서 50대까지 성인들의 구강건강은 정체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태조사를 진행했던 부산대학교 치과대학 김진범 교수는 지난 13일 저녁 7시 건치 강당에서 열린 (사)한국산업구강보건원(이사장 김광수 이하 산구원) 학술집담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서 이와 같이 밝혔다.

김진범 교수는 "초등학생 등의 치아우식경험자율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성인들은 여전히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40대∼50대의 경우 우리나라가 고도성장을 이룩하던 70년대 급속히 설탕 보급이 많아질 때의 세대라 여타 연령층보다 구강상태가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의 현존영구치수는 '정체상태'에 머무르고 있으며, 우식경험영구치지수의 경우 30대와 40대는 오히려 '증가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정부에서 성인들에 대해 구강보건사업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성인들의 구강건강이 호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같다"면서 "적극적인 구강보건사업을 개발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한국성인의 구강보건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로 열린 산구원의 이날 학술집담회는 실태조사의 성인 구강보건현황을 토대로 성인(사업장) 구강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자리였다.

주제발표 이후 산구원 김광수 이사장의 좌장으로 진행된 지정토론에서는 치협 전민용 치무이사와 치위협 정재연 학술이사, 산구원 이흥수 총무이사, 건치 김철신 정책국장이 참여한 가운데 성인 구강건강 증진을 위해 나서는 과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

 

방법은 많으나 복지부가 방치

▲ 치협 전민용 치무이사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치협 전민용 치무이사는 "노인의 경우 치아상실, 구강암, 의치필요자율 증가 등으로 정기적인 구강검진 독려, 노인틀니 보험화, 주치의제 도입 등 다양한 구강보건사업이 필요로 된다"면서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다양한 실천과제들이 있음에도 정부가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노인 구강건강이 향상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성인 구강건강에 대해서도 전 이사는 "사업장 구강검진 적극 활용, 스케일링 급여화 등 다양한 실천과제들이 정부의 무의지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면서 "소귀에 경읽기 식으로 더이상 복지부에 기댈 게 아니라 민주노총과 연계해 시범사업장을 운영하는 등 자체적으로 실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전 이사는 "치과인력의 10% 정도를 학부과정에서 장학금을 주고 양성해 국가가 필요한 곳에 투입하는 등의 정책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공구강보건인력 배치도 농어촌특별법을 개정해 '무의촌' 중심에서 '계층별' 사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사업장에서 '치과위생사 역할' 모색 필요

▲ 치위협 정재연 학술이사
두 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치위협 정재연 학술이사는 "현재로선 성인들의 구강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이 구강검진과 구강교육밖에 없는 것같다"면서 "치과위생사가 구강보건교육의 적임자라는 사실을 국민들이 잘 모르는 만큼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또한 정 이사는 "실제 재작년 치위협에서 구강보건지원사업단을 발족해 영유아, 학생, 노인들을 대상으로 구강보건교육을 실시하니 효과가 좋았다"면서 "작년 복지부와 함께 MOU를 체결해 구강보건교육을 진행한 기관에서 올해에도 또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인 구강보건교육에 대해서도 정 이사는 "지난 6월 초 집담회를 열어 처음으로 사업장 구강보건에서 치과위생사의 역할을 모색한 바 있다"면서 "앞으로는 성인 구강보건교육 매체 개발 등 치위협에서 할 수 있는 역할들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장 구강검진 수검률 높이는데 주력해야…

세 번째 지정토론에 나선 산구원 이흥수 총무이사(원광 치대 교수)는 우선 이번 실태조사 결과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 산구원 이흥수 총무이사
이 이사는 "무엇이든 줄어든 것은 '인과관계'가 있는 것인데, 성인의 경우는 '한 것'도 없는데, 구강건강이 다소 호전됐다는 결과가 나온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라며 실태조사의 대표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실태조사의 성인 구강건강현황에 대해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심도깊은 분석이 별도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이사는 "산구원이 지난 99년 창립하면서 '영구치 27개 이상 유지' 등 4가지 성인 구강건강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면서 "조사나 분석의 잘잘못 여부를 떠나 실태조사 결과가 우리가 목표로 한 4가지 과제를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이사는 "현재로선 성인들의 구강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구강검진 수검률을 높이는 것 하나밖에 없는 실정"이라면서 "구강검진은 내원이 가능한 만큼 이를 적극 홍보하고, '검진·치면세균막·치면세마·교육'을 패키지로 묶어 급여화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했다.

 

최소한의 구강건강안전망부터 확보해야…

마지막 지정토론에 나선 건치 김철신 정책국장은 구강병을 예방하고 구강의료이용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구강건강안전망' 확보를 거듭 강조했다.

▲ 건치 김철신 정책국장
김 국장은 "참여정부의 New Health Plan 2010에는 구강의료이용의 불평등을 해소한다고 나와 있으나, 실제 '불평등'이 어느 정도인지의 지표조차 없다"면서 "구강의료 이용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목표는 있으나 방안은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국장은 "형평성 관련 지표, 지표개선을 위한 사업방안, 사업추진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면서 "노인의치 보철사업에 대부분의 예산이 투입돼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만큼 실제 수행사업과 예산 배치도 다시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구강건강안전망 구축'에 대해 김 국장은 "의료비 보장을 통한 치과의료 접근성 확보 등 건강보장 적용의 포괄성과 충분성을 갖춰야 한다"면서 "아울러 구강건강보장의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등 '형평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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