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 喜怒哀樂] 이랜드 노조,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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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 喜怒哀樂] 이랜드 노조, 힘내세요!
  • 서대선 편집위원
  • 승인 2007.08.28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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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랜드노조 여러분 힘내세요!!

남 일 같지가 않다.

비정규직 직원을 보호한다는 "비정규직 법안"이 오히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합법적으로 해고 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주었다. 한 달 80만 원을 받고 10시간 일한 대가가 이랜드 회사 측의 대량 해고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나라 비정규직 노동자는 전체 노동자 중 55.9%, 878백만명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비정규직으로 있는지라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 얼마나 불안한 직장이란걸 잘 안다.

회사가 어려우면 눈치 보면서 조금이라도 회사를 위해 좀 더 많이 일해보려는 사람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식당에서 밥먹을 때도 눈치가 보이고, 연봉에 대해 사주에게 한 마디도 못하고 몇 달을 연봉협상 안 해도 올해는 연봉협상이 없는 모양이다, 주는대로 받지 뭐, 하는게 비정규직이다. 주변엔 몇 년이 지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아 다른 길을 모색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번 "비정규직 법안"은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취지가 무색하게, 사주들이 2년 근속하면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주도록 규정된 법안을 악용해서 2년 되기 직전에 무작정 해고해 버리는 합법적인 "해고법"이 되어 버렸다.

물론 회사에 따라, 사주의 경영 마인드에 따라 합리적으로 노사 합의하에 비정규직 직원들을 2년 근속하면 정규직화 시켜준 양식있는 회사들도 극소수 있지만, 그 대가로 기존 정규직들은 임금 동결을 감수해야 했다.

한 회사 건물에서 몇 년씩 정이 든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월급을 동결하면서 동료 비정규직 직원들에게 정규직 직원이 되는 것을 합의해준 그들의 모습에서 "연대"의 아름다움을 느꼈다. 

바로 "노동자의 연대"란 이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이익을 줄이면서까지 차별받는 비정규직 동료 직원들을 같은 정규직 동료로 맞아들이는 이런 모습. 노동자들이 "연대"하면 자본가, 사주, 사측의 일방적인 어떠한 노동탄압도 이겨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이랜드 노조 문제는 여러가지 복잡한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가장 큰 이유가 박성수 사장을 비롯한 이랜드 회사측의 무리한 "사업 확장 실패" 즉, 의류나 신발, 액세서리 같은 중저가 시장에서는 이랜드 방식이 통했지만, 덩치가 큰 호텔·프랜차이즈·유통판매 사업에 뛰어 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 것이 그 이유인 듯하다. 

경영실패를 저임금 고착화로 손실분을 보상하려 한 것이 이번 이랜드 사태의 본질이다. 그 결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경영상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측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집단 해고로 그 경영상의 실패를 보상받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사주가 잘못해서 경영상의 실책을 저질렀다면 당연히 그 사주가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나 위 동영상에 나오는 홈에버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다면 우선적으로 사주가 그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꿎은 비정규직 매장직원들의 대량해고로 위기를 모면하려는 짓은 전형적인 회사측의 비이성적 횡포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이랜드라는 회사에 기독교라는 종교적 색채가 드리워지면 더욱더 가관이다.

전통적으로 종교기업은 '노동조합'을 '사탄의 세력'으로 본다. 우리나라 카톨릭 재단이 운영하는 소위 "ㅇㅇ 성모병원"치고  병원노조가 병원측을 상대로 노동쟁의를 하여 이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경영진인 수녀들과 신부들은 노동조합을 자기만의 이기적인 이익을 챙기려는 "사탄의 세력"으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사탄과의 전쟁에서 신부나 수녀, 목사나 장로가 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탄에 물든 노조를 두들겨 패서라도 쫓아내고 싶어하는 게 이들 종교기업 제사장들의 독선적 마인드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조합은 예수님 말씀에 따라 악질 자본가의 착취와 차별, 업악과 억울함을 없애고 생존권을 찾고자 생긴, 자발적인 사회적 약자의 공동체란 점이다. 30년전 전태일 열사가 분신하면서 외친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은 인간답게 살 권리를 주장하는 예수님의 '목소리'이자 '정신'이며 '그릇'이다. 

이런 경우, 한 인간이 직종과 직무, 인종과 성별 등에 차별받지 않고 온전한 한 인격체로서 노동하는 인간, 즉 일할 수 있는 한 인격체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막달라 마리아를 통한 예수님의 가르침은 어떻게 되는가.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도 보장된 노동인권은 어디로 살아졌나. 노동하는 인간의 삶의 터전을 아무 합리적 이유없이 빼앗아 가버린 사제들과 제사장들. 도대체 이런 경우 누가 사탄인가.

종교기업이 경영자의 경영 실패로 하나님 사업이 실패했다면 위로 부터는 신부와 목사, 장로와 수녀들이 우선적으로 하나님께 스스로 책임지고 사죄해야 마땅하거늘, 평신도, 아니 기독교인도 아닌, 단순 고용된 비정규직 선한 사마리아인들 다수에게 해고라는 수단으로 경영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정의롭지 못하다.

경영진이 책임진다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무조건 정리해고 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은 최대한으로 안정화시키고, 그동안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과 사주의 개인 재산과 방만한 경영으로 부실화된 한 두 곳의 이랜드 소유 매장과 땅을 처분하여 좀 더 작고 견실한 알토란 같은 기업으로 경영쇄신을 하라는 뜻이다. 

이런 자구 노력도 없이 무작정 힘없는 3000여명의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해고하는 방식으로 기업 손실분을 챙기겠다는 발상은 너무도 비인간적이며, 비시장주의적인, 천민 자본가들의 낡고도 낡은 한심한 수법에 불과하다. 이런 방식은 하나님도, 예수님도 이해 못할 것이다.

위 동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하루 10시간을 일하고, 한 달 80만원을 받고 2년 넘게 일해도 마냥 즐겁기만 했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하는 즐거움"은 실업자로 고생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모른다. 그 "일하는 즐거움"이란 당사자가 되어보지 않고선 이해할 수가 없다. 

필자도 내 자신의 월급이 얼만지 아직도 정확히 잘 모른다. 비정규직은 한 달에 몇 시간 일을 했느냐에 따라 월급을 시간제로 주기 때문에 매달 그 액수가 달라진다. 그러니 월급이 얼만지 정확히 알 수도 없도,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잘리지만 않고 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가끔씩 정규직 직원들이 참으로 부러울 때가 있다. 안정되어 있는 일자리. 큰 사고만 안 치면 적절히 보장되는 일자리. 정규직이 얼마나 부러운지, 때때로 서러울 때가 있다. 

그러나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일자리만 보장된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 적잖은 기간 실업자 생활을 견뎌낸 사람이라면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한 것이다. 

때로는 과로로 인해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도 실업자의 고통을 알기에 과로를 벗삼아 일을 한다. 

일할 수만 있다면 까짓것 월급 몇푼이 대수랴. 다음 날 "지각하지 않기위해 몇 시까지 일어나야 한다"는 말처럼 긴장된 말도 없지만, 또한 이 말처럼 고마운 말도 없다.

내일 아침이면 어딘가 가야하고 그 곳에서 내가 가진 힘이나 기술로 일을 하고, 동료들과 어울려 점심을 먹고, 퇴근 후에는 소주 한 잔 걸치고, 주말이면 푹 쉴 수 있다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월급이 얼마가 되었든, 일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줄 아시는가. 이것이 비정규직의 삶이다.

그런데, 어떠한 합리적 설명도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사측의 성실교섭의 노력도 없이 아이들과 남편, 가정, 우리사회를 위해 일하던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쫒겨난다면, 그들은 얼마나 서러울까. 

단지 나 하나만 짤린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옆을 보니, 1~2년 고락을 함께한 동료들도 다 나 같은 신세라면, 이것은 서러움을 떠나 대단히 슬플 것이다. 그리고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더더욱 슬플 것이다. 거기에다 우리사회가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해 주지 못해준다면, 그들은 울고 말 것이다. 분노를 느껴 보기도 전에 허탈해서 말도 안 나올 것이다.        

위 동영상을 보면서 주책 맞게도 눈물이 뚝! 뚝! 떨어진다.

 난 그래도, 비정규직 직원이라도 "기술직"이라 그나마 다행이지만, 기술도 없는 저기 저 아주머니들의 외침. "내 자식 같은 전경들이 사회에 나왔을때, 나와같은 아픔을 겪지 않게 하기위해서라도 우린 이겨야 합니다". 전경들을 향해, "너희를 위해서 싸우는 겨야! 너희를 위해서!"라고 외치는 저 아주머니들의 외침은 너무나 절박하여 가슴이 아프다.

 

" 지도자 동무...동무의 그 위대한 영도력의 비결이 무엇이요?

   .................................................... 뭘 잘 먹여야지 뭐~"

  

                                    < 영화 [월컴투 동막골] 중에서...>

뭘 잘 먹이려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나 재계에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선 급한 것은 갖고 있는 일자리를 빼앗기지 않는 것이 그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한미 FTA가 체결된 이 마당에 이 땅 "노동자의 연대"는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메세지다.

폭력적이며 비윤리적인 일부 국내기업과 다국적 기업들에 대한 투쟁도 함께 하고, 이것을 통해 일자리도 나누며, 슬픔과 기쁨도 함께 나누는 인간의 유일한 희망의 언어, 그것은 바로 '연대'.

신자유주의주의 시대, 시장 전체주의 시대, FTA 탈국가 제국의 시대, 카지노 자본주의의 시대, 20대 80의 세계양극화 시대에 21C형 새로운 '연대적 인간'이 탄생한다. 그 이름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없는 노조, 소속없는 프리랜서 노조, 외주용역 대표노조, 중심없는 경고한 연대...노노싸움을 극복하고 노동자의 '희망의 연대'만이 살길이다. 

화이팅! 이랜드 노조!  

지금은 직장에서 강제로 쫓겨났지만, 다시 직장으로 복귀하는 그 날까지...

"이랜드 노조 여러분 힘내세요...!!" 

하루빨리 노사가 원만한 합의에 도달하여 이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께서 잃어버린 자신의 일터로 다시 돌아갈 수 있게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서대선 편집위원(서울 동부시립병원 치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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