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법인 허용한다고 외국인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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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허용한다고 외국인이 올까?
  • 리병도
  • 승인 2004.10.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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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내국인 희생 속에 대자본과 보험회사만 배불려
'의료 분야의 영리법인을 허용하라'는 주장이 조중동이나 재경부 전경련 등에서 계속해 나오고 있다. 이를 통해 환자를 창출하라느니 외국환자를 불러 들여야 한다느니 특구내 내국인 진료를 환영하느니 그러기 위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야 한다느니 하는 주장을 연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주장인가?

의료에 문외한이고 잘 몰라 그런 이야기했다고 백보 양보하더라도 민간의료보험 도입으로 이익을 보는 것이 누구인가? 국민인가, 의료계인가? 아니다. 그것은 보험회사들이다. 10조원의 의료비를 늘리려면 국민들은 민간보험회사에 25조원의 보험비를 더 내야한다.

공공의료보험으로는 보험비 10.5조면 충분할 것을 왜 14.5조를 더 내야하는 민간의료보험으로 해결하려하는가? 이는 국민의 돈으로 민간보험회사의 배를 불리자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몰라서 재벌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알아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영리법인 허용하라는데 민간의료를 도대체 얼마나 더 활성화 시켜야 하는가? 지금 우리의 의료는 90%가 민간에서 맡고 있다. 충분히 시장경제에 따르고 있다. 환자를 창출하라는 소리를 하지 않아도 과잉진료 과잉검사가 지금도 심심찮게 문제다. 우리는 이런 과잉진료와 불법으로 성장한 k병원, s의료법인 등을 보고 있다.

우리는 지금도 GDP의 7~8% 정도를 의료비로 쓰고 있다. 이들의 주장대로 영리법인 허용해보자. 그 경우 한 연구에 의하면 10년 이내에 의료비가 몇 배로 늘어나 GDP의 15%를 써야 한다고 한다. 지금보다 몇 배 오른 의료비를 고스란히 나와 당신- 국민들 -이 더 부담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일본의사협회에서도 영리법인인 주식회사형 의료법인을 반대하는 이유로 "영리법인의 목적은 이익의 극대화이므로, 환자에게 무엇이 최선인가보다 회사의 수익에 무엇이 최선인가가 판단기준이 되기 때문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리고 경제특구 내에 영리법인 허용하면 '외국환자 창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그리고 어떤 근거를 가지고 그런 주장들을 하는지 묻고 싶다. 말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로 일본환자가 오겠는가? 미국환자가 오겠는가? 진료에 있어 언어나 문화의 장벽은 가장 큰 장애요인 중의 하나이다.

이를 가로막는 두 번째 원인은 물가다. 상해의 최상급호텔을 능가하는 주방에 보호자 침실까지 갖춘 60평형 특급병실의 하루 입원료가 30만원 선이다. 우리나라의 그 초라한 대학병원 1인실 1일 입원료 밖에 안된다. 한술 더 떠 인천특구는 병원비를 지금의 6배로 받겠단다. 중국에서 굳이 서울로 인천으로 오겠는가?

예로 흔히 드는 중국이나 싱가폴은 어떤가? 이들의 의료상황은 80~90%를 국영이나 공공영역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주로 받고 있는 외국환자도 말이 통하고 문화가 비슷한 같은 중화권 환자들이다. 싱가폴의 외국환자의 70%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인인 것도 이를 반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두 나라와 우리의 결정적 차이는 우리는 내국인의 희생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는 최소한 돈이 없다는 이유로 내국인이 병원에서 쫓겨나는 일은 없다. 즉 공공의료기관들이 베이스를 받쳐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영리주장은 개방의 전 단계고 이는 우리 국민의 부담을 전제로 하는 것이란 점에서 문제인 것이다. 내국인 진료 허용은 몇 배 더 비싼 의료비용을 국민들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이는 뭐 하려다 쪽박 찰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어떤 비젼이 있어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즉흥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경제특구에 대한 재경부 주장의 변천을 보자. 처음에는 특구에 들어오는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병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다음에는 그 병원 유지하려면 영리법인이 필요하고 내국인 진료도 해줘야된다고 했다. 이제는 한술 더 떠 동북아 의료허브를 만든단다.

한마디로 외국인 환자 창출 등을 위해 영리법인 허용하자는 주장은 외국인환자 하나 없이 내국인 의료비만 높이는 꼴이 될 뿐이다. 영리법인 허용론자들은 어떤 것이 더 국민을 위한 주장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좀 더 크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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