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재료 상한금액 인하 "진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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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재료 상한금액 인하 "진통 예고"
  • 강민홍 기자
  • 승인 2007.10.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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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여는 하향·업체는 기존금액 고수…치과의사 '진퇴양난'


치료재료를 '업체에게 구입은 1만2천원에 하고 보험청구는 1만원으로 해야하는 상황'이 연출될 위기에 빠졌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 방사선필름 등 187개의 치과 치료재료급여를 다음달 1일과 내년 5월 1일 두차례에 걸쳐 15% 가량 인하하는 개정·고시를 확정해 발표했으나, 실제 업체들은 하향 조정된 금액으로 판매할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M사가 수입·판매하고 있는 근관확대제 'MD-CHELCREM'는 현재 23,970원의 급여를 인정받고 있지만, 다음달 1일부터는 22,280원, 내년 5월 1일부터는 20,600원만큼만 급여를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급여 인정 기준일 뿐 업체에게 판매가격을 낮추게 하는 강제조항은 아니다. 즉, 판매가격을 낮출지 기존가격을 고수할 지, 아니면 아예 수입판매를 중단해 버릴 지는 전적으로 업체의 손에 달려있는 것이다.

 

업체 "손해 좀 보셔야죠. 어쩔 수 있나요"

대한치과의사협회(이하 치협)가 복지부의 이번 '치료재료급여 하향조정' 고시 발표 이후, 해당 재료 판매업체들의 입장을 모니터링 한 결과 대부분의 업체들이 가격을 낮출 의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협 보험위원회 관계자는 "상한금액이 15% 가량 낮아졌는데, 업체들이 도저히 그 가격에 맞출 수 없다고 하면 난감한 것이 현실"이라며 "실제 업체 관계자들은 '뭐 치과의사들이 손해 좀 보셔야죠' 하는 식의 얘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치협은 지난 4일 이와 같은 심각한 상황을 전 회원들에게 문자서비스를 통해 알렸으며, 현재 각 품목별로 하향조정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업체들을 물색 중이다. 임시방편이긴 하지만 일단 하향 조정된 상한금액대로 판매할 수 있는 업체가 있는지를 우선 파악·확보하고, 전문지 광고 등을 통해 회원들에게 알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1차 상한금액이 하향되는 다음달 1일까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187개 치료재료 취급 업체들을 일일이 설득해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치협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치과기재협회(이하 치재협)가 복지부의 상한금액 하향조정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회원사들을 전혀 강제하지 않고 있어 치협 홀로 고군분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치재협 "상한금액 인하 받아들인 적 없다"

그러나 "관련단체와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복지부의 발표와는 달리, 치재협,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등 관련단체들의 의견은 대부분 묵살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복지부는 "4월부터 7월까지 치재협 등 4개 관련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몇차례 인하방안을 협의했다"며 "또한 7월 31일부터 8월 20일까지 품목별 인하(안) 업체 통보·열람 및 의견제출 기간을 거쳐 제출된 219개의 의견에 대한 실무 검토를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치재협 등은 복지부의 인하 근거 자체에 동의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MF 발생으로 환율이 단기간 대폭 상승돼 1998년 치료재료 가격이 일시적으로 평균 36.8% 인상됐으며, 이후 환율안정에 따라 3회에 걸쳐 가격을 인하(98년 9월 7.2%, 99년 2월 5.14% 등)했지만, 인상 전보다 14.68%가 높은 상태"라는 것이 이번 하향조정을 한 복지부의 근거.

치재협 엄기훈 학술이사는 "10년간의 물가상승율, 원자재값 인상 등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측면을 모두 무시한 채 단지 환율 차액만을 가지고 가격을 내리겠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치재협은 거듭 반대 입장을 밝혔지만, 회의 자리 자체가 협의와는 상관 없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즉, 복지부가 밝힌 협의 및 의견 검토는 입장 관철을 위한 '구색 맞추기'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엄 이사는 "'FOB(수입원가)×1.78'로 돼 있는 국내 판매가격을 상향 조정해 준다면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까지 제시했으나 허사였다"고 밝히고, "협회가 회원사들에게 불합리한 가격 인하안을 수용하라고 권고하기는 힘든 실정"이라며 이미 치재협 손을 떠난 문제임을 시사했다.

 

결국 피해는 치과의사·국민

결국 이번 사태도 의료법 전면개정, 의료급여법 개정 등 복지부의 밀어붙이기식 관치행정이 낳은 또 하나의 폐해로 보이며, 결국 그 피해는 치과의사 더 나아가 국민이 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치협 마경화 상근보험이사는 "현재로선 업체들이 가격을 내릴 수도 있지만 여차하면 아예 그 재료를 취급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면서 "업체 입장에선 돈되는 비급여 재료들이 수두룩 한데, 굳이 귀찮게 골머리 앓으면서까지 취급하려 하겠느냐"고 피력했다.

치과의사 입장에서도 어느 기간동안은 손해를 보면서 재료를 쓸 수도 있겠지만, 결국 질이 낮은 재료를 사용하거나 (급여)진료 회피로 이어져 피해는 국민이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마 이사의 생각.

치협은 당장 상한금액을 인하한 가격으로 판매할 업체를 확보해 급한 불을 끈 후 장기적으로 근거자료를 갖춰 복지부에 문제제기를 해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복지부의 '막힌 귀'가 뚫릴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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