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보건의료]③ 상사부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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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보건의료]③ 상사부일체
  • 김사라
  • 승인 2007.10.16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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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지에서 돌아오며 KTX를 타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힘든 일정을 소화하는 중에 기차 안에서는 잠을 자는 것이 현명하다 싶었지만, 여러 가지 생각에 잠도 못 이룰 것 같아 차라리 코믹 영화를 보기로 했다.

영화는 두사부일체라는 이름으로 두 번에 걸쳐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의 세 번째 판이었다.

앞의 두 편이 조직폭력배 중간 두목인 계두식(당시 정준호 분)이 조직의 명력으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니면서 겪는 일이었다면, 이번에는 대기업의 사원이 되어서 겪는 애환이다. 세 번째 영화 역시 같은 구도를 갖고 있지만, 나는 훨씬 더 재미있게 봤다.

우선 등장하는 배우들이 대거 바뀌었는데, 이성재, 손창민이 과거 정준호, 김상중을 대신했다. 여기에 박상면 연기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고, 코믹에 처음인 김성민도 크게 어색하지 않았다.

같은 역을 다른 배우가 맡으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으로 되어 있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느끼지 않았다. 워낙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인 이성재 손창민이 오히려 이 역이 더 맞는 인물이 아닌가 하고 느낄 정도로….

게다가 다양한 연기에 대한 도전으로 유명한 배우 이성재가 나온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영화의 모든 결점을 용서해줄 만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일개 배우에 대한 너무 심한 편애인가? 그래도 할 수 없다. '신석기 블루스'와 '홀리데이'를 보면서 정말 저 사람 이성재 맞아? 할 정도로 변신한 모습을 보고 난 후, 난 이성재를 배우로서 노골적으로 편애한다.

김상중(손창민 분)은 세계화 시대를 맞아 조직폭력배도 글로벌 경영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배우기 위해서 계두식을 대기업인 '거손'에 취직시킨다. 여러 상사와 동료와 함께 회사에서 애환을 겪게 된다. 영화의 제목은 상사부일체. "상사와 스승과 부모는 하나다"라는 말에서 따 왔단다.

두식이 다니는 거손 그룹은 소속은행을 외국계 자본과 합병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몬스터라는 이름의 외국 자본은 합병 후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이를 알게 된 노조는 합병에 결사 항쟁한다.

회사는 이를 무력화하기 위해서 다른 계열 회사인 (두식이 근무하는) 보험사에 대해서 전면적인 구조조정을 기습적으로 단행한다. 전체 노조가 보험사에 신경을 쓰는 사이 은행을 합병하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두식의 상사도 정리해고 된다. 회사의 비밀을 알게 된 상사는 급기야 회사로부터 린치를 당하기에 이른다.

두사부일체 두 편을 본 사람이라면 이 영화의 끝이 궁금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안 궁금했으니까. 하지만 영화에서 계두식이 한 대사는 마음에 깊이 남았다.

이런 와중에 조직원들의 도움으로 500건의 보험계약을 성사시킨 두식은 드디어 원하던 본사 기획실에 가게 된다. 회사의 모든 구조조정을 맡은 기획실장은 두식에게 물어본다.

"자네는 거손 은행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물론 지나가는 말이었다. 이에 대한 두식의 답변, 실장의 마음을 저리도 몰라 회사 제대로 다닐 수 있을까?

"그게 말입니다. 기본 매너 문젠데요. 이.... 조직이 나와바리를 접수하게 되면 말입니다, 그 지역 애들을 이렇게 잘 다독이고 나가야 되거든요. 그게 기본 상도의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됐네."

폭력 미화, 조직 폭력배 우상화, 이런 것들이 코믹 폭력물이 노리는 것이라고 한다. 조직 폭력배를 가까이서 상대해 본 검경 사람들, 조폭이 절대 의리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들 한다. 그러니까 나도 이 영화를 본 느낌을 절대 현실 세계에 투사하고 싶은 생각 없다.

하지만, 조직 폭력배들 사이에서도 기본 상도의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는데, (그들이 물론 그렇게 하는지 안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이스, 스마트, 유식함, 이런 단어와 거리가 먼 조직 폭력배 중간 보스의 입에서 나온 대사가 왜 이렇게 내 마음을 찔렀는지 모르겠다.

기차에서 내릴 무렵 뉴스에서 국내 유수 병원이 구조조정 문제로 파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떤 영화에 관해 쓸까 고민하다가 그 순간 고민을 멈추었다.

모두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일들인데, 구조조정, 노사 문제, 굳이 보건의료라고 예외의 일일까? 이 글을 영화속 보건의료 3에 싣는다고 크게 문제 삼을 사람 있을까?

김사라(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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