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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프리즘> 국세청의 거짓말과 재경부의 비겁함불법정치자금과세 개선안은 티끌을 감추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 꼴
편집국 | 승인 2004.10.04 00:00

‘과세가 가능하나 사실상 과세곤란’이라는 비겁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말은 재경부가 정치인이 받은 불법정치자금의 과세여부를 놓고 내린 결론이다. 아무리 뜯어보면서 해석을 해도 ‘법의 규정을 살펴보면 과세하라고 되어 있는데 무서워서 과세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무서워서가 아니라면 더러워서인가 소중해서인가. 무서워서말고는 다른 것을 대입을 해 보아도 그리 시원한 해석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재경부는 무엇을 무서워하는 것일까?

일반시민들은 전화만 받아도 머리카락이 쭈뼛 선다는 국세청도 ‘불법정치자금은 대가성이 있게 마련이므로 알선수재에 해당한다.’고 전제한 뒤 ‘알선수재죄,배임수재죄,포괄적 뇌물 등에 해당할 경우 과세대상 소득으로 열거되지 않아 현재 법규 하에서는 과세의 어려움이 있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하여왔다. 그러나 배임수재사건을 기타소득의 사례금으로 보아 과세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감사원에 직무유기를 사유로 감사청구를 당하는 신세가 되었다.

국세청의 거짓말과 재경부의 비겁함

국세청을 곤경에 몰아넣은 배임수재죄가 과세된 내력을 살펴보자. 업무용토지의 매수업무를 담당하던 모 건설회사 과장 K씨는 94년 3월 J씨와 아파트 건설부지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J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1억원을 받은 것을 비롯 95년 9월까지 총 10억원을 받았고 서대문 세무서는 1998년 6월 11일 K씨가 받은 10억원에 대하여 사례금으로 보아 과세처분 하였다. 그 후 1998년 7월 2일 서울지법에서 K씨는 배임수재로 유죄가 확정되어 추징금 10억이 선고되었고 항소포기로 형이 확정되었다. 그러나 K씨가 배임수재죄로 처벌받고 몰수,추징이 확정됐음에도 과세당국이 과세를 고집하자,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며 과세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내었다. 이 건은 수년동안 법정에서 다툼을 벌여 대법원까지 가게 되었고, 대법원은 몰수,추징과는 별개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 주었다(대판 2002두431).

담 넘어 온 이웃집 감을 몰래 따먹은 사실을 감추기 위하여 이웃집 농부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면 이보다 더 어리석은 짓이 있을까? 행실 배우라 하니까 오히려 포도청 문고리 빼는 꼴이다. 궁색해진 이들 권력기관들은 몰수?추징될 경우 과세할 원본이 없어지므로 과세의 실효성이 없다는 억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몰수?추징된 경우에 왜 과세하느냐는 납세자의 항변에 대해 대법원까지 따라가서 악착같이 과세하는 것이 맞다는 자신들의 기존 주장을 하루아침에 뒤집은 것이다.

몰수,추징이 탈출구 그러나 그것은 기존의 입장을 헌신짝처럼 버리는 것

몰수,추징이 되어도 과세되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이 대법원의 판례에 잘 나타나 있다. ‘납세자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금원을 교부받은 후 그에 대하여 원귀속자에게 환원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이상 그로써 소득세법상의 과세대상이 된 소득은 이미 실현된 것이고, 그 후 납세자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그에 대한 추징이 확정됨으로써 결과적으로 그 금원을 모두 국가에 추징당하게 될 것이 확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납세자의 그 금품수수가 형사적으로 처벌대상이 되는 범죄행위가 됨에 따라 그 범죄행위에 대한 부가적인 형벌로서 추징이 가하여진 결과에 불과하여 이를 원귀속자에 대한 환원조치와 동일시 할 수 없으므로, 결국 그 추징 및 집행만을 들어 납세자가 범죄행위로 인하여 교부받은 금원 상당의 소득이 실현되지 아니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대판 2002두431).’

속내는 정치인을 비호해 온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까 전전긍긍하는 것

이쯤에서 서슬 퍼런 과세당국이 비겁함과 거짓말 그리고 말 바꾸기를 하는 사연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분석해내기 위하여 배임수재죄와 이와 관련된 몰수,추징은 과세를 당한 반면 알선수재죄, 뇌물죄와 이와 관련한 몰수,추징은 과세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자는 힘없는 일반 백성들이 저지르는 범죄이고 후자는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이 저지르는 범죄이다. 범죄의 성격은 똑같지만 저지르는 사람만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같은 범죄라도 힘없는 일반인이 저지르면 과세를 하였고,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이 저지르면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셈이 된다. 결국 과세당국은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을 비호해 온 자신들의 잘못이 드러날 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몰수,추징이 과세당국이 바라는 대로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일부 학자들이 몰수,추징될 경우 과세를 취소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 주장의 근거는 “범죄행위로 얻은 경제적이득에 대한 과세에 있어서 그 과세물건은 바로 범죄에 의한 경제적이득이며 그 경제적이득이 몰수 또는 추징되면 과세요건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과세물건 자체가 소멸되어 과세할 수 없다(최명근, 월간조세에 기고한 글)”라는 것이다.

대법원의 판례(대판 81누136)에서도 “소득세법은 개인의 소득이라는 경제적 현상에 착안하여 담세력이 있다고 보여지는 것에 과세하는데 그 근본취지가 있다 할 것이므로 과세소득은 이를 경제적 측면으로 보아 현실로 이득을 지배,관리하면서 이를 향수하고 있어 담세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면 족하다”고 판시하여 담세력을 과세여부의 기초로 보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몰수,추징에 대하여 과세하여야 한다고 판시한 대법원의 판결은 몰수,추징이 형벌이라는 사실 때문에 지나치게 형식논리에 치우쳐 세법해석의 대원칙인 ‘실질과세’원칙이 훼손된 경우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위의 비판은 아무도 담세력에 근거한 과세원칙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쟁점을 잘못 파악하고 있다. 오히려 위의 비판은 경제적 이득과 회계적 이득은 다를 수 있음을 간과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담세력을 잘 분석해 보면, 담세력이란 소득을 말하는 것인데, 이익은 수입에서 비용을 공제한 순액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장 확실한 사실 하나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몰수,추징은 수입의 반환이 아닌 부가적 비용의 발생이라는 점이다.

즉, 수입과 비용 그리고 소득의 구조에서 몰수,추징이라는 것이 본인에게 반환한 것이 아닌 한 수입이 없어졌다고 말할 수는 없고, 대신 국가에서 부가적 형벌로 비용을 발생시켜 이득을 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몰수,추징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한다면 과세할 소득이 없어지는 것이고,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세할 소득이 있게 되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경제적 이득과 회계적 이득이 일치하는 것이고 후자의 경우 경제적 이득과 회계적 이득이 다른 것이다.

회계적 이득은 경제적 이득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목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면 회계적 이득에 기초하여 과세하는 세법에서는 접대비, 지급이자, 벌금 등 광범위한 항목에 걸쳐 비용을 부인하는 규정을 두어 이득을 측정하는 세밀한 부분까지 규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발생한 비용을 어느 시기에 인정할 것인가에 대하여도 많은 규정을 두고 있다. 따라서 몰수,추징으로 발생한 비용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이 옳은가하는 논의는 충분히 가능한 것이며 이것으로 경제적이득, 담세력 또는 실질과세 등이 훼손되었다고 할 수 없다.

경제적 이득과 회계적 이득은 다를 수 있는 것임을 간과

이제 몰수,추징의 비용을 세법상으로도 인정하기 어려운 논거를 하나씩 들어 보겠다. 이들 논거는 기존 세법과의 조화로운 해석을 지향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알고 있는 세법의 기본 상식까지도 다 바꾸어야 할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몰수,추징이 접대비, 지급이자 그리고 벌금보다 더 친사회적 성격의 비용이냐는 것이다. 물론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접대비, 지급이자 그리고 벌금이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몰수,추징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될 수 없다. 접대비, 지급이자 그리고 벌금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달라고 하면 반박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증여세의 경우 비용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 몰수,추징만 예외적으로 비용으로 인정하는 것이 공평한 해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증여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갔다고 그 경비를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해 주지 않는다. 또한 재산을 증여 받고 그 보답으로 증여자를 돌보았을 때 그 비용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몰수?추징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한다면 증여에 대하여 비용을 광범위하게 인정해 달라는 요구를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몰수,추징이 비용인 이상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소득의 실현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는 것이다. 소득이 실현된 이상 과세를 미룰 수 없다. 왜냐하면 과세란 납세자 개인의 평생소득을 기초로 과세하는 것이 아니고 기간 소득을 기초로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특정기간에 실현된 소득에 대하여 우선 과세를 하고 몰수,추징으로 발생된 비용은 그 이후 기간에 발생되는 소득에서 공제(세법상 비용을 인정될 경우)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건설업자가 아파트 판매한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납부하였다.

그런 후 하자가 발생하여 아파트를 보수하여 주었다고 치자. 이 경우에 하자비용을 소급하여 기존에 신고한 소득을 수정하지 않는다. 대신 하자가 발생한 기간의 비용으로 정리한다. 몰수,추징을 수입과 연계하여 불법정치자금이라는 수입의 실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정리한다면 기간 소득을 근간으로 과세하는 현행 과세체제를 부정하는 어리석은 해석이 되고 말 것이다.

네 번째는 몰수,추징에 대하여 경정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몰수,추징이 추가적인 형벌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이 문제는 세 번째에서 설명한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경정청구권이 인정되기 위하여 과세표준과 세액의 근거가 된 거래가 다른 것으로 확정(국세기본법 제46조)되어야 한다. 그런데 몰수,추징은 부가적인 형벌일 뿐 기 수수된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다른 결정이 내려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몰수,추징이 기 수수된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후발적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경정청구권이 부여되어서는 안 된다.

다섯 번 째는 국세기본법 제46조에 규정된 경정청구권과 별개로 조세특례제한법에 불법정치자금에 몰수,추징이 가해질 경우 경정청구권을 추가하는 것은 법체계가 맞지 않다. 국세기본법에 경정청구권에 대한 일반적인 법리가 이미 있으므로 몰수,추징이 경정청구권을 가져야 정당하다면 그것은 국세기본법에 있는 경정청구권을 적용하면 될 일이지 구태여 조세감면규제법에 경정청구권조항을 특별히 신설할 일은 아니다.

사실이 이러함에도 불법정치자금의 몰수,추징에 대하여서만 경정청구권이 부여된다면, 당초 거래의 변경 없이 단순히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법인소득과 개인소득의 모든 분야에 대하여도 광범위하게 경정청구권을 인정하여야 하는 어리석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여섯 번째는 불법정치자금에만 경정청구권을 인정한다고 발표되었는데 지금까지 몰수,추징에도 불구하고 과세되어 온 배임수재죄와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형평을 유지하기 위하여 불법정치자금에 대한 경정청구권은 배임수재죄에도 은근슬쩍 확대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불법소득에 대한 과세는 오히려 후퇴하게 된다.

재경부는 최근에 제기된 개정세법 논의에서 불법정치자금에 대하여 몰수,추징이 있을 경우 경정청구권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몰수,추징에 근거하여 과세를 미루어 왔다고 주장되어진 자신들의 입장을 항구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지적했듯이 자신들의 과오를 덮기 위한 고육지책일 뿐이다.

그러고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한 노력은 세법체계의 근본을 뒤흔드는 끝없는 살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더 큰 범죄의 수렁에 빠지도록 놔둘 수 없는 법, 앞서 지적한 여섯 가지 문제들에서 형평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에 대하여 먼저 분명히 답변을 하여야 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회는 재경부의 어리석은 제안에 쉽게 동의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불법소득은 엄격하고 집요하게 과세

미국의 경우, 불법소득에 대한 과세는 엄격하고 집요하다. 미국의 세법인 Internal Revenue Code는 Sec. 61(a)에서 모든 종류의 수입이 과세대상임을 천명하고 있다. 이것이 불법적 수입도 포함된다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되나 sec. 1.61-14(a), Income Tax Regs.를 두어 좀더 분명히 입장을 밝히고 있다. “대부분의 범법자들이 불법소득을 신고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이 조항은 범죄자를 처벌하는 데 중요한 법적 근거가 된다. 이를 위하여 개인이 불법소득을 얻었다고 증빙할 필요가 없으며 신고를 하지 않은 소득이 있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라서 사기, 도둑, 강도, 마약매매, 뇌물 그리고 횡령 등으로 얻은 소득은 모두 소득세를 신고되어야 한다(주요국의조세제도-미국편, 장근호, 한국조세연구원).”으로 기술되어 불법소득의 과세를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Sec. 162(c)에서는 불법적인 뇌물(bribes), 불법적인 상납(kickback) 그리고 유사한 불법적인 비용을 세법상 인정하지 않음을 명시하고 있다. 나아가 Sec. 162 (e)에서는 로비나 정치자금과 관련하여 그것이 입법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선거운동에 발을 들여놓거나, 대중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직 공무원의 행동에 영향을 미지기 위해서 지출한 비용은 세법상 공제되지 않는다. 물론 벌금 등 법 위반으로 부과된 비용도 공제되지 않는다(Sec. 162(f)).

아무리 미국이라도 위 규정만 가지고 은밀한 불법거래가 효과적으로 과세된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미국의 경우 어떻게 과세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하여 미국조세법원에서 구한 2개의 사건을 분석해 보자. 첫 번째 사건은 William Kale이 1992년 미국 국세청장을 상대로 한 소송(판결번호: 20516-92)인데 자신이 국세청 조사관으로 근무하던 1980년, 1982년 그리고 1983년 에 세무조사 무마를 조건으로 뇌물을 받은 것이 발각 나 형사재판에 기소되었고, 국세청은 이에 근거하여 과세한 사건이다.

두 번째 사건은 Louis Peyton이 1998년 미국 국세청장을 상대로 한 소송(판결번호: 16468-98)인데 마리화나를 판매한 혐의로 기소되었고 미국 국세청은 이로 인하여 1990년과 1991년 불법소득이 있었다며 과세한 사건이다. 불법소득을 과세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사기의 방법으로 신고를 하지 않았는지 밝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사기를 입증하는 방법은 주로 (a) 소득을 줄이는 유형, (b) 부정확한 기록, (c) 자산의 은폐, (d) 불법행위로 인한 소득, (e) 불법행위를 숨기기 위한 시도, (f) 언행의 불일치, (g) 현금 거래 등이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불법행위자가 사기로 신고를 누락하였다는 혐의를 벗으려면 불법행위자는 미국 국세청장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야 할 의무를 진다(Rule 142(a)). 사실상 이 입증책임이 실효성 있는 과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결국 사기의 방법으로 신고를 누락한 것으로 드러나게 되면 우선 누락한 세금의 50%를 가산세로 내고, 미납한 금액에 대한 이자를 추가로 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기의 방법으로 신고를 누락한 것은 부과제척기간(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3년이다)에 관계없이 언제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Sec. 6501 (c) (1)).

미국의 경우 세법 규정이나 판례를 살펴보아도 불법적인 거래에 벌금이나 몰수,추징에 따른 비용공제나 경정청구는 고려대상이 아니다. 경정청구규정에도 비슷한 언급이 없고 손실공제에서도 언급이 없다. 그리고 유사한 키워드로 판례를 검색하여도 몰수,추징을 당하여 세금을 환급해 주었다는 판례는 찾을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의 경우 조세형평을 위하여 불법소득에 대하여 엄정하게 과세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이러한 취지는 우리나라 대법원의 기존 판례와도 일치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을 기초로 국세청이 과세를 하는 데에도 전혀 주저함이 없다는 것도 주목하여 보아야 한다.

일본의 경우도 몰수,추징을 경정청구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아

일본의 경우 불법정치자금은 잡이익으로 과세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쟁점이 된 경정청구권과 관련하여 좀 더 살펴보면, 소득세법시행령 274조에서 ‘각종 소득 금액 계산의 기초가 된 사실 속에 포함되어 있던 무효인 행위에 의하여 생긴 경제적 성과가 그 행위의 무효라는 점에 기인하여 실효된 경우’와 ‘각종 소득 금액 계산의 기초가 된 사실 속에 포함되고 있었던 취소 가능한 행위가 취소된 경우’에 경정청구를 할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이 자격은 우리나라가 채택하고 있는 경정청구 자격과 거의 비슷할 뿐, 일본 소득세법에는 몰수,추징을 특별히 경정청구 대상으로 정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몰수,추징도 원인무효나 취소라는 일반 법 논리에 적합하여야 경정청구가 가능하다. 필자가 일본말에 서툴러 판례검색을 할 수 없지만 일본의 법 논리가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몰수,추징에 특별히 경정청구권을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일본의 경우도 몰수,추징에 대하여 경정청구권이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불법소득은 항상 과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불법자금은 파악되면 언제라도 과세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중복되는 이야기이지만, 특혜성 경정청구권을 별도로 규정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이제 불법정치자금을 정부안처럼 증여로 의제하여 과세한다면 그나마 부과제척기간이 긴 증여세의 경우 15년까지 과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뇌물이나 알선수재, 그리고 배임수재의 경우 소득세법의 적용을 받을 것이 예상되므로 10년까지 과세를 기대할 수 있다. 같은 불법행위가 차별적으로 과세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사기 기타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회피한 경우에는 미국처럼 부과제척기간을 폐지하고 발견되면 항상 과세할 수 있도록 바꾸어야 하며 가산세도 좀 더 높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형사사건의 결과가 과세에 전혀 연결되지 않고 있는 잘못된 세무행정도 고쳐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행법의 해석에 있어 정당이 받은 불법정치자금이라도 비과세혜택을 주어야 한다는 재경부의 주장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쉽게 이야기 하여 과세해야 할 소득을 비과세로 해 주는 것은 혜택 받은 기능이 사회에 순기능을 하기 때문에 장려하기 위함이다. 공익단체가 기부금을 받을 때 비과세하는 것은 그와 같은 이치이다. 그런데 정치판을 어지럽히고 정경유착이라는 부패의 사슬을 만들며, 차떼기 등 지극히 파렴치한 수법으로 정당에게 건네진 돈이 비과세라고 주장하는 것은 정신 나간 해석이다.

불법자금과세에 잘못된 주장이 가능한 것은 과세독점주의의 심각한 폐단

이렇듯 잘못된 주장과 티끌 감추기가 버젓이 통하는 것은 과세권이 한 국가기관에만 전담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위 과세독점주의로 잘못된 또는 왜곡된 해석이라도 방치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그렇다하더라도 티끌을 감추기 위해 살인을 저지르는데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더 나아가 그런 어리석은 결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과세독점주의를 폐지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과세독점주의 하에서 행해졌던 티끌 감추기를 만천하에 드러나게 할 필요가 있다. 이제 우리는 투쟁할 새로운 과제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최영태 (참여연대 조세개혁센타 소장, 회계사)    ⓒ 인터넷참여연대
 
 

편집국  gunchinews@gunch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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