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건의료의 환경변화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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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보건의료의 환경변화와 전망
  • 전양호
  • 승인 2007.11.30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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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치신문-정책연구회 대선 공동기획②]

 

IMF 이후 우리나라는 신자유주의와 양극화를 두 축으로 하는 심각한 사회적 변화를 겪고 있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국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방식들을 바꾸게 하고 있다.

보건의료부분 역시 건강불평등의 심화, 노령화와 의료비의 증가, 의료시장개방과 의료서비스 산업화 등의 내적·외적인 요인들로 인해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보다 나은 미래의 전장을 내놓기 위한 진지한 사회적 토론이 요구되고 있다.

사회계층간의 건강불평등

‘한국 형평성 학회’가 2000년에서 2004년까지 5년 동안 전국 234개 시·군·구의 사망등록자료를 토대로 ‘성·연령 표준화 사망률’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북구에 사는 사람이 질병·사고 등으로 숨질 가능성은 서울 강남구에 사는 사람보다 30%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국에서 사망률이 가장 낮은 곳은 서울 서초구이며 가장 높은 곳은 경남 합천군으로 두 지역의 격차는 갑절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서울시 구별 인구 10만명 당 성연령 표준화 사망자 수2000-2004년(자료:강영호.한국의 건강불평등 현황.2006)

이러한 지역별 사망률의 격차는 일차적으로 학력과 소득 등 사회경제적 차이와 이에 따른 건강행태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암 환자의 의료비용에 대한 연구(보건복지부 발표자료, 2006.8.24)에 따르면 소득이 높을수록 3차병원의 이용이 더 많았으며(소득 1계층 30.4%, 소득 5계층 14.4%, 소득 6계층 5.3%), 교육수준이 높을수록 의료비용 지출이 증가했다. 이는 소득수준, 교육수준에 따라 의료이용 행태가 달라져 사회계층에 따른 건강수준의 불평등을 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도표> 교육수준별 사망 전 1년 동안의 의료이용비용(자료:보건복지부 발표자료,2006.8.24)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와 국민의료비의 증가

한국의 고령화 속도는 저출산과 평균수명의 증가로 인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고, 고령화로 인한 문제에 대한 시급한 사회적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05년 현재 9.1% 서 2018년 14.3%로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26년 20.8%로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자료:통계청.장래인구추계 결과.2006년 11월)

특히 노인 인구의 1인당 의료비지출은 타 인구계층에 비해 크게 높아서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국민의료비 증가에 큰 부담을 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 의료비에서 65세 이상 노인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고,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국민의료비의 1/3에서 1/2에 이르게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에도 그 상대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보건의료시장개방과 의료산업화

의료산업화에 대한 논의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97년 IMF 이후 사회 전 분야에서 시장화와 민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부터이다. 이 시기 민간부분에서는 경영상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네트워킹을 통한 자본의 축적과 상업화, 대형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정부 역시 지방공사의료원을 민간위탁하기 시작하면서 의료부분의 신 자유주의적 시장화 정책을 도입하였고, 국민들은 산업화에 의한 의료비 상승을 경험하게 된다.

▲ <도표> 지방공사의료원의 민간위탁(군산·마산·이천의료원)후 입원환자 1인 1일당 평균 진료비 변화 비교

의료산업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참여정부가 집권하면서부터이다. 노무현 정부는 의료를 산업의 논리로 규정한 최초의 정부이며, 철저히 시장적인 시각에서 접근해 왔다.

참여정부는 의료산업화를 추진하면서 의료의 효율 극대화, 고용창출, 원정진료비의 흡수, 동북아 의료허브 구축, 휴면자본의 투자처 확보 등을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미래 성장 동력으로서 의료서비스를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의지는 논리의 박약함과 전망의 불투명성에도 불구하고 거대의료자본의 압력과 의료환경의 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막연한 기대감에 힘입어 확대 재생산되어 왔고, 경제자유구역, 의료법 개정, 한미 FTA, 의료기관의 채권 발행 허용 등의 구체적 정책으로 현실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환경은 양극화의 심화, 급격한 노령화, 의료비의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 정부의 의료산업화 정책 등으로 인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취약한 공공의료와 부족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등 내재적인 불안 요인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고, 건강불평등을 심각하게 심화시키고 있다.

건강불평등의 개념은 ‘단순한 차이’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평가해서 정당하지 않은 건강불평등’이며 그렇기 때문에 제도적인 혹은 정책적인 방법을 통해서 제거하거나 악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어떠한 사회적 환경의 변화도 어떠한 시장적인 가치도 국민들의 건강권을 훼손시킬 수 없도록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고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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