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 당선되는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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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에 당선되는 상상
  • 김용진
  • 승인 2007.12.15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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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투표합시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상상

이제 이틀 뒤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일방적인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가 변하지 않는 가운데, 돌아온 '반듯한' 이회창 후보와 범여권의 대표주자 정동영 후보가 이등을 다투고, 반李비盧의 '사람경제' 문국현 후보는 정동영 후보와 단일화를 할 듯 말 듯 하고, 3수생 진보 대통령 후보 권영길 후보는 5년전 '빌려준' 표를 찾아와 10%의 득표율을 달성하여 향후 진보정당의 집권전망을 보여줄 지의 귀추가 주목된다.
요약하자면, 87년 직선제 헌법 개정이후 치러진 대통령 선거 중에서, 승부가 빤하고 긴장감없는 그래서 가장 재미없는 대통령 선거라는 것이다.

하다못해 초등학교 반장선거에서도 여러 후보들이 나오고, 공약을 듣고, 투표를 하고, 과연 내가 표를 준 친구가 반장이 될 지 초조하게 기대하며 개표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데, 이번 대통령 선거는 그런 재미가 없다는 것이고, 대통령 되지 말았으면 하는 후보는 있는 데, 대통령되라고 표를 줄 후보는 없다라는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이번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 투표율 중에서 가장 낮을 것이라고 많은 언론이 예측하고 있다.

그렇다고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할 사람을 선출하는 권리를 포기하고, 대통령을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정하도록 방관하기에는 꺼림직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위해서 투쟁해서 얻어낸 '내 손으로 직접 뽑는 대통령 제도'가 아니던가. 72년 유신부터 87년까지 16년간 박탈당하고 체육관에서 저들끼리의 요식행위로 대통령을 99%의 찬성율로 뽑던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비록, 내가 지지하고 내가 투표한 사람이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나의 투표가 결코 '사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표'라는 역사적인 실천은 바로 우리 선후배가, 우리 자신이 피눈물 흘리면서 싸워온 투쟁의 결과이며, 뒷날의 역사에서 볼 때, 그 역사를 가능하게 한 거대한 한 걸음이 될 것이다.

그럼 누구에게 투표를 할 것인가?
아마도 지금쯤이면 투표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신의 표를 줄 사람을 정했을 것이다. 잠시 그 '사람'을 잊고,  '정책'을 고민해보길 제안한다.

 정책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누구의 머리에서 새롭게 나오는 것이 아니고, 각 정당의 정치활동의 과정에서, 생산되고 경쟁하고 검증되고 구체화되는 것이다. 92년도 대선부터 지난 2002년 대선까지는 적어도 '보건의료정책'의 경우에는 각 정당간의 정책의 차이가 거의 없었다. 보건의료정책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시민사회진영의 정책을 '허락도 없이'서로 베껴쓰기에 바빴다. 그러나 올해 대통령 선거의 경우는 각 정당간의 정책적 차이와 차별성이 분명하다.  보건의료시민사회단체와 완벽히 입장이 일치하는 민주노동당의 권영길후보부터, 일부는 동의하지만 현정권의 의료산업화기조를 유지하려는 정동영, 이인제,문국현 후보, 의료산업화기조를 분명히 하는 이명박, 이회창 후보까지 그 차이가 크다.
 기본적으로 보건의료정책의 차이는 '경제정책'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1) 미국식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의 (2)  동의하되, 그 정책의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  (3)  반대하면서 대안적인 경제정책을 제시 라는 범주 속에 대통령 선거 후보들을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교육정책, 복지정책, 주택정책들도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구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대략 각 후보들의 정책 '기조'가 파악되었다면, 다시 곰곰히 생각해보자. 어떤 정책이 실현되었을 때, '내'가 '행복'할까? 보도에 따르면 강남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부동산값이 오르고, 부동산관련 세금이 내릴 것을 기대하여 매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부동산 값이 오르고, 부동산관련 세금이 내리면' 행복할 사람들은 아마도 이명박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집 한채 있거나 한채도 없는 사람에게는 무관하거나 오히려 재앙일 것이다.  이런 식으로 내가 '행복'할 정책들을 정리하다 보면, 그런 정책이 가장 많은 후보가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후보가 '계급적으로' 당신을 가장 대변하는 후보일 것이다.

그리고 투표장에서 그 후보에게 기표를 하면서 잠시 상상을 해보자, 내가 그 후보가 되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을. 그리고 내가 '행복'해지는 그런 정책을 펴서, '행복'해지는 나와 우리를..., 그리고 그런 나라, 세상을...

투표결과가 나오고 내가 투표한 후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고 실망하거나 절망하지 말자. 내가 '행복'해지는 정책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만큼 많이 있다는 것, 비록 이번에는 안되었지만,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 그 꿈은 결국 실현되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오늘의 투표는 나와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즐거운 '플래시 몹'의 일종이 될 것이다.

즐겁게 투표합시다.

추신;(칼럼을 보내고 나서, 이명박 후보가 BBK를 자신이 설립했다고 강의하면서 자랑하는 동영상이 공개되었다. 적어도 이명박 후보가 강의 당시에 거짓말을 했거나, 최근 BBK와 관련없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거나 둘 중 하나는 확실하다.  다른 대통령은 몰라도 '거짓말하는 ' 대통령을 상상하는 것은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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